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연명의료결정법 중 핵심 내용인 연명의료 중단 결정 관련 조항들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 주도 하에 몇 개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및 실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시범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총 7명의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중단되는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촉발된 환자와 환자 가족의 자기결정권과 의료인의 진료의무 사이의 갈등이 김할머니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법질서 형성 과정을 거쳐 마침내 입법화가 완료된 것이다.

그렇다면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의료 제공과 관련해 환자와 의료진의 갈등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대법원 판결과 이를 반영한 현재 법률 내용을 보면 결코 분쟁이 모두 예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 근거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문서에 의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경우, 문서는 없으나 가족의 진술에 따라 환자 의사를 확인한 경우, 그리고 환자의 의사 추정이 없음에도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에 합의하면 이와 같은 의사를 환자를 위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것은 세 번째 근거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이다.
우선 김할머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환자 의사 확인 방법 기준이 설시됐는데,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환자 의사 추정 근거 없이도 가족들의 결정에 따라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기준을 마련해 놓았다.

환자 가족의 의사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헌법적 근거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의사확인이 불가능한 환자의 생명유지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가족이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와 같이 환자 의사가 아닌 가족 의사를 근거로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함에 따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큰 분쟁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가족들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는 경우이다.

연명의료 중단을 합의하고자 하는 가족들의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의료 제공 중단을 원하나 의료진이 환자에게 임종과정에 있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경우 가족들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가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임종과정 해당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의료진에게 분명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할 것이고, 이런 경우 의료진 결정 절차에 대한 객관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보라매병원 사건으로 치료 중단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의료진은 필연적으로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할 것인데, 이로 인해 임종과정 결정 자체에 대해 법원 판단을 구하는 가족이 나타날 수도 있고 막무가내로 진료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 판단을 의료진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지 아니면 가족들의 요청으로 개시해야 하는지와 같은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환자 가족이 의료진 결정 절차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아직 시행 예정인 법률이고,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절차가 보다 성숙해질 것이나 이미 예상되는 문제점은 법률 시행 전에 미리 차단하는 것이 분명 바람직하다.

해당 법률은 환자 최선의 이익 보장과 자기결정 존중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나, 이를 위해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대한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