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 관점에서 연명의료법 바라보기
임상의 관점에서 연명의료법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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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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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희 원장(서울 광진·서울내외의원/외과전문의/전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이웅희 원장ⓒ의협신문
이웅희 원장ⓒ의협신문

연명의료법은 연명치료의 사전 포기와 사후 중단에 대한 입법적 해결을 바라는 의료계의 오랜 요청에 따라 어렵게 입법돼 올해 2월 4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서는 환영보다는 혼란과 원망의 목소리가 더 크다. 보건복지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연일 해석 지침을 내고 있다.

1997년 '보라매 사건'에서 회생 가능성 있는 환자의 주치의가 환자 보호자의 집요한 요청에 따라 인공 호흡 장치를 제거해 사망에 이르자 대법원은 주치의에게 살인방조죄를 선고했다. 이후 임상 실무에서는 회생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주치의가 인공 호흡 장치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행위는 살인죄라는 인식이 깊이 뿌리내렸다.

2008년 '김 할머니 사건'에서 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의 보호자가 주치의에게 연명 치료의 중단을 소송상 청구하자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해 피고인 주치의는 법원의 선고에 따라 인공 호흡 장치를 제거했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국내 최초로 존엄사를 인정한 역사적 판결이었지만 여전히 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 의사가 추정된다고 볼 수 있는가, 인공호흡기의 적극적 제거가 연명 치료 중단에 포함되는가에 대해 판결 내에서도 대법관 사이에 견해가 나뉘어 임상 실무에 연명 치료 중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차후 입법적 해결을 기다려야 했다.

임상의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명의료법을 임상 실무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겠다.

■ 사전 연명 치료 포기의 경우

연명의료법은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사전에 건강할 때 미리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법정 서식과 내용을 갖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따라야 한다(법 제12조). 미래에 혹시 말기 환자가 됐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연명 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두는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함께 성찰하는 사회적·문화적 풍토의 정착이 필요하므로 연명의료법은 매년 10월 둘째주 토요일을 '호스피스의 날'로 지정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홍보 활동을 독려한다(법 제6조).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데이터베이스화해 언제든지 인터넷조회가 가능하게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이후 작성자가 실제 말기 환자가 돼 병원에서 연명치료 포기(DNR·Do Not Resuscitate) 또는 중단에 관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즉시 효력을 잃게 된다(법 제12조 제8항). 과거 건강할 때의 추상적 의향보다는 말기 환자 당사자가 됐을 때의 구체적 의향이 더 중요하고 우선되기 때문이다.

응급실에 내원한 모든 환자가 급박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 연명의료법대로 본인의 의사를 보호자를 통해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하는가? 응급실 실무상 매우 긴요한 질문이다.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의하면 이 경우는 회생 가능성 있는 환자이므로 연명의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즉 기존의 임상 실무대로 의료진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심폐소생술·투석·인공호흡기 착용을 할 수 있다.

응급실에 내원한 연명의료법상 말기 환자가 급박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 연명의료법대로 본인의 의사를 사전에 확인해야 하는가? 이 때도 일단은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심폐소생술-기도삽관-인공호흡기 착용을 하고 본인의 적극적 의사는 추정된다고 본다. 이 때의 심폐소생술은 연명 치료가 아니고 회생 치료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예견되는 암 재발 환자, 간경화 말기 인접 환자 등이 응급실에 내원하거나 입원하면 기존의 임상 실무에서는 DNR을 서면으로 받는다. 안타깝게도 신설 연명의료법은 엄격한 법정 서식 및 내용을 요구하므로 기존의 DNR 서류는 효력이 없고 새로운 서식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법 시행이후 기존의 DNR 서류에 대해 효력을 전면 부정한 조치는 재고해야 한다. 이미 연명치료의 의사표시를 DNR을 통해서 명백히 한 말기 암 환자가 응급실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내원하면 기존의 DNR이 효력이 없어 전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한다. 기존의 DNR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경과 규정이 필요하다.

연명의료 계획서는 말기 환자가 돼 임종기를 맞이할 때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도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을 것이며, 혹시 재수술 등으로 인공 호흡기가 부착돼도 회생 가능성이 없어지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연명 치료 중단을 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연명의료계획서가 작성돼 있는 말기 환자는 응급실 또는 입원 상태에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 기존의 DNR 과 같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는 것이 적법하다.

■ 사후 연명 치료 중단의 경우

기본적으로 심폐소생술·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장착은 환자를 회복시키기 위한 회생 치료이다. 연명의료계획서가 작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만성 호흡기 질환이 악화되거나 신경계·순환계·소화계통의 암 수술 후 인공호흡기 장착 상태에서 회복에 실패하고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회생 가능성이 없어져 식물인간 상태가 되면 연명 치료 중단의 문제가 발생한다.

주치의는 말기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경우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임종기에 들어가면 사전에 밝힌 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 의사에 따라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대부분 인공호흡기 제거가 시행된다.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연명의료계획서이고 다음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다. 이런 증거가 없으면 보충적으로 보호자들의 진술, 다른 전문의 1인의 소견이 필요하다(법 제17조·제18조).

환자가 의료 과실이 의심되는 상황에 의해 인공호흡기 장착이 된 경우 주치의와 보호자 간에 연명 치료 중단 여부에 대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해당 의료기관의 장은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주치의를 교체해야 한다. 이 경우 주치의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법 제19조 제3항).

결론적으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주치의가 고의성을 갖추고 보호자의 허위 진술을 알면서 환자의 의사에 반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경우에 한해 연명의료법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서울법대 형법학 석사/서울의대 법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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