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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지원 못받은 문케어 "기재부 설득 못했다"
재정 지원 못받은 문케어 "기재부 설득 못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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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 아닌 건보 준비금서 70% 충당...건보법 규정 어긋난 탈법적 사용
박형욱 교수 "보험료 부담·수요자 권리 제한 등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제4차 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케어와 건강보험 정책 방향'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가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제4차 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케어와 건강보험 정책 방향'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없애 획기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기 위해 건강보험 준비금에서 필요 재정의 70%를 충당키로 한 것은 경제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행정기관인 기획재정부 조차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건보 준비금을 탈법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대한의학회 법제이사)는 19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제4회 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케어와 건강보험 정책 방향' 주제 강연을 통해 "정부는 지난해 8월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이 보장한다'고 발표했지만 비급여를 모두 보장해 줄 수 없다고 뒤늦게 인정했다"면서 "앞에서는 의학적 비급여를 다 보장해 준다고 표현하고, 뒤에서는 보장률 70%만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보장률 70%가 달성된다는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문케어에 필요한 재정의 70%를 건강보험 준비금에서 사용하겠다는 정부의 재정 조달 계획에 대해서도 "준비금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에 충당하거나 지출할 현금이 부족할 때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 제2항에서 준비금을 사용한 경우 해당 회계연도 중에 이를 보전하도록 규정한 것은 준비금을 제한해서 일시적으로 사용하고 곧 충당해 넣으라는 의미"라고 준비금의 탈법적 사용 문제를 짚었다. 

박 교수는 "준비금 적립 제도는 건강보험의 지속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마련한 것이라는 취지를 몰각하고,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전용하는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법령의 취지를 악용하는 탈법"이라고 비판했다.

"문케어 재정의 70%를 적립된 준비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결국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없애는 획기적 의료보장을 이루겠다면서도 세금은 전혀 안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박 교수는 "문케어 추진 세력이 정부 내의 기재부조차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기재부가 정한 재정 지원과 보험료율의 한계 내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혜택을 국민에게 주여야 하는 묘수를 짜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가입자와 보험자 사이에 의료기관을 강제로 끼워 놓고 수많은 의무를 부과하면서 중층의 규제로 운영하는 제도"라면서 "관료 중심의 규제 속에서 속으로 곪는 제도가 될 수 밖에 없고, 부작용의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정점에 문재인 케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박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속도 조절, 현 정권의 지지율과 의사단체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의료전달체계는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고, 관료적 통제는 더 강화될 것이며, 의료왜곡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 뒤 "국민은 싼 값의 의료를 좋아하면서도 건강보험 부담과 합리적 의료이용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걱정했다.

건강보험 정책의 합리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박 교수는 "어느 수준의 보장률을 누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건강보험료율을 감내할 것인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오로지 공급자에 대한 규제로는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할 수 없다"고 밝힌 박 교수는 "한정된 의료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요자측 권리를 제한하거나 비용을 인식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다양하며 급격한 의료기술의 발전을 이분법적 관리체계와 예비급여제도로 대응하면 결국 감당을 못하고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의료기술 발전과 의료보장을 위해 ▲위험 대비 이익 기준을 사용하는 의료 ▲안전성·유효성 기준을 사용하는 의료 ▲비용효과성 기준을 사용하는 의료 등 각 영역의 고유한 기능을 인정하되 부작용을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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