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난제 '간납사'…유통구조 개선 '시금석'
해묵은 난제 '간납사'…유통구조 개선 '시금석'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2.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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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직영 간납사 제한·공급내역보고제도 내실화 시급
"국민 보장성 강화에 쓰여야 할 재정 간납사 배만 불려"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간접납품회사(간납사) 문제가 해묵은 논란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유통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차제에 병원재단 직영 간납사 제한·공급내역보고제도 내실화 등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간납사는 병원이 실거래가 상한제를 청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통업체와 병원의 중간에서 세금 계산서를 처리하는 업체를 설립하고 모든 납품은 이 업체를 통하게 해 할인 금액과 고시가에 대한 차액을 나누는 업체를 이른다. 실제 유통과정에서 병원납품에 대한 관문 역할을 하며 일정 수수료를 통행세 형식으로 받는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간납사는 세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먼저 대형간납사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간납계약을 맺고 운영하며 가격할인과 추가 수수료를 받고 있다. 두 번째는 병원 직영 간납사로서 주로 재단이나 운영자의 지분이 들어간 회사로 병원과는 특수관계를 지닌다. 세 번째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병원 등에서 운영하는 소형 간납사로 병원마다 별도의 법인을 두고 운영한다.

업계에서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데 계산서 발행처는 병원이 아닌 간납사가 되면서 일정 부분의 할인을 요청받거나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점이다. 거래 당사자 간 우월한 지위에 따른 강요로서 납품하는 업체가 수수료나 할인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런 불공정 과정에서 중소 간납사가 부도를 내거나 일방적 폐업을 하는 경우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업계입장에서는 병원과 간납사 간 법적 관계가 없기 때문에 병원측에 납품대금을 청구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오래된 유통 관행인 '가납' 부담도 가중된다. 가납이란 병원 필요에 따라 납품량을 공급한 뒤 사용량만큼만 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병원 측은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업체는 재고관리와 유통기한 관리·손망실의 책임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간접납품회사(간납사) 문제가 해묵은 논란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4월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간납사 문제 해결을 위해 병원재단 직영 간납사 제한·공급내역보고제도 도입 등에 대한 법제화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간접납품회사(간납사) 문제가 해묵은 논란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4월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간납사 문제 해결을 위해 병원재단 직영 간납사 제한·공급내역보고제도 도입 등에 대한 법제화에 나서기로 했다.

대부분의 간납사는 병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통행세 형식의 수수료만을 징수하고 물류·가납 재고 관리·분실 등의 손해는 모두 공급업체에게 전가하고 있다. 일부 규모가 큰 기업에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에는 과다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유통 구조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유통구조개선 TF를 구성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유통구조개선 TF는 지난해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병원과 간납사 간의 특수관계를 제한하는 입법활동을 지원하고, 보건복지부에 바이오헬스 규제 과제로 간납사 문제 해결을 제안하면서 정부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유철욱 유통구조개선 TF위원장은 "4월 총선 이후 새 국회가 구성되면 기존 진행해 왔던 의원 입법을 보완해 재단직영 간납사를 제한하는 법제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시행 예정인 공급내역보고 제도에 간납사가 발 붙일 수 없도록 제품 이동 보고체계, 병원 납품가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강화해 간납사의 유통현황에 대한 투명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입장은 명료하다. 유통 투명성을 높여 거두는 효과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치료비용이 간납사와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는 행태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전영철 TF위원은 "국민 보장성 강화에 쓰여야 할 혈세가 현행 규정의 맹점을 이용해 간납사의 배를 불리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의료기기 산업계 전체가 손해를 감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도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기 공급내역보고를 통해 유통가에 대한 단계적 신고 제도화 차원에서 먼저 최종 병원 납품가를 보고토록 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추적관리 대상에만 적용하는 유통보고체계를 등급별로 전 품목으로 확장해 UDI라는 새로운 운영체계를 법제화했다. 모든 품목에 인식코드가 적용되고 제품의 이동에 따라 보고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간납사와 병원 간의 거래실태와 수익이 노출되고, 실거래가 상한제를 이용한 간납사의 이윤실태가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유철욱 TF위원장은 "의료기기업체 80% 이상이 10억 미만의 작은업체이고 제품이 다양해 유통 관리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간납사에 대한 업계의 부담을 해소하는 법령·제도를 마련해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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