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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부위통증환자, 10명 중 8명 자살충동…장애 인정 시급
복합부위통증환자, 10명 중 8명 자살충동…장애 인정 시급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11.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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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통증' 신체적 장애에 준한다 인정…제도 개선 기대
대한통증학회,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삶의 질 설문 조사 결과 발표
임윤희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정환
임윤희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정환

국내에서는 매년 1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에 시달리고 있지만, 장애인에게도 포함되지 못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해 10명 중 8명(80%)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CRPS 환자들이 하루빨리 장애인에 포함돼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건강보험 급여 확대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병의 이름이 가리키는 그대로 통증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그 치료 또한 매우 어렵고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자 수는 명확하지 않으나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연간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29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1000명 이상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환자들의 통증의 실체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오해는 환자를 더욱더 힘들게 하는 실정이다.

대한통증학회는 2019년 7월부터 전국 37곳 수련병원에서 치료받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251명을 대상으로 환자들의 질환과 경제 상태 등 삶의 질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치료받고 있는 환자 대부분은 20∼50대의 왕성한 사회·경제적 활동기의 연령층이었다.

또 이들은 주부·학생을 제외하면 75% 이상이 발병 전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었으나, 발병 후에는 이들 중 2/3는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원인으로는 통증 점수 7점(10점 기준) 이상의 극심한 통증과 이로 인한 수면장애 및 신경정신과적인 문제의 동반을 들 수 있으며, 처음 발병할 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에서 몸 이곳저곳으로 통증 부위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설문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의 환자가 가벼운 일상활동에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대답했고, 약 80%의 환자들이 '자살 충동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치료에 필요한 병원비의 부담은 절반 이상에서 건강보험·의료급여 등을 이용해 자비로 치료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설문에 응한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사회활동 수입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 환자의 26%만이 '산재보험이나 국가지원금으로 생계유지를 한다'고 했고, 그 외 환자들은 '가족·지인·대출 등을 통해 생계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삶의 질 간편형 척도를 이용한 삶의 질 관련 설문조사의 결과에서도 육체적·정신적·사회적·환경적 요소 모두에서 낮은 점수가 확인됐다.

임윤희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는 "이번 조사로 대부분 환자가 질환 자체로도 힘든 상황일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부분에서도 매우 열악한 상황에 노출돼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전체적인 삶은 삶의 질을 논하는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처참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영훈 대한통증학회장은 "그래도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처음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에서 통증을 신체적 장애에 준한다는 것을 인정해줬다"며 "앞으로 국회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등과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윤희 홍보이사도 "아직 통증은 공식적으로 장애인 판정 척도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적어도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이번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통증은 장애로 국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전영훈 회장은 "사회·경제적인 부분에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환자를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리길 희망하면서 앞으로도 대한통증학회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뿐만 아니라 소외된 환자들의 편에 서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만성 통증의 경우에는 통증이 계속 방치돼 신경의 이상이 중추로까지 확산해 버리면 이를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 만성화된 통증을 줄이는 적극적인 치료가 행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경 차단술을 포함한 통증 주사 치료 역시 그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며, 이렇게 함으로써 환자를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크게는 통증을 방치해 발생 가능한 더 큰 국가 사회적 비용부담을 줄이는 데 이바지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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