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반대했다고 공정위 칼 휘둘러서야"
"정부 정책 반대했다고 공정위 칼 휘둘러서야"
  • 송성철 기자
  • 승인 2018.04.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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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의료기관 약화·의료시장 영향 제대로 살피지 않은 처분이 문제"
고등법원 "소청과의사회 공정·자유 경쟁 저해했다 인정하기 어렵다"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5억원 대 과징금 납부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사진=ⓒ의협신문 김선경기자]
서울고등법원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5억원 대 과징금 납부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사진=ⓒ의협신문 김선경기자]

법원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에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5억 원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한 이유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과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지 않은 채 정부 정책에 반대했다고 처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쓴소리도 했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김우진)는 지난 5일 소청과의사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의 5억 원 과징금 처분 및 시정 명령(2017년 5월 30일 전원회의 의결)을 모두 취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3월 소청과의사회가 보건복지부의 달빛병원 정책이 중대형 병원만을 지원, 동네 병의원에 피해를 초래한다며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소청과의사회는 정부 정책에 반발, 달빛병원을 신청한 4개 병원을 방문해 지정 신청 취소를 요청한 데 이어 인터넷 사이트(페드넷) 이용을 제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5월 "소청과의사회가 달빛어린이 사업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사업 참여를 취소하라고 강요한 것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라면서 시정명령과 함께 5억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다. 

소청과의사회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구체성·명확성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과징금 20%를 가중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서울고등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소청과의사회가 제한행위를 통해 구성사업자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의료기관 운영 방법 등을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제한행위가 계속 유지되고 있더라도 달빛병원사업에 참여한 중대형 병원장의 사업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제의 정도에 이른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전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6561명 중 55.2%(3623명)이 회원으로 가입, 권리 정지·경고·시정지시 등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은 점, 의사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법상 절차에 따라 할 수 있을 뿐 소청과의사회가 달빛병원 참여를 이유로 행정처분을 할 수 없는 점, 소청과의사회가 주관한 연수강좌를 통하지 않더라도 의료법상 보수교육 이수의무를 이행하는 데 큰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페드넷을 이용할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사이트를 통해 정보교환이 가능한 점, 페드넷 이용이 소청과 전문의로서 의료기관 운영에 필수적이거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소청과의사회가 제한행위를 한 것은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중대형병원만을 지원함으로써 동네병원이나 개인병원에 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정책에 대한 반대가 주된 목적"이라며 "구성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의료서비스의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주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의료수가 인상을 요구하거나 폐업·휴업·야간이나 휴일 진료시간 단축 등 의료서비스 공급을 제한하거나 의료서비스 수준을 낮추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공정거래법이 규율하는 경쟁제한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사건 제한행위가 구성사업자들의 가격·수량·품질 등을 제한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저해됐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의료시장의 경쟁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지 않은 채 처분을 한 데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달빛병원 시행으로 단기적으로 소청과 환자에 대한 야간진료시간이 확대될 수 있으나 소청과 환자가 중대형 병원으로 이동하면 다수의 소규모 소청과 병원 수가 줄어들어 오히려 장기적으로 1차 의료기관을 통한 의료서비스의 제한,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해 상호 경쟁의 토대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달빛병원 사업 시행으로 인한 야간진료시간의 표면적 증가만을 고려했을 뿐 의료시장의 경쟁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지 않고 처분을 했다"고 지적했다.

제한 행위의 목적, 경쟁 제한 효과, 소비자 보호,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이라는 공정거래법을 제정한 목적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재판부는 "공정거래법은 정부 정책에 대한 사업자단체의 반대 행위를 구성사업자에 대한 강제 여부만을 평가해 규율하는 법이 아니다"면서 "이 사건 제한행위로 인한 달빛병원사업 참여자 수 감소와 신규 신청 제한 및 소비자에게 예상되는 구체적 불이익만을 근거로 소아청소년과 전체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의료서비스 공급량 감소, 가격 인상, 품질 저하 등을 낳아 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해 구성사업자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유사행위 금지명령 부분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로서 특정된 위반행위와 유사한 행위까지 금지할 수 있다면 원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한 것"이라며 "반복금지명령 중 유사행위금지 명령 부분은 시정명령의 구체성과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돼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17년 12월 29일 보건복지부가 독점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소청과의사회를 고발한 건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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