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년째 10명도 안 돼…'사후정원 제도'로 눈가림 통계
대전협 "기피과 내 양극화 '심각'...문제인식도 안 되고 있어"
예방의학과 등 기피과 중에서도 상황이 더 열악한 외면과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공의들은 기피과 안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예방의학과의 전공의 충원율은 언제나 '100%'로 표시된다. 다른 과와 달리 '사후정원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 예방의학과는 사전 모집 정원을 정해두지 않고, 그 해 선발한 전공의 수 전체를 정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전협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감사 및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내부에서 해당 충원율을 근거로 '예방육성 지원과목에서 빼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오가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전협은 다른 과에 적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충원율 공식을 적용하면 예방의학과의 실제 전공의 충원율은 최근 5년간 평균 20%라고 밝혔다.
대전협은 "예방의학과는 기피과 중에서도 가장 낮은 충원율"이라며 "최근 들어, 사정은 더욱 열악해졌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신규 전공의가 고작 9명과 7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등 공중보건학적 위기를 겪을 때마다 예방의학과 전문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만,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나 지원책 마련은 전무하다"고도 꼬집었다.
기피과 중 하나인 외과의 경우, 학회 차원에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대폭 개선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예방의학과 등 기피과 중에서도 상황이 열악한 외면과에서는 이런 시도조차 요원하다는 게 대전협의 지적이다.
대전협은 "외과의 경우, 수련환경뿐 아니라 역량 중심의 교육을 위해 교수부터 전공의까지 함께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60%대를 넘지 못하던 외과 전공의 충원율은 최근 80%대다. 기피과 중에서는 최상위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예방의학과 등 근본적으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과나 핵의학과와 방사선종양학과와 같은 계열은 이러한 문제인식 조차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외과, 흉부외과, 병리과 등은 그나마 '기피과'로 언급이라도 된다. 이에 어느 정도의 인력과 병원 내 수익원이 있는 과는 개선해 보려는 시도라도 할 수 있다"며 "반면 기피과 중에서도 상황이 더 열악한 과의 경우 '전공의 기피-업무부담-부실 교육-전문성 약화-전공의 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운데 있다. 이제는 자력구제 능력조차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기피과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동안, 기피과 내부에서까지 양극화가 발생했다는 진단이 나온 것.
박지현 회장은 "대전협은 그동안 실제 수요를 감안한 권역별 통합선발 후 지역 순환 수련이나 공공의료 및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예방의학과의 경우 정부 TO로 선발 후 유관기관 파견 수련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기피과 문제에 대해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때뿐이다. 더이상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