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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가방역체계 개편안 '용두사미' 될라

정부 국가방역체계 개편안 '용두사미' 될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8.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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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그대로 둔채 차관만 신설...전문성 강화 한 목소리
보건복지부 18일 공청회...보건소 기능 재정립·의료전달체계 방안 미약

▲ 18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주최로 열린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 관련 공청회. 공청회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하지만 보건부 독립과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의협신문 송성철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후속대책에 보건부를 독립하거나 질병관리본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대안은 없었다. 보건소 기능 재정립과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에 대한 개선안도 미흡했다.

보건복지부 메르스 후속조치 추진단(단장 권덕철·보건의료정책실장)은 18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서재호 부경대 교수(행정학과)는 '감염병 대응 방역체계 개편 방안'에 관한 주제발제를 통해 질병관리본부 현재와 같이 보건복지부 아래에 두되, 현재 1급인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 인사권과 예산권을 부여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감염병 위기대응의 핵심은 컨트롤타워의 문제가 아니라 분권화를 통한 현장의 통제조직(통제관)의 권한과 책임, 역량 확보가 핵심"이라며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의로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질본 내에 공중보건위기대응센터(KEOC)를 설치, 감염병 상황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평가·결정 등을 담당하고, 위기 상황 발생시 질본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사결정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립검역소의 진단기능을 확충하고, 감염병 환자 대량 발생시 환자 격리 및 후송을 위한 지역사회네트워크 구축 방안도 제안했다.

질본을 그대로 두자는 서 교수의 제안과는 달리 '신종감염병 방역대책 개편 방안'에 대해 주제발제에 나선 이원철 가톨릭의대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는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해 관심부터 심각단계까지 책임지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면 감염병뿐만 아니라 생물테러와 만성병은 물론 사고·중독에 의한 공중보건 문제도 함께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감염병관리 선진화 위원회를 구성해 국가감염병관리체계의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평가할 수 있도록 하자"며 "역학조사관을 교육·훈련하기 위한 역학조사관연수원을 설치하고, 시도 질병관리본부에 역학조사과를 신설해 역학조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군구 보건소의 역할의 변화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시군구 보건소에는 감염병관리과를 신설해 감염병 관리와 공중보건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감염병관리본부와 보건소에 예방관리의사를 두어 평상시에 감염병과 만성병 예방을 하고, 위기시에 위기 전문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홍빈 대한감염학회 정책기획이사(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역시 질본역량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감염병 전문진료체계 강화와 의료관련 감염 예방과 관리'에 대해 발제를 맡은 김 이사는 "질본을 청으로 승격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가감염병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민간의료에서 전문가를 차출해 해결하는 사태가 재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자들은 감염병 정책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지정토론에 나선 박창일 건양대 의료원장(대한병원협회 이사)는 "질본을 그대로 두고선 절대로 감염병 관리를 할 수 없다"며 "1∼2년에 한 번 바뀌는 질본의 조직과 인사체계를 이대로 둬서는 절대 전문가를 키울 수 없고,  인사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메르스 사태가 또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보건부 독립을 통해 보건의료정책 집행의 전문화와 역량을 강화해야만 질병을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며 "질병관리본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인사권·예산권·행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메르스 전투에서 정규군(보건소)은 안 보이고, 의병(의원급 의료기관)이 대신 전쟁을 치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건소의 역할이 미미했다"고 지적한 조 의무이사는 "보건소는 평상시 지역사회의 건강증진·예방·관리 사업을 하지만, 메르스와 같은 비상사태 때 보건소가 주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평상시 일반진료를 하는 보건소는 건강증진기금 지원을 대폭 줄이고, 일반진료를 하지 않는 보건소에 건강증진기금 지원을 대폭 늘리는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이용체계와 의료문화의 개선도 지적했다.
조 의무이사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의료전달체계 붕괴에 따른 의료쇼핑과 경증 질환자의 종합병원 및 응급실 쏠림 현상 등이 거론됐다"며 "경증 질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때 일정 수준의 문턱을 새로 만들고, 의원의 경쟁력 향상과 종합병원에서 의원으로 되의뢰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경증 질환자 진료 비율이 낮거나 낮아지고 있는 병원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가감염병예방관리선진화위원회 구성과 (가칭)감염관리기금 신설도 제안했다.

"국가감염병 예방관리에 관한 중장기 대책의 지속적인 실행 만이 메르스 등 신종감염병을 이겨내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 조 의무이사는 "종합적인 대책을 5년 단위로 수립·실행하고, 감염관리기금을 조성해 종합적인 대책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 관련 공청회 참석자들은 신종 감염병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 조직의 전문성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의협신문 송성철

대한예방의학회를 대표해 토론을 펼친 정해관 교수는 "메르스 사태로 약 1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학회는 추산하고 있다"며 "메르스를 비롯한 신종 감염병에 포괄적이고, 초기 대응에 적시성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질본의 청 승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 역시 보건복지부의 복수차관과 질본의 외청 승격을 통해 감염병 관리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전문성을 갖고 신속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전결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언론을 대표해 참여한 김동섭 조선일보 기자는 "질본은 물론 보건복지부에 메르스에 대해 아는 전문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질본을 청으로 승격시키되 질본 국·과장급을 대거 개방직으로 바꿔 전문가가 일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는 "전문가를 키우려면 질본의 청 승격을 통해 인사권과 예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보건부를 독립해 보건복지부·노동부·교육부·환경부 등 정부 부처에서 나눠서 맡고 있는 보건 기능을 보건부에서 맡도록 하고, 보건소를 보건부 산하 기관으로 재편해 방역과 예방 기능을 수행하도록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에 실패한 입장에서 말할 나위 없이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당장 신종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긴급상황실을 만들고, 역학조사관을 양성해야 한다"며 국가방역체계 개편 의지를 분명히 했다.

권 정책관은 "병원감염관리를 위해 병원감염관리료와 통합진료를 현실화하고, 병원감염관리를 잘 하는 곳에 차등적으로 수가를 배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200병상 이상은 반드시 감염관리실 설치 의무화하고, 장기적으로 응급실과 인공신장실이 있는 150병상 이상 병원도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은 음압병상을 1% 가량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도 1개 이상 갖추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응급실의 환자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비응급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할 경우 본인부담을 대폭 늘리고,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는 예외 경로(가정의학과·재활의학과·치과 등)를 축소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공청회장에는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참석, 끝까지 발제와 토론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보건복지부 메르스 후속조치 추진단은 이날 공청회에서 민간 전문가들이 제안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정부 협의를 거쳐 9월 중에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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