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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중환자실'만 손해보는 구조 바꿔야 한다"

"'좋은 중환자실'만 손해보는 구조 바꿔야 한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7.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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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의학회 토론회, 학계·정부 협의체 구성 및 재정지원 요구 봇물
중환자실 줄세우기 안돼...전담전문의·간호사 일할 조건 마련 급선무

'중환자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평가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중환자실에 대한 수가를 현실화 해 전담전문의, 간호사를 적절하게 배치해야 하고, 환자의 생존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 ⓒ의협신문 김선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결과에서 1등급을 받은 기관이 263곳 중 11곳밖에 안되는 이유는 낮은 수가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 전담간호사를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수가 현실화 등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전 10시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박인숙 국회의원(새누리당)이 주최하고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주관한 '중환자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심사평가원의 1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의 의미와 개선 대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임채만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은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를 보면서 학회도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워했다"며 "병원 간 격차, 전담전문의 부족 등의 문제를 시급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3가지 ▲중환자들이 중환자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도록 하고 ▲병원 종별 간 중환자실의 역할을 구분, 그리고 ▲숙련된 의료진이 중환자실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채만 회장은 "의료법 시행규칙(34조)에 '중환자실에는 전담전문의를 둘 수 있다'로 되어 있는데, 이는 달리 읽으면 '중환자실에는 전담전문의를 안 두어도 된다'로 해석이 돼 많은 병원이 전담전문의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근무하면 환자의 사망률이 줄고, 재원일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인력을 투입하는데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모든 병원이 중환자실 1등급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전국 시군구 어디에서나 진정한 중환자실은 있어야 하며, 병원의 규모와 역할에 따라 중환자실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임채만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의협신문 김선경
또 "중환자실은 고난도 치료가 행해지는 곳이지만 중환자실은 의사들에게 인기가 없고, 간호가의 이직률도 높다"며 "중환자실에서 헌신과 열정을 발휘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숙련된 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심사평가원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박진식 보험이사는 "등급화 기준과 질적 수준차이의 불명확, 중환자실 입실환자에 대한 중증도 보정 미실시, 종별 기능과 병원별 특성을 간과한 것이 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의 대표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간 보건의료정책은 환자의 접근성 향상과 비용부담을 낮추는 보장성 강화중심으로 진행된 반면, 분만실·응급실 및 중환자실 같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필수의료비스에 대한 관심과 제도개선은 미흡한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박 보험이사는 "정부는 원가 이하의 중환자실 수가정책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선택진료·상급병실 제도개편과정에서 중환자실 입원료를 일부 인상하는 개선을 진행했지만, 중환자실 원가보전율 평균 78.7%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제도개편과정에서 종합병원의 수가는 상급종합병원의 58% 수준으로 산정돼 동일한 의료행위를 하더라도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수가의 절반의 진료비를 받는 차이로 인해 중환자실 인프라구축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보험이사는 "중환자실 전문인력 확보가 재정적 문제 등으로 매우 어려운데, 중환자실 인프라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측면에서의 수가체계 개편과 국가적 지원이 더욱 확충된다면, 병원도 환자안전을 위해 더울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증도 반영과 종별 역할에 따른 중환자실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중환자실 건강보험수가의 현실화, 위독하지 않지만 집중적인 관찰이 필요한 환자는 중환자실이 아닌 준중환자실(Sub ICU) 입원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순행 병원중환자가호사회 회장은 "우리나라 중환자실 간호인력의 전체 평균은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환자 5.95명을 담당하고, 상급종합병원은 3.3명, 종합병원은 6.44명을 담당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간호

▲중환자의학회 토론회에 많은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이 참석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등급을 상향 조정해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가 2명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간호등급을 보면 등급이 최고로 올라갈수록 병원 중환자실(좋은 중환자실)이 손해를 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며 "이 때문에 병원들이 중환자실에 더 투자를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간호인력을 많이 배치하고 등급을 제대로 갖췄을 때 중환자실이 이익을 보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중환자실 최소 기준은 전담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고, 전담전문의 1인당 환자수는 최대 30명 이하,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는 1.0명 이하, 그리고 그 이하 등급은 준중환자실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힌 뒤 "법적 기준에 상응하는 적정수가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부회장은 "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0세 이후 환자의 중환자실 입실률이 많았고, 사망률도 80대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환자실 수요 변화를 예측해 이를 의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보다 전담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중환자실 등급화를 두어 적절히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으며, 이같은 논의는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의견들에 대해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중환자실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앞으로 학회 전문가들과 전담전문의를 어떻게 규정하고, 중환자실 등급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규덕 심사평가원 기획위원도 "중환자실 적정성평가를 할 때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며, 평가결과 호텔과 모텔 수준의 차이가 있는 현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2차 중환자실 적정성평가를 할 때에는 사망률, 감염 관련 평가항목을 강화해 1차 평가에서 부족했든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며 "학회도 많은 도움을 줘야 제대로 된 적정성 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좌장을 맡은 고윤석 울산의대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전 회장)는 "심사평가원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중환자실 원가분석을 꼭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박인숙 국회의원을 비롯해 심재철 국회 부의장, 양승조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전현희 국회의원,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홍정용 대한병원협회장 등이 참석해 중환자실 실태에 대해 공감하고, 국회에서 법 개정 등이 필요하면 최선을 다해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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