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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사회 "한국 정부, 자국민 건강에 관심 없어보여"

세계의사회 "한국 정부, 자국민 건강에 관심 없어보여"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2.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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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마 사무총장, 한의사 현대의료기 허용 방침 비판
"현대의료기 사용은 스위치 켜고 끄는것과 차원 달라"

오트마 클로이버 세계의사회 사무총장이 1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세계의사회(WMA)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려는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한의대에서 현대의학을 충분히 배우고 있으므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하다면 굳이 한의사 면허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오트마 클로이버 세계의사회 사무총장은 1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트마 총장은 "현대 의료기기가 기능적으로 자동화된 부분이 많다 보니 단순히 전원을 켜고 끄느 정도만 알면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시점이 언제인지 판단하는 능력, 의료기기를 통해 도출된 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트마 총장은 "한국 의사들은 기본 교육 6년에 더불어 추가적으로 6년간 전문분야의 지식을 쌓고 있다. 12년 간의 수학을 통해 의료기기 결과값을 의미있게 해석하고 어떤 치료를 필요로 하는가를 도출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오트마 총장은 "의료기기 측정 결과값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가 치료를 받고 다시 건강을 되찾느냐의 문제"라며 "모든 의사가 책임을 지고 의료기기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떠한 피해도 환자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사람에 의해 의료기기가 사용될 경우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매우 크다"면서 "의료기기는 단순한 게임머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오트마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좀 더 비즈니스적 접근을 하고 있어 우려된다.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의료기기를 한의사에게 판매함으로써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관심 갖고 접근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확인되지 않은 경제적 혜택과 환자의 안전성을 맞바꾸려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 의해 의료기기가 조작되는 것은 한국 환자는 물론 한국 전체로 볼 때 건강한 선택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자국민의 건강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으므로 사용권을 줘야 한다는 한의계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다면 한의사 제도가 왜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오트마 총장은 "한의사가 의사와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면 별도의 자격이 왜 필요하겠나"라며 "만약 한의사가 현대의학과 동일한 진단과 치료, 동일 수준의 것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현대의학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 따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의사들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강력히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트마 총장은 "한국 의사들은 대중에게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권고하고싶다.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단순히 기기를 켜고 끄는 능력이 아닌, 결과값을 해석하고 치료로 이어지는 전문 분야임을 알려라. (한국 정부의) 단순한 수익에 대한 접근은 환자의 안전성을 배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를 함께 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 사용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해 허용되어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굳은 믿음"이라며 "세계의사회의 객관적 시각을 통해 의료계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반대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트마 클로이버 세계의사회 사무총장은 독일 쾰른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플로리다주립대 국제보건 및 의료외교 센터, 의료법 및 의료윤리 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독일의사회 국제협력국장과 사무총장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세계의사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기자들과 일문 일답.

▲ ⓒ의협신문 김선경
Q.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와 관련된 교육을 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단순한 기기의 사용방법을 아는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료기기에서 도출된 결과값을 정확하고 의미있게 해석하는 능력과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련 질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 환자 상태에 대한 이해, 환자 병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만 결과값을 정확히 해석 하고 치료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기간의 교육이 필요하다. 한의사가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면 사용에 문제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면 별도의 자격이 왜 필요하겠는가?

Q.현대의학과 한의학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의학은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고 나름의 철학이 있다. 그러나 현대 의학과는 다르다. 현대의학은 질병치료를 위해 새로운 툴을 끊임없이 찾는 노력을 지속해왔고 계속 발전했다. 현대의학의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의료기기와 치료법이 도입됐나. 과학기반, 증거기반 노력을 통해 많은 기기들이 발명됐다. 현대 의료기기는 현대의학과 함께 가고 있다. 증거 기반이 아니라면 현대 의학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Q.한의계측은 교육 내용의 70%가 동일하므로 현대의료기기 사용 자격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 대부분 환자는 과학기반의 현대적인 진단을 원할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현대의료기기는 과학 기반의 의학 시스템을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에게 사용권한이 돌아가야 한다. 현대 의학의 혜택을 위해서는 70%가 아닌 100%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한의사가 현대의학이 하는 동일한 진단과 치료, 똑같은 수준의 것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현대의학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따면 되지 않을까?

Q.최근 한의사협회장이 골밀도진단기를 공개 시연한 사실을 알고 있나?
: 현재 한국에서는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선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보건당국이 한의사협회가 했던 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자국민 환자의 건강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비쳐진다. 한국의 의료기기 업계쪽에서 한의사도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안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가 환자의 안전을 고려했다고 볼 수 없다.

Q.독일에서 무자격자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어떻게 되나?
: 면허 없이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단하면 법적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의료기기 사용 역량이 없는데도 사용했다면 당국이 대응한다. 물론 그 같은 의료행위는 보험 적용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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