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외면하는 비정한 사회...이건 아냐"
"정신질환자 외면하는 비정한 사회...이건 아냐"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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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용진 원장 "정신질환자 치료받을 권리 무시...잘못된 편견 버려야"
환자단체 절규…"정신질환자도 국민...치료받고 싶은 데 갈 곳 없어"
제용진 원장(아너스병원 설립 허가 신청자, 왼쪽에서 첫 번째)이 병원 설립 불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의협신문 홍완기
제용진 원장(아너스병원 설립 허가 신청자, 왼쪽에서 첫 번째)이 병원 설립 불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의협신문 홍완기

"정신병원은 난폭함을 조성하는 위험한 곳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인천서구 정신병원 설립 불허 통보를 받은 당사자인 제용진 원장이 9일 '정신병원 개설 불허 통보 규탄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손이 심하게 떨렸다.

제용진 원장(아너스병원 설립 신청자)은 "인천 서구에 26년간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사로 살아온 경험을 쏟아 정신질환자들을 보다 잘 돌볼 수 있는 정신병원을 세우고 싶었다"면서 "사회 공헌을 위한 활동도 넓히고 싶었다"라고 한탄했다.

"저 혼자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다. 병원 하나, 한 명의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밝힌 제 원장은 "제 아들이 절 보고 아빠와 같은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같은 일을 반복하게 해선 안된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제용진 원장,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관계자들은 9일 오전 11시 인천광역시 서구청 앞에서 '인천광역시 서구 정신병원 개설 불허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신병원'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으로, 정신질환자들의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는 환자단체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사회적으로 정신 의료기관에 대한 님비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이라며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런 비정한 사회가 됐나. 님비현상이 아무리 심하다 해도 무조건적인 반대는 멈춰야 한다"고 외쳤다.

"치료를 중단한 일부 조현병 환자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600만 명의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은 죄인이 된 듯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밝힌 조순득 회장은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정신질환자들의 진료받을 권리와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신 의료기관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순득 회장은 "치료 중단자들이 인천 서구 거리를 활보하기를 진정 원하는가. 치료를 중단시켜 극단으로 몰아야 직성이 풀리겠느냐?"고 반문하며 "인천 서구청의 정신병원 개설 불허는 정신질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성 정신장애인가족협회 법제위원장은 "인천 서구에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제도나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병원 설립 문제뿐 아니라, 정신질환자가족들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항규 정신장애인가족협회 경기남지부장은 "저는 치료를 받고 비장애인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장애인은 혐오의 대상이고, 배제의 대상"이라며 "주민들의 항의에는 귀 기울이면서 왜 정신장애인들의 호소는 들어주지 않냐"면서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어 민간에게 진료를 맡겼으면, 병원을 지원해 주지는 못해도 설립을 막아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유관기관과의 연대투쟁 계획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제용진 원장,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관계자들은 9일 오전 11시 인천광역시 서구청 앞에서 '인천광역시 서구 정신병원 개설 불허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제용진 원장,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관계자들은 9일 오전 11시 인천광역시 서구청 앞에서 '인천광역시 서구 정신병원 개설 불허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의협신문

제용진 원장은 "지역주민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이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방관하고, 대법원 판결이나 기본법보다 주민의 민원을 우선시한 행정의 문제"라고 짚었다.

"국가 차원에서 정신병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전체의 문제다. 제대로 치료받은 정신질환자들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정신병원이 지역사회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밝힌 제 원장은 "의사의 진료권을, 또 환자의 진료권을 무시하지 말아달라. 개설 허가를 다시 한 번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의협은 9일 기자회견 직후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가장 좋은 해결책은 (서구청이)개설신청을 적법하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다. 인천 서구청장의 입장 변화를 기다릴 것이고, 요청도 하겠다. 그래도 입장을 고수한다면, 행정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바로 돌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법한 행정행위를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 서구 보건소는 지난 5일 주민의 안전과 WHO의 병상권고기준 등을 이유로 정신병원 개설 허가 거부 처분을 통보했다.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은 정신병원 설립과 관련한 주민설명회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은 인구 1000명당 1개 병상이다. 서구에는 이미 1058병상이 있다"며 "권고기준을 초과한 병상수가 자리 잡고 있어, 추가 시설을 배제한다"고 불허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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