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17일 '간호사 처우개선'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신문 박소영
'간호 인력부족'이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최소인력 배치 기준'을 의료법에 명시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간호관리료를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표준임금 기준을 제정해 적용하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간호사 표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공공병원 중심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성현 교수(서울대학교 간호대학)는 17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개최한 '간호사 처우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병원 간호사 처우의 현황과 과제' 발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조 교수는 "과도한 업무량과 낮은 임금수준, 지방과 도시간 임금격차로 간호사 부족현상이 벌어졌다. 그동안은 신규를 뽑아 이를 메워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신규 배출을 늘려왔음에도 간호사가 계속해서 부족한 것은 공급확대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간호사 처우개선을 통해 적정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간 인력수급 불균형과 낮은 배치수준, 높은 이직률을 지적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활동 간호인력 수는 OECD 34개 국가 중 29위에 머무를 정도로 하위권이다.

▲ 조성현 교수(서울대학교 간호대학)ⓒ의협신문 박소영
최소인력 배치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은 2013년 기준 종합병원급 이상이 63.4%, 병원급은 19.4%에 불과해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종병급 이상은 16.3명, 병원급은 43.6명에 이른다. 미국이 5.3명인 것과 비교하면 최대 8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이다.

이는 업무량 과다로 이어져 간호사들은 식사나 화장실 이용 등 기본적인 활동조차 많은 제약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하지만 식사 및 화장실 이용시간은 21분에 불과했으며, 근무 중 식사를 하지 못한다는 비율도 32∼45%에 달했다. 주된 이유는 '시간이 없고 바빠서'였다.

그 결과 신입 간호사 10명 중 3명 이상은 1년 내 이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종은 이직률이 8.4%로 낮았으나 종병은 17.2%로 2배 넘게 뛰었다.

조 교수는 최소 인력기준 의무화 및 표준임금 제정에 따른 임금향상이 해법이 될 것으로 제시했다.

최소 배치기준을 의료법에 명시하고 신고를 의무화해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간호관리료를 지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환자 간호요구도에 근거한 적정배치 기준을 제시해 이에 따라 수가를 차등화할 것도 제언했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따른 간호간병료 수가인상이 간호사 임금인상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건보 수가 책정시 기준이 된 간호사 임금을 공시하고 실제 임금수준과 비교·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간호사 표준임금을 산정하고 이를 공공병원부터 적용할 것도 주장했다. 이미 해외 선진국은 표준화된 임금체계를 정립했다는 것이다.

가령 영국 NHS는 노조와 정부, 고용주 의견을 수렴해 매년 임금 권고안을 제시하며 생활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할 경우 기본급을 추가지급한다. 미국은 지역별로 간호사 임금수준을 공개하고 있다.

조 교수는 "영국은 기본급을 밴드 1∼9까지 9개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간호사는 보통 밴드 5 수준의 임금이다. 지역과 병원에 상관 없이 호봉제처럼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라며 "런던 외곽에 거주하는 간호사에게는 기본급의 20%를 추가로 준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이직방지를 위해 정부 정책을 활용한 것도 제언했다. 병원들은 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른 의료질지원금을 지급받는데, '의료질과 환자안전 영역'에 간호사 이직률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또 의료기관 인증기준에 간호사 경력별 이직률과 감소여부, 이를 위한 개선활동 등을 제시토록 해 평가하면 이직률이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그러나 빠른 고령화 등으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간호인력의 공급확대는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윤순 과장(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은 "노령화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다. 질병구조도 변화하고 있으며 장기요양과 각종 돌봄서비스 등으로 간호인력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2030년에는 간호인력이 16만 5000명이나 부족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간호계에서는 입학정원을 늘리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하나 공급확대를 모른척 하긴 어렵다"라며 "추가적인 수요 외에도 기존 수요 역시 늘어나야 하므로 입학정원 확대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 시스템으로는 간호 수요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며 보다 많은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정 과장은 "임금문제를 포함해 근로조건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비용지원과 함께 더불어 시간지원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유연근무제를 비롯한 근로조건의 다양화, 일-가정간 양립이 가능한 고용 시스템 적용이 병행돼야 간호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