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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필요한 건 의료진 보다 응급의약품"

"네팔에 필요한 건 의료진 보다 응급의약품"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5.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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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의료계의 '온정' 전한 안혜선 대한의사협회 사회참여이사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작한 응급의약품 키트 1000개 중 1차분 500개가 네팔행 비행기에 실렸다. 1차분을 현지에 직접 전달하는 역할은 안혜선 대한의사협회 사회참여이사(국립중앙의료원 병리과)가 맡았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네팔로 날아가 응급키트를 전달하고 12일 한국으로 돌아온 안혜선 이사에게 현지 상황을 들어봤다.

▲ 안혜선 의협 사회참여이사
- 현지에 응급키트 전달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

네팔 현지에 의료진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차로 가기 힘든 산간 벽지에 마을이 많은 현지 특성상 의약품 공급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지 곳곳에 부락을 형성해 모여 살았다. 길 마저도 지진으로 엉망이 돼 있는 곳이 많았다.

10일 티벳과의 국경에 위치한 산꼭대기 깨르라티게에 가는 도중에는 갑작스런 폭우까지 내려 차가 진흙에 빠져 나오지 못해 난감한 상황도 벌어졌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선발대에 장기간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해온 권현옥 원장님과 조혜인 경남의사회 과장 등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네팔은 관료들의 문제가 많은 곳이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정부에 응급키트를 넘기지 않고 직접 곳곳을 찾아다니며 전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관료들이 의약품을 받으면 팔아서 자기 배를 불리는 일이 흔하다고 했다. 중국 정부도 네팔에 보낸 구호품을 대사관 앞에서 승려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나눠주도록 하고 있었다.

구호품이 부족한 산간지역에 쌀·밀가루 등 구호품이 도착하면 소요사태에까지 이르기도 한다고 해 마을에 도착하면 그곳을 담당하는 의사에게 약품을 설명하고 전달했다.

동행하며 방문 지역마다 전달할 응급키트 양을 확인해줬던 현지 루이트 틸강가안과병원장은 담당 의사들에게 '함부로 쓰면 안된다. 돌아와서 사용량을 확인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 재난 현지에서 응급키트가 의료인 지원보다 도움이 됐다고 보나.

응급키트를 준비한 것은 선발대가 먼저 현지에 가 의료진은 넘친다는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현지에 도착해 보니 의료진 보다 의약품이 훨씬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이 충분해 그런 것도 있지만 현지 의사가 현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 나라마다 기후와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에 맞는 치료법이 있다. 의료지원은 현지 의사에게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듯 하다.

- 대형 재난에 대한 향후 대한의사협회의 의료 지원 방향은?

이번 네팔 대지진으로 인한 의료 지원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사가 나선 곳은 다름아닌 한국이다. 하지만 다양한 기관·단체·모임에서 떠난 의료봉사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부분은 매우 아쉬웠다. 한 곳에서 의료 지원이 필요한 곳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적절히 분배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인 의료지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역할을 대한의사협회가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또한 대한의사협회가 외교부·복지부 등과 연계해사전 행정 지원을 한다거나 현지 짐관리·숙소 등을 맡는다면 현지로 떠나는 봉사단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네팔 의료지원으로 응급키트가 매우 효율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응급키트에 들어갈 의약품을 표준화해 정리해 놓으면 재난 발생 시 더욱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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