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왜곡의 기전 '강제 건강보험 계약'
의료 왜곡의 기전 '강제 건강보험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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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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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의료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은 우리나라 의료가 심하게 왜곡됐다고 말한다. 의료 왜곡의 핵심에는 건강보험제도가 있다. 건강보험은 사회보장의 한 수단이며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널리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나라처럼 의료가 왜곡돼 있다는 평가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 의료 왜곡의 원인으로 의사의 이기심을 지목한다. 또 어떤 사람은 행위별수가제를 지목하기도 한다.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도, 일반 국민에게도, 다른 나라 의사에게도 이기심은 있다.

제도는 각자의 이해와 이기심을 전제로 합당한 운영을 도모하는 것이다. 만일 사람의 이기심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면 자본주의라는 제도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아직 행위별 수가제는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병원 수가와 구별해 의사 수가는 행위별 수가제를 사용하는 나라가 많다. 행위별 수가제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병원 수가와 의사 수가를 구별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사실 우리나라 의료왜곡의 기전은 건강보험 제도가 강제계약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서구 민주주의 사회는 국민의 의료보장을 위해 의사나 의료기관을 강제로 동원하지 않는다.

다수인 국민의 의료보장을 위해 소수인 의사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관념은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구 민주주의 사회의 의료보장에서 보험자와 의사, 의료기관의 관계는 계약에 따른다. 최소한 계약 체결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다. 

계약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일종의 국가간 계약이다. 미국은 한미 FTA 협정이나 재개정 과정에서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를 압박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미국의 모든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다면 협정 체결을 거부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도 무한정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없다. 그래서 적당한 타협이 이뤄진다. 만일 미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강제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면 매우 불공정한 협정이 만들어 질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에서 실질적 의미의 계약은 없다. 국민건강보험법은 보건복지부에 건강보험의 거의 모든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많은 걸 해 줄 수 있다고 선전하고 표를 모은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의료 부문에 철저하게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건강보험료 인상도 억제한다. 

결국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돈은 없는데 국민에게 뭔가를 해 주거나, 해줬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복지부 공무원은 재정의 한계 내에서 조금 불합리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계획안을 만든다. 

보건복지부 공무원 입장에서는 '조금 불합리하지만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의 시장경제에서는 불가능한 안이 많다.

또한 개개의 안은 어느 정도 실현가능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모이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어쨌든 의정대화는 진행된다. 그러나 실질적 의미에서의 대화는 없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하는 일은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미 전임자들은 강제로 모든 걸 해왔는데 내가 이것을 못한다면 무능한 공무원이 되고 만다. 관변 학자들의 도움도 받고 의사의 비리를 터뜨리는 언론의 도움도 받는다. 

결국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시행된다. 좁은 의미의 정책의 목표는 어느 정도 실현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의료는 더 왜곡돼 간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새로운 의정대화가 이루어진다. 같은 일이 반복된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열심히 일했지만 의료는 이렇게 왜곡돼 간다. 

이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우리나라 의료 왜곡의 기전이다. 서구의 민주주주의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제계약으로 건강보험의 모든 것을 해결해 온 그것이 바로 의료왜곡의 주범이다. 

혹자는 의사가 계약을 거부해 의료보장이 마비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한다. 방법은 있다. 중재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통상 중재는 양 당사자가 대표를 1명씩 내세우고 양 당사자가 동의하는 제3의 인물을 합해 3명으로 중재부를 구성한다.

이렇게 하면 보건복지부도 합리적 계획을 만들어야 하고 의료계도 합리적 수가를 요구해야 한다. 각자가 자료를 근거로 설득해야 하며 최소한의 일방적인 계약을 막을 수 있다. 양 당사자가 합의를 이루지 못해도 중재부는 결정을 내려야 하고, 의료 보장이 마비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중재를 통해 실질적인 타협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의료계는 수가인상 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장기적인 건강보험 재정전망이 분명하다면 타협할 수도 있다. 현재의 건강보험 구조는 많은 부분이 불투명하다.

다만 보건복지부 공무원·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의 월급이 지급될 것이라는 예측 정도만 가능하다.

중재라는 제도를 이용해 최소한의 합리적 운영이 보장된다면 지출(건강보험 보장) 계획은 있으면서도 수입(건강보험료율) 계획이 없는 정책안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결국 이런 법적 구조가 있어야 의료왜곡을 막을 수 있다. 

강제계약의 틀 속에서는 합리적 공무원도 합리적 안을 만들고 실현시킬 수 없다. 열악한 재정의 한계 내에서 만든 왜곡된 안을 의료계에 제시하고 관철시키지 않으면 무능한 공무원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사이에 진정한 대화를 실현할 수 있는 법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료보장을 운영해 온 방법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6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원급 의료수가 2.7%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6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원급 의료수가 2.7%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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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기 2018-09-08 10:25:14
고구마 쳐먹어서 꽉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