[기획] 환수 처분 제동거는 대법원…판례의 진화
[기획] 환수 처분 제동거는 대법원…판례의 진화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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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사무장병원에 명의 빌려준 의사 급여비 전액 환수 부당 판결

명의 빌려준 잘못 있지만 요양급여비 51억원 전액 환수는 '재량권 남용' 판단
대법원 판결, 비슷한 처지 놓인 사무장병원 고용의사 관련 재판에 영향 줄 듯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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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에 명의를 빌려주고 병원장으로 일한 의사에게 부당하게 받은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 처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2015두39996. 2020년 6월 4일 선고)은 그동안 건보공단이 의료기관 개설명의자라는 이유로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기존에 전액 환수 처분한 건보공단의 행정처분에 제동을 걸었다.

비의료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에 병원장으로 고용된 의사는 월급만 받았다. 또 실질적인 개설자인 비의료인이 병원으로 들어오는 요양급여비용을 직접 관리했고, 병원 수익도 투자자들에게만 분배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개설명의자인 의사는 부당이득징수처분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2005년 5월∼2007년 2월까지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액(50억원)을 징수처분했다.

1, 2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전액 징수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심리를 다시 하라고 환송했다.

대법원 판결이 전액 환수를 인정하지 않고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의 책임을 적게 본 이유는 뭘까.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런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요양기관으로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한 이상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징수 처분의 상대방인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고, 이런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원심(서울고등법원)은 비의료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는데, 이런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것도 인정했다.

하지만,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없지만, 건보공단이 개설명의자인 의사에 대해 요양급여비 전액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전액을 징수 처분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은 건보공단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 또는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급여 또는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해 문언상 '일부' 징수가 가능하다.

즉,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제재 처분의 경우 전체적으로 보아 비례 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의무위반의 내용에 비해 제재 처분이 과중(일부 징수가 가능함에도 전부를 징수)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는 것.

관련법을 위반은 했지만, 재량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전액 징수 처분을 내린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으로, 기존에 법원이 건보공단의 전액 징수 처분을 인정했던 판결들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게다가 부당하지도 않은 것까지 과잉환수 처분하던 것을 축소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개설과정에서 비의료인과 의료인의 공모 없이는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불가하고 비의료인과 의료인은 공동정범으로서 불법성을 달리 볼 수 없으므로 현행 건강보험법이 연대해 부당이득금을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당시 같은 사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다른 의료인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건보공단의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실을 미뤄볼 때, 이번 사건 개설명의자인 의사는 검사가 수사 당시 불법 운영 기간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고 공모 사실도 적시하지 않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면에서 법원이 달리 판단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환수처분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과 성질을 달리하는 것으로 건강보험법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될 수 없는 비용임에도 지급된 경우 원상회복을 하고자 하는 처분이기 때문에 그 전액을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이런 부분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임을 시사한 것.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입법 취지를 고려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 환수 규정 개정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건의 특수성, 개연성에 따른 법원의 판결로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향후 공단의 환수금액 산정 시,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 등의 법리적 검토를 통해 업무적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로 비슷한 사례로 전액 환수처분을 받은 의사들의 법적 대응 여부도 관심사다.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최근 건보공단의 환수 처분이 과잉이라는 이유로 환수 범위를 축소하는 대법원 판결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예전에 관련법 위반이면 무조건 전액을 환수하는 것이 관례였던 것이 문제가 있다고 대법원도 인식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러 재판을 보면 시설기준·개설기준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액 환수 처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의사가 정당하게 진료한 부분까지 포함한 환수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 비슷한 경우로 재판을 받은 의사 중 처분이 확정된 사건은 법적으로 다투기 힘들지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는 대법원 판결이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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