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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해부학 세미나 지켜본 의대교수 "이 정도일 줄은..."

한의사 해부학 세미나 지켜본 의대교수 "이 정도일 줄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4.1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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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현대의료기기 활용 근거 마련 위해 기획
"실체 없는 경락·경혈...현대의료기로 뭘 하려고?"

▲ 14일 열린 해부학에 기반한 한의학의 발전 기획 세미나에서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총평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현대 의료기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의사제도 자체를 없애야 할 것"이라며 "목숨을 걸고라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의협신문 송성철
"한방 해부학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20년 넘게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교육하고 있는 A 교수는 1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강당에서 열린 '해부학에 기반한 한의학의 발전(부제:한의 의료행위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 기획세미나를 참관한 뒤 "한방 해부학은 현대 해부학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능과 언어가 다르다"면서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대한한의학회가 주관한 이날 기획 세미나는 한의학 역사 속에 등장하고 있는 해부학 자료와 근거를 확보,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의 근거로 제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한의계는 "경혈·경락을 비롯해 침·뜸 등 한의학적 치료방법이 해부학적 지식과 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한의학 고전에도 해부학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백유상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는 '한의학 속의 해부학' 주제발표를 통해 "구희범오장도·존진도·의방유취 등에 오장육부를 그린 해부도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며 "역사적 문헌을 조사한 결과 한의학 테두리 안에 해부학이 깊이 내려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동의보감의 해부학에 대한 인식'을 통해 "절대 침을 놓지 말라는 금침혈에는 해부학적인 개념이 들어간 것"이라며 "한의학에도 근육과 골절 손상에 대해 바로잡는 치료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한의계의 발표에 대해 A 교수는 "한방의 신장과 현대 해부학의 신장은 기능과 역할이 다르고, 폐와 비장도 마찬가지"라며 "오장육부와 현대 해부학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고, 기능과 역할이 다른 데 어떻게 현대 의료기기를 써서 설명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 교수와 함께 기획세미나를 지켜본 B 교수(해부학교실)는 "한의계에서 이야기 하는 심포·삼초와 경혈·경락은 해부학적인 의료기기는 물론 인체 내부의 기능적 변화를 알 수 있는 첨단장비로도 실체를 알 수 없는 개념"이라며 "현대 의료기기를 써서 진단이 나온 이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B 교수는 "해부학과 병리학·생리학이 연계되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 쉽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해부학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한의계가 의학의 발전을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하지는 않고 현대 의료기기를 차용해 한의학 이론을 끼워 맞추기식으로 설명하려들 경우 학문적 혼란과 함께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경제적으로 낭비가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이날 기획세미나에 참석한 한의사들은 한의계 내부에서 해부학과 정량화에 소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신길조 대한한의학회 부회장은 "동양의학은 미시적 관점과 해부학과 정량화 등에 소홀했다"면서 "음양오행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은 필요가 없었다"고 해부학을 소홀히 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강연석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기획이사는 "한의학에 해부학이 없다는 편견을 한의계 내부에서도 깨지 못했고,  굳이 그래지 않아도 됐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이를 외부에서 악용했다"고 지적한 뒤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당시의 지식과 도구를 모두 활용했다. 시대마다 배경과 도구가 달라졌고, 한의학도 도구와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현대 의료기기 활용에 무게를 실었다.

한의대 교육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승덕 대한한의학회 학술이사는 "한의학 이론이 너무 어렵다고 차별점을 강조하다보니 위축됐다"면서 "현대 의료기기를 이용해 명확하게 한의학적으로 해석하는 침구학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갑성 대한한의학회장 역시 "교육 혁명이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현대 의료기기 필요한 것을 느껴야 한다"면서 "임상시험과 연구를 통해 의료기기가 필요하다는 논문이 나와야 한다"고 밝힌 뒤 연구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 경기도 미금역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열린 해부학에 기반한 한의학의 발전 기획세미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대한한의사협회는 과학기술의 상징인 한림원을 기획세미나 장소로 잡았다. ⓒ의협신문 송성철
현대 의료기기를 한 개라도 확보한 후 틈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전략적인 제안도 나왔다.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이번 기회에 의료기기 문제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면서 "조그만 것을 얻고, 틈을 넓혀나가면 한의학이 커지고,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장을 맡은 손인철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장은 "의료기기는 환자를 치료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국민이 함께 알아야 한다"며 "임진왜란의 위기를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이겼듯이  우리도 12개 한의대가 있다. 한의계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양의들의 일원화는 한의대에서 신입생을 받지 말고, 한의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흡수통합하는 것"이라며 "어설픈 의료일원화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쓰게 해 달라고 단식한 것 아니라 인류문명의 발전으로 인한 도구를 쓰지 말라는 반문명적 행위에 반발한 것"이라며 "반문명적인 행위를 개선하고, 한의학 발전을 할 수 있다면 제 목숨이라도 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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