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사는 행정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의사는 행정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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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행정업무 의사들 번 아웃...규제 개선해야 
[이미지=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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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동네 병의원들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단순 감기부터 폐렴·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과 여성·소아·척추·관절·통증 질환 등 주변에서 흔히 보는 질환으로 고통받는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동네 병의원들은 예방접종을 비롯한 공공의료의 기능도 일부 맡고 있어 보건의료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대학병원들에 대한 의료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로 인해 수도권 대형병원과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상대적으로 동네 병의원들은 저수가에다 환자 수까지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각종 의료 장비 등 비용이 늘어나  갈수록 경영 상황이 열악해 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규제만능주의 정책으로 인해 의료기관들은 엄청난 행정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의료기관은 ▲결핵 예방 교육 ▲의료 폐기물 배출자 교육 ▲산업안전 보건교육 ▲자율점검 신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자료 제출 고시 ▲공기 질 관리 ▲안전관리 요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교육 ▲감염관리를 위한 방문객 통제 ▲수술실 출입관리 기록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교육과 자료 제출은 물론 신고 등 행정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환자를 진료하기보다 병원행정이 더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개원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각종 고시와 훈령들이 330개가 넘을 정도로 매일 같이 규제가 쏟아져 나온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행정처분을 받고,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과다한 행정업무로 의사들이 환자를 보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정신적·육체적 피로 또한 극에 달해 있다. 이쯤 되면 환자 진료보다 행정업무가 주가 되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정부가 보건의료의 질을 높이겠다고 쏟아낸 각종 고시와 훈령들을 지키느라 환자 볼 시간이 줄어들어 오히려 보건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심각하게 들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병원급은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직원들이 있어서 의사들의 부담이 줄지만, 의원급 개원가는 원장 혼자서 진료를 보면서 동시에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번 아웃될 지경이다.

2017년 미국의 의료정보 사이트인 메드스케이프가 1만 5000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늘어난 행정업무로 인한 '번 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42%에 달하고 우울증을 겪는 의사는 15%에 이른다며 의사의 불건강이 환자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인 관심 사건이 발생하면 정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법령·훈령·고시 등으로 규제를 늘려 관료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일에 몰두하면서도 각종 규제로 인해 의료기관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나 몰라라 외면한다.

이필수 부회장(전남의사회장)
이필수 부회장(전남의사회장)

개인정보 보호 교육·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아동학대 및 노인학대 신고 의무자 교육·산업안전 보건교육을 포함한 수없이 많은 필수교육 항목들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런 규제나 교육들이 의료기관들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연례의식 정도로 느낄 정도다. 

저수가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다 문재인 케어로 붕괴한 의료전달체계 등 어려운 의료현실 속에서도 동네 병의원들은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편의라는 미명하에 계속 각종 고시를 양산해 최상의 진료보다 이차적인 각종 행정업무에 시달리게 한다면 결국 최종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의사들의 정신건강은 의료서비스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고 자칫 간과했다가는 의료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일선 병의원들에 대한 행정규제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보건의료 관련 각종 법률이나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들 때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논의를 통해 의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환자 진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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