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치료 힘든 만성통증질환자, 기준 모호...'삭감' 막막
진단·치료 힘든 만성통증질환자, 기준 모호...'삭감' 막막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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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규 의원·환자단체, "적정치료·합리적 심사기준 마련" 촉구
보건복지부 "기준 없어서 급여 어려워...임상진료지침 중요"
3일 국회에서 열린 '만성통증질환자의 적정치료 및 합리적 심사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환자들이 극심한 통증과 명확한 급여기준이 없어서 삭감당하는 이중고를 해결해 달라고 의료계와 정부에 호소했다. ⓒ의협신문
3일 국회에서 열린 '만성통증질환자의 적정치료 및 합리적 심사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환자들이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급여기준이 없어서 삭감당하는 이중고를 해결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의협신문

환자단체와 의사 출신 국회의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만성통증질환자에 대한 적정치료 및 합리적 심사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진단은 물론 완치도 어려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이 자살까지 생각할 만큼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 급여 삭감이라는 이중고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고 절절하게 호소했다.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질환 중 CRPS는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신병병성 통증을 뜻하며, 아주 미세한 자극에도 해당 부위가 화끈거리고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희귀난치병이다.

3일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 주관으로 '만성통증질환자의 적정치료 및 합리적 심사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윤일규 의원은 "환자의 통증이 자살을 생각할 만큼 상상을 초월한다. 마치 '쓰나미'같은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이다. 그러나 중추신경계의 오묘한 원리 때문에 사회적 평가, 진단에 대한 객관화된 기준 마련이 어려워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CT·MRI 검사로도 진단이 어려운 CRPS 환자에 대한 국가, 사회적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이 갈등을 마무리해야 할 때"라면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CRPS 환자이자 의료인인 김영옥 한성성모병원 간호사는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CRPS 환자 치료에 대한 삭감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 측의 배려를 호소했다. 

"환자들은 '타는 것 같다', '칼로 찌르는 것 같다, '쏘는 것 같다'고 통증을 표현하고 있다. 옷깃의 작은 스침, 선풍기 바람 등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원인과 메커니즘도 명확하지 않은 극심한 통증에 죽음을 생각할 정도"라면서 "그런데 CRPS 확진을 위한 단일 수단도 없고, 객관적 지표도 없다는 이유로 다른 질병에 비해 잦은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 삭감률이 다른 질병 평균의 2.6배에 달하고, 다른 질병보다 두배 빠른 삭감 건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삭감 자체도 문제지만, 흔들리는 심사기준도 큰 문제"라며 "기존에 꾸준히 인정받던 치료가 사전통보 없이 삭감 대상이 되기도 한다. 비슷한 치료에 대해 시기, 권역, 지역별로 급여 여부 결정이 달라지기도 한다"면서 "경영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의료인은 치료를 중단해 환자가 치료 기회마저 박탈 당하고 있다. 꼭 필요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게 부디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의료인도 환자 고통에 공감하며, 빠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손병철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신경손상의 일차적 치료 후에도 지속되는 만성 신경통 환자들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입장에서 보면, CRPS 환자만 유독 많은 의료비용이 발생하고, 삭감 및 조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신경손상 후 소수지만 평생 장애와 함께 중증 신경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우리 주위에서 조금만 돌아보면 많기 때문이다. 다친 것만 치료하고도 통증이 남은 사람들에게 참으라고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근거가 없고 관련이 없다고 조정돼 제출한 진료의견서를 첨부했지만, 진료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반응은 없었다"고 임상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CRPS 환자의 치료는 다학제, 통합적 치료 관리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국내 학계와 의료시스템 속에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다. 여전히 CRPS 질환의 진단과 임상 양상에 대한 전문가 간 견해 차이가 있다. CRPS 치료 관리에 대한 국내의 표준진료지침도 없다"면서 "CRPS 환자 치료에 있어서 다학제, 통합적 접근을 촉진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환자 중심 의료의 문화와 가치가 CRPS 치료와 관리에도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의료급여과장는 정부 입장에서 뚜렷한 임상진료지침이 없는 질환에 대한 급여 결정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의학계에서 임상진료지침만 마련해 준다면, 심사·평가의 우선 협상 대상으로 지정해 빠른 급여화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RPS의 마취통증 분야는 어느 정도 진료지침이 마련돼 삭감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재활치료, 정서치료, 심리치료 등 분야에는 전반적으로 표준진료지침이 확립되지 않았다. 보행치료의 경우도 현행 급여기준상 중추신경계 질환에 의한 마비는 급여가 된다. 그러나 CRPS는 중추신경계 질환이라는 근거가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한 선행적 임상진료지침 확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현행 의료행위 건별 심사체계에서 경향심사체계로 개편하려고 하고 있다. 의료행위 건별 심사에 의한 삭감이 아닌, 지침에 어긋난 진료 및 청구를 의료기관의 경향을 심사하는 형태로 전환하려고 한다"면서 "현재 대한의학회에서 임상진료지침에 대해 인증을 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CRPS에 대한 임상진료지침이 마련되면, 급여기준을 협의할 수 있다. 미루는 것이 아니라 기준이 없어서 적용이 어려운것이다. 급여기준이 동의가 된다면, 심사·평가 대상에 우선 순위로 넣어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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