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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 3인이 풀어놓는 연명의료법에 대한 고민

여의사 3인이 풀어놓는 연명의료법에 대한 고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2.0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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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서류작업 때문에 불필요한 연명의료 더 늘어날 것 같아 걱정
임종과정 2인 동의 어렵고 임종 시점 정확한 예측 불가능…논의 필요
서울대병원 연명의료 현장 의사 3인, 연명의료결정법 Q&A 자료 제작

2월 4일부터 연명의료중단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연명의료결정에 관여하고 있는 교수 3명이 현장에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Q&A 자료를 만들어 주목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김민선(소아청소년과/소아완화의료클리닉)·이진우 교수(호흡기내과/중환자진료부 긴급대응팀)·박혜윤 교수(정신건강의학과/암통합케어센터)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맞춰 의료계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연명의료 중단 및 유보를 실제로 어떻게 결정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질문(김민선 교수)와 답변(이진우 교수·박혜윤 교수) 형태로 요약 정리했다.

김민선 교수
김민선 교수

Q&A 자료는 연명의료,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소개에 이어 ▲연명의료가 법으로 제정된 의미 ▲실제로 의사들이 중환자실에서 경험해 본 죽음 ▲말기환자 혹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정의 ▲의료진이 연명의료계획서를 확인하는 방법 ▲임종과정 환자에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의 어려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효력 ▲실제 임종과정 판단의 어려움 ▲가족 전원 합의 방법 ▲환자와 의료진의 의견이 다를 때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환자에게 알릴 때 가족이 반대하는 경우 ▲시범사업 기간 중 임종을 앞둔 환자 참여가 높지 않은 이유 ▲법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 실제로 어떤 변화들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먼저 의료진들은 서류가 많아진 것에 부담을 많이 갖고 있었다. 답변을 보면 이진우 교수는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갑작스럽게 복잡한 서류작업이 생겼고, 여러 절차가 요구되면서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더 불필요한 연명의료가 늘어날 수도 있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실제로 의사들이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와 가족을 만나 보면, '이런 줄 알았으면 안했다', '이런 줄 알았으면 연명의료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얘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혜윤 교수는 의료진이 연명의료계획서 확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연명의료 결정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의사는 우선적으로 이 문서 작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의사표현과 관련 이진우 교수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환자, 가족뿐만 아니라 의료인도 말을 꺼내기 어려워 미루고 싶은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는 환자가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때 대부분 환자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경황없이 연명의료에 동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교수
이진우 교수
박혜윤 교수
박혜윤 교수

임종과정 판단과 관련 이 교수는 "의료진이 임종과정을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특히 임종이 임박한 상태는 1주일 또는 몇 시간 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의사 2인이 함께 동의하는 것도 어렵고, 임종 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이 부분은 향후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도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는 지적도 했다.

이 교수는 "임종과정 상황에서 절차와 서류제출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가 중요한데, 해외 거주하는 가족의 녹음과 녹취를 확인할 때 가족인 것을 증명하는 것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 어려운 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환자가 연명의료중단을 원해도 가족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해결해야 과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가족이 연명의료를 대신해 결정할 때 환자 본인보다 가족이 훨씬 더 연명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환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연명의료사업 시범사업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보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률이 낮은 것과 관련 이 교수는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작성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솔직하게 알리는 환경과 문화가 부족한 것 같다"며 "환자 결정권 존중 문화가 짧은 시간에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의료진의 충분한 진료시간과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말기에 대한 고지가 없이 바로 임종기를 얘기하는 것도 윤리적 거부감이 있을 수 있고, 의료진의 임종기 진단에 대한 이견과 정확한 시점 예측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의료진 교육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의료진과 병원 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 일반인 사이에서도 연명의료를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말했다.

한편, 이번 연명의료결정법 Q&A에는 민감한 부분인 처벌조항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빠져있어 현장 의료진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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