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보고서 통해, 미리 본 'K-원격의료' 성적표 "아직은…"
OECD 보고서 통해, 미리 본 'K-원격의료' 성적표 "아직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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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준비 미흡·필요성도 낮아…장점보다 위험성 커"
"의료 역차별 유발 가능성 크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오히려 악영향"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 주도의 '비대면 진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원격의료 서비스와 코로나19 확산은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OECD 보고서(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 분석을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원격의료 정책 추진 및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를  6월 2일부터 10일까지 4번에 걸쳐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자연스럽게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하지만, 의료분야의 경우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이라는 제도적 도입을 위해서는 비용 효과성까지 증명돼야 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원격의료는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분야가 얽혀있다. 현재까지도 안전성 및 유효성, 비용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러 한계점으로 인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미국, 호주, 캐나다 및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도 원격의료 추진에 속도를 내지 않고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ECD는 2020년 1월, 원격의료 관련 보고서인 '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 직전까지의 세계적인 원격의료 흐름과 문제점 등을 다뤘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일부 언론 및 관계자들이 해당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원격의료의 장점만 부각시키려하고 있음을 짚으며 "이 보고서는 원격의료의 장점만큼 위험성도 충분히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에 원격의료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 역시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비교적 원격의료 선진국이라고 알려져 있는 미국, 중국, 캐나다 및 유럽 국가들이 한국, 대만, 일본 등 원격의료가 활성화 돼 있지 않은 국가보다 코로나19 발생률 및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주목했다.

국가별 원격의료 활성화 정도와 코로나19 발생률 비교(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국가별 원격의료 활성화 정도와 코로나19 발생률 비교(제공=바른의료연구소) ⓒ의협신문

바른의료연구소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의 원격의료 활성화 정도와 각 국가에서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발생률(2020년 6월 4일 기준)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그 결과, 원격의료의 활성화 정도와 코로나19 발생률은 상관관계가 없었다. 나아가 원격의료 활성화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았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코로나19가 원내 감염이 아닌, 지역 사회 감염이 주 전파 경로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역 사회 감염 전파력이 강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빨리 환자를 찾아내고, 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격리해 추가적인 전파를 막아야 하는데, 원격의료 등 비대면 의료는 진단을 지연 시켜, 오히려 더 많은 환자와 접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와 같은 분석을 토대로 "원격의료가 감염병 확산을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정리하며 "원격의료서비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 대면진료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을 짚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의료 역차별'과 '지역 간 의료격차'를 오히려 원격의료가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 근거로는 성별, 연령, 지역, 경제 및 교육 수준에 따라 원격의료에 대한 '접근 장벽'이 꼽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미국에서 영상상담을 이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 경우, 25~44세 연령대가 65세 이상에 비해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경우는 1.5배만 높았으나 실제로 이용한 것은 35배나 높았다.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의 경우 원격상담 이용을 원하는 경우가 평균에 비해 1.6배 낮았지만, 실제 이용은 6배나 더 낮았다.

OECD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적인 수준의 사람들과 비교하여 가장 빈곤한 계층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건강정보를 검색한 비중이 65% 낮았고, 교육 수준이 가장 낮은 계층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건강정보를 검색한 비중이 50% 낮았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연령이 높고, 지역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에 살고, 소득이 낮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디지털 이해 능력이 낮고, 접근도 쉽지 않아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OECD 원격의료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 원격의료는 언뜻 보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라며 "이것이 바로 원격의료가 가지는 한계점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고려나 보완책 없이 추진되는 원격의료 정책은 의료 역차별을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령별, 소득수준별, 교육수준별 등 계층별 디지털 의료 활용 비율. (제공=바른의료연구소)ⓒ의협신문
연령별, 소득수준별, 교육수준별 등 계층별 디지털 의료 활용 비율. (제공=바른의료연구소)ⓒ의협신문

바른의료연구소는 "원격의료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효과 및 안전성, 비용 효과성 등에 대한 검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도입 및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하지만 OECD 원격의료 보고서 분석을 통해서 확인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정부는 원격의료와 관련한 국내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원격의료 서비스가 국토가 넓고, 의료 수가가 높아 의료접근성이 낮은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발전한 이유와 의료접근성이 높은 국가에서는 발전하지 않은 이유를 알아야 한다"면서 "그리고 원격의료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들에서도 그 규모나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고 발전이 더딘 이유도 알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원격의료를 도입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그 필요성도 낮기 때문에 장점보다는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정부는 무엇이 국민을 위하고,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의 발전을 위하는 길인지를 판단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무리한 원격의료 추진으로 귀결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감수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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