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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반토막 수가 주면서" A병원의 '이유 있는' 항변

"중환자실 반토막 수가 주면서" A병원의 '이유 있는' 항변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6.05.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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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종의 절반 수가 주면서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건 억울
시설 여부, 대형병원으로의 전원 잦아 구비 안 했을 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5일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열악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첫 번째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263개 평가대상 기관 중 1등급은 11개 기관에 불과했다. 43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겨우 9개 기관만이 1등급을 받았으며, 4등급에 가장 많은 90개소가 몰리는 등 병원들은 무더기로 '수모'를 당했다.

가장 많은 지적은 중환자실 전담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쏟아졌다. 특히 평가 대상이 된 223개 종합병원 중 45개소를 제외한 178개 종병은 전담전문의를 배치하지 않은 게 드러났다. 현행 의료법에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전담의를 두는 게 의무이나, 종합병원은 그렇지 않은 게 발단이 된 것이다.

중환자실 내 전문장비 및 시설 구비여부도 입방아에 올랐다. 상급종합병원은 표준화된 진료 프로토콜 9종을 모두 구비했으나 종합병원은 절반을 조금 넘은 수준인 150기관(67.6%)만 모두 구비했기 때문.

더군다나 17일 대한중환자의학회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평가를 통해 중환자실의 적나라한 운영 실태를 보여줘서 심평원에 오히려 고맙다"며 현 실태를 꼬집기까지 했다.

심평원과 늘 대립각을 세우던 의료계가 이렇게까지 이례적인 발언을 할 만큼, 정말로 국내 종합병원들은 중환자실에 소홀한 걸까.

이를 두고 A종합병원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저수가 때문에 낮은 평가 등급을 받게 됐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입원료는 상급종합병원의 50% 수준인 15만원 선이다. 중환자실 전담의를 둘 수도 없는 수가를 주면서 이를 평가 지표로 활용한다"며 "결국 의사를 많이 두란 소리인데, 중환자실 입원료로는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항의했다.

이어 "상종과 종병간 수가 차이에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수가를 똑같이 주면서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모르겠으나, 종병에게 불리한 제도를 설계해 놓고 등급을 매기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내 전문장비 및 시설 구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대형병원으로의 전원이 주로 이뤄지는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이용률이 높지 않아 전담의를 굳이 둘 필요도, 시설을 반드시 많이 구비할 필요도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4∼5등급을 받은 병원은 심장수술도 안 하는 병원이 대부분으로, 인공호흡기를 달 필요가 없는 병원이 많다. 병원 입장에서도 중환자실에 환자들을 굳이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다. 대부분 큰 대학병원으로 전원시키기 때문"이라며 "중환자가 오면 당연히 투자를 한다. 환자가 안 오니 병원도 투자를 안 한 거다. 인력이나 기계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중환자실 수준이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낮은 수가에서는 어떤 방법을 써도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 적정성평가가 나온 직후 병원장님이 물으셨어요. 우리는 왜 1등급을 못 받았냐고. '의사 수가 한 분이 적어요'라고 답했죠. 전담의 1인당 20병상 미만이 돼야 중환자실 전담의 부문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거든요. 전담의 가중치는 무려 25%예요. 상급종합병원은 앞으로 의사를 한 명씩 더 투입해 최고 점수를 받겠죠. 하지만 여력이 안 되는 종합병원은 어쩌나요. 반토막짜리 수가로 뭘 할 수 있겠어요."

전화기 너머로 관계자가 깊은 한숨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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