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경기 안산시단원구갑)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구갑)이 한의사에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진단용 X-ray·전산화단층 촬영장치(CT)·치과진단용 X-ray·유방촬영기·골밀도 측정기 등)를 관리·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신한방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잇따라 발의하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고 의료체계와 면허제도 역시 명확히 구분돼 있음에도 한의사에게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대법원·헌법재판소·각급 법원은 일관되게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며 "개정안은 사법부의 권능을 무시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추무진 회장의 단식 농성을 시작으로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 '국민건강 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출범 등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며 의료법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한의협 역사상 직선 투표로 회장에 당선, 재선에 성공한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초음파 골밀도 오진 시연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한방 수가 인하와 자신의 탄핵 투표가 진행되는 임시총회 현장에서 회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진데 이어 현직 한의사협회장이 의료기기 허용을 위해 정치권에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내용이 10월 10일 TV조선을 통해 보도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김 회장은 지난 10월 21일 회장 해임 통보를 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1월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한의사에게 의과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심사를 일단 보류하는 대신 의료계와 한의계가 의·한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비대위는 "국민의 건강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을 자격과 전문성이 결여된 집단과 논의를 하라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한방 의과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의·한·정 협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 비대위는 12월 10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연 자리에서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국에서 모인 3만 여명의 의사들은 ▲의료법상 면허종별에 맞는 의료행위 규정 ▲보건복지부 내 의사결정 투명화 ▲의과·한의과 건강보험 분리 ▲한의약 정책과 폐지 ▲한약을 포함한 한방행위의 과학 중심 기반 검증 ▲한약 성분 공개 및 처방전 의무화 ▲생애 주기별 한방 의료 서비스 과학적 검증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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