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포비아"
"조현병 포비아"
  • 김지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2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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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정신질환자는 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나
김지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장 ⓒ의협신문
김지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장 ⓒ의협신문

"환자들 무섭지 않아?"

최근 중증 정신질환자의 폭력사건이 연일 이슈가 되고 실시간 검색어에 조현병이 상위에 오르면서 흔하게 듣는 질문이다. 한편에서는 위험한 환자들을 길거리에 나오지 못하도록 다 가둬야 한다는 과격한 목소리가 나오고 심지어는 '조현병 포비아'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 짧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실 결코 짧지 않은 설명과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중증 정신질환은 치료된 상태에서 상당히 안정적이다. 다만 다른 질환과 구별되는 주요한 특징이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점점 고통이 심해지고 스스로 병원을 찾게 되는 일반 질환과는 달리 중증 정신질환은 질병이 악화될수록 내가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능력, 이른바 '병식'이 손상되어 자발적 치료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병은 계속 악화되고 그 결과 올바르게 사고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손상된다. 결국 중증 정신질환자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위험을 초래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수많은 질환 중에서도 특히 중증 정신질환의 치료는 그 개입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정신과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법이 있다.

위와 같은 특징 때문에 중증 정신질환의 치료는 좀 특별하다. 국가가 '강제입원 제도'를 법으로 명시하여 자발적 치료가 힘든 환자의 치료를 보장함과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악화된 증상으로부터 환자 자신과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정신보건법'이라고 부르는 이 법은 세계의 많은 국가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으며 환자의 치료와 인권 보호, 사회의 안전을 담당한다.

그런데 왜 유독 최근에 와서야 치료받지 못한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는 걸까. 우리나라는 2017년 5월, 기존의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개정하였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중증 정신질환자가 비자발적 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명백한 자, 타해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의학적으로 자발적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중증 정신질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자, 타해 위험이 없으면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결국 환자의 증상이 더욱 악화되고 에측불가능한 행동을 저지르는 단계가 되어야 입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개정의 골자는 입원요건 및 절차를 까다롭게 하여 환자를 불필요한 강제입원으로부터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입원 문턱이 높아지면 필연적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결국 자타해 위험성이 점차 높아져 사고의 고위험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환자를 불필요한 강제입원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치료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핵심은 입원과정의 복잡성이 아니라 강제성을 결정하는 최종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국가가 담당하고 책임짐으로써 강제입원의 정당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잘못된 입원을 걸러내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신과 의사와 환자 모두 강제입원결정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사법입원제도'를 요구하였으나 정부의 예산 및 인력부족으로 인해 결국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환자와 사회의 안전은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실 국가가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안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원해달라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2008년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이미 사법 입원 제도 도입을 비롯해 다양한 정신질환자 지원사업에 대한 검토가 있었으나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을 이유로 무산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1인당 정신보건지출은 미국이나 영국의 1/6 수준으로 정신보건 분야의 투자가 매우 열악하며 여전히 환자의 치료와 부양의 모든 책임은 민간인인 정신과 의사와 보호자에게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병원 밖에서 중증 정신질환자를 돌보고 악화된 증상이 발현되었을 때 신속하고 안전하게 치료환경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국가적 인프라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퇴원 후 중증 정신질환자 서비스 전달체계인 정신건강센터에 등록해 관리받는 환자는 4%에 불과하며 상담인력 1인당 사례관리 대상 환자가 평균 70명으로 제대로 된 관리가 불가능하다. 외래의 치료를 보장하는 외래치료명령제는 유명무실하고, 중증 정신질환자를 위한 주거시설은 수용정원 7천여 명 수준으로 전체 환자 50여만 명의 2%도 되지 않는다. 또한 환자의 이송을 담당하는 경찰과 119 구급대는 업무의 포화상태로 사실상 사설구급대가 동원되어 각종 불법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환자의 증상 악화로 인한 고통과 위험은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는 역설적으로 환자를 가두는 주체가 되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사회 구성원은 위험에 노출되며, 환자는 제때에 치료받지 못하여 위험한 사람들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강제입원과정에서 선제적으로 개입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이송 과정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자 이송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직업적, 사회적 기능이 손상된 중증 정신질환자의 부양책임을 보호자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퇴원 이후의 경제적, 사회적 지원시스템을 갖추는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
환자와 사회의 안전은 규제가 아닌 투자와 지원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맺으며

최근 늘어나는 "조현병 포비아"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국가의 무관심이 낳은 비극의 결과물이다. 이제는 사회를 환자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것 못지않게 환자를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중요함을 이해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무서운 것은 환자가 아니라 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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