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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1개설 원칙에 명의 원장 수십억 '환수폭탄'

1인1개설 원칙에 명의 원장 수십억 '환수폭탄'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5.03.2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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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병원 실 운영주 환수 책임 없고 명의 원장 수십억 '폭탄'
"운영주에 너그럽고 의사에게는 편파적인 법원·공단 처분에 막막"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2012년 개정된 의료법 제33조 8항에는 이같이 의료인이 복수의 의료기관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명시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3일 주최한 '제7차 건강보장 법률 포럼'에서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서기관은 "의료법을 개정하기 전 상황을 살펴보면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해당 의료기관이 영업조직을 운영, 환자 유인행위를 하거나 과잉진료 및 위임치료를 하도록 하는 등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행위가 발생했다"며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규제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밝혔다.

또한 "이 규정은 의료법상 1인 1개설 원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 의료인이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 이외에 여러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것까지 명확한 금지 행위로 규정했다"며 "입법취지 및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국 각지에 지점을 열어 호황을 누리던 T 척추·관절 전문병원은 2012년 의료법이 개정된 후 잇달은 공단의 철퇴를 맞았다. 병원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처분 취소를 요구했지만 법원은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공단이 안산 T 병원 홍모 원장에게 진료비 지급거부 처분을 내린 것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복수의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전념하도록 장소적 한계를 설정한 것"이라며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여러 장소에 개설·운영할 경우 환자의 무리한 유치, 의료설비와 시설에 대한 과대투자로 장기적인 의료자원 수급의 왜곡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홍 원장에게 공단이 내린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74억원에 달했다. 이에 홍 원장은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11월 기각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해당 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으므로 개설명의인인 홍 원장이 지급받은 급여비는 부당이득 징수처분 대상이 된다"며 환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환수액 부담이 전체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실 소유주가 아니라 명의개설자 원장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진술 내용을 보면 홍 원장도 개정 의료법에 의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이 금지됨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설명의자로서 자신의 통장으로 요양급여를 지급받은 홍 원장을 처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는 사무장병원에서도 나타난다. 6개 요양병원을 운영한 비의료인 정모 씨는 2013년 형사 처벌을 받았지만 공단의 환수 폭탄을 맞은 것은 바지원장들이었다. 공단은 명의를 빌려준 원장들에 1000억원에 달하는 환수액을 청구했다. 정 씨가 받은 형사처벌은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에 불과했다.

각 원장들은 법원에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사무장병원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인정받은 김모 원장을 제외한 모든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정 씨의 병원에 원장으로 재직했다가 수십억원의 공단 환수처분을 받고 소송이 진행중인 한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작 사무장병원·네트워크병원을 운영해 이득금을 실제로 취한 실 운영주가 아닌 명의 원장에게 전액 환수 처분을 내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실 운영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려해도 공단의 채무 수십억원을 완전 이행한 뒤에야 가능하고 그마저도 법원에서 애초 불법계약이라는 이유로 구상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정 씨 등 사무장과 네트워크병원 운영주에는 너그럽고 의사에게는 편파적인 법원과 공단의 처분에 막막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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