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의협신문 독자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비급여의 급여화 계획은 구체적으로 포함된 반면, 비급여를 포기하게 되는 의료계에 대한 보상 방식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특히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은 의료서비스 질 평가 등에 따른 선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보상이 특정 종별 또는 같은 종별 중 일부 의료기관에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2시 45분경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의료계의 걱정도 잘 알고 있다. 비보험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의료기관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한 보험수가를 보장하겠다. 의료계와 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의료계는 정부가 비급여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적정 보상 등을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상당수 의사는 적정 보상의 의미가 고질적인 저수가를 일괄적으로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을 포함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정부는 저수가의 일괄 인상이 아닌 의료 질 제고를 전제로 한 사실상 선별적 인센티브 제공 방식의 보상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손실과 보상의 불균형에 따른 특정 종별 또는 종별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의료 질 평가 결과 등에 따른 인센티브를 통한 보상은 결국 인력, 시설, 장비 등에 대한 투자 여력이 있는 의료기관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형병원 등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보다 투자 여력 면에서 크게 앞서기 때문에 보상 대부분이 병원급 이상에 쏠릴 수 있고, 이럴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은 비급여 급여화에 따른 손실은 손실대로 보고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이전처럼 비급여 급여수가가 관행수가보다 절반 수준 이하로 책정될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게 의료계 일각의 시각이다.

또한 비급여 급여화 과정에서 일부 비급여 의료행위, 즉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비용 효과성이 매우 낮거나 없다고 판단되는 행위는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비급여를 완전히 포기하는 의료기관으로서는 개별적으로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을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의료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및 일차의료 활성화 계획 실현 여부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의원-외래, 병원-입원 중심 의료전달체계 개편하겠다면서, 의료기관 종별 역할에 충실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의료계가 개편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개편은 의료기관 종별로 역할에 대한 확실한 정의 또는 기준과 보상 방식, 보상 정도 등이 먼저 합의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료계는 물론 가입자, 보험자 등의 다양한 견해 차이와 요구가 하나로 수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2년 전부터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를 구성해 개편 협의를 시도했으나, 의료계와 가입자, 보험자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뚜렷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협의체 활동은 결국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신의료기술 개발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기대보다 낮은 수준의 수가가 결정될 경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신의료기술 개발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선택진료에 대한 대안으로 검토하던 전문의사제를 정부가 폐기했는데도 선택진료를 포기한 의료기관 보상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는 점도 의아한 점이다.

30조 6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조달 방안에 현재 건보 누적 흑자분 20조원을 포함한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누적 흑자분의 상당 부분을 저수가를 적정 수가화하는 재원으로 사용하자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 등이 지속되면서 의료 이용량이 늘어나면 누적 흑자분은 몇 년 만에 없어지고, 건보 재정이 다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의료계 요구를 외면해왔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한 의료계의 크고 작은 걱정과 우려가 보장성 강화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