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기획 분업화된 대학병원 암 오진 분쟁 가능성 커(2)

기획 분업화된 대학병원 암 오진 분쟁 가능성 커(2)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22 11:1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법률 산책 ③
암 오진으로 인한 의료분쟁 (2)

[의료법률 산책]은 의사 출신 제2호 변호사라는 이정표를 세운 김성수 파트너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와 지평 의료팀 변호사들이 돌아가며 쓰는 의료법률 전문칼럼이다.

김성수 변호사는 1985년 서울의대 의학과 2학년 때 민주 개헌을 요구하는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옥고를 치르면서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1995년 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의대는 1998년 사법연수원(27기)을 마친 김성수 변호사에게 복학을 허용했으며, 2000년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법무법인 지평의 파트너 변호사인 김성수 변호사는 노사관계·지적재산권·보건의료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료법률 산책]에서는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의 법적 문제·암 오진시 의사의 책임·정신과 환자의 강제입원시 주의사항 등 의료행위와 관련된 의사의 법적 책임을 비롯해 제약·바이오산업과 관련된 법적 이슈도 다룰 예정이다.

 

▲ 김성수 변호사·의사(법무법인 지평)

 암은 진단을 간과한 것도 문제지만 암이 아닌데도 암으로 오진한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암으로 진단되면 암이 발생한 조직이나 장기는 물론이고, 주변의 림프절도 절제하는 발본적인 치료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수술을 대신하거나 이와 병행해 방사선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주변조직의 괴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양성질환을 암으로 오진해 장기를 절제하면 환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장기 손실을 초래한다. 나아가 진단과 치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환자는 암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러므로 암의 진단 업무에 관여하는 의료인은 조직의 채취·운반·보관·검사·보고에 이르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암 진단과정에는 의료기사와 같은 보조인력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의사들의 특별한 과실이 없었지만 병리과 의료기사의 업무착오로 암이 아닌 양성 질환 상태의 유방을 절제한 사건이 발생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환자는 39세 여성으로 건강검진 과정에서 오른쪽 유방에 혹이 발견돼 정확한 진단을 위해 A병원을 방문했다. 이 병원 외과의사는 초음파 및 병리조직검사를 시행한 후 유방암 진단 사실을 알려줬다. 환자는 확진 및 치료를 위해 B병원을 방문, A병원에서 받은 병리조직검사 보고서와 초음파검사 결과 등을 제출했다. B병원은 추가적으로 유방초음파와 MRI 검사를 시행했으며, 병리조직검사는 다시 시행하지 않았다. B병원의 영상의학검사에서 유방에 종양 소견이 재차 확인됐다.

외과의사는 A병원의 병리조직검사 결과에서 악성 종양으로 진단됐으므로 유방 일부 절제술을 시행했다. B병원 병리과 의사는 절제한 유방조직에 대해 현미경검사를 시행한 결과, 악성이 아닌 양성으로 진단했다.

B병원은 환자를 통해 A병원에서 조직검사에 사용한 파라핀블럭과 조직슬라이드를 받아 다시 검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A병원 병리과 기사의 착오로 다른 암환자 유방조직의 파라핀블럭으로 제작한 조직슬라이드에 환자의 코드를 부착한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A병원에서 작성한 병리조직검사 보고서는 이 환자의 조직이 아닌 다른 암환자의 조직을 검사한 결과라는 사실이 유방절제술 이후에야 밝혀졌다.

 

 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kma.org

환자는 A병원의 운영법인과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알려준 외과의사 그리고 B병원과 유방절제술을 시행한 외과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A병원 병리과 기사의 업무상 과실에 대해 사용자인 운영법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병리조직검사 보고가 정확하다고 믿었던 두 병원의 외과의사와 B병원에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B병원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했다. 환자가 A병원의 진단결과에 대해 의문을 갖고 확인을 위해 전원한 것이므로 B병원은 병리조직검사를 다시 하거나 A병원의 조직슬라이드 및 파라핀블럭을 대출받아 확인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고심인 대법원은 다시 1심과 동일하게 A병원의 병리조직검사 보고를 신뢰한 B병원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두 병원 모두 대학병원으로 우열의 차이가 없어서 상호간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있고, 병리조직검사는 환자에게 고통이 수반되는 침습적 절차이므로 재시행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조직슬라이드와 달리 파라핀블럭의 대출은 매우 이례적인 절차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현대의료는 다수의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서로 대등한 수준의 병원 의사간 상호 신뢰를 전제로 진료에 임하는 것은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위 사례에서처럼 파라핀블럭에 환자 코드가 착오표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 경우를 모두 가정해서 병리조직검사를 새롭게 시행한다는 것은 환자에게 고통이며, 이중검사로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수술을 하기 전에 환자에게 전원을 오기 전 이뤄진 검사결과의 오류 가능성에 관해 설명한 다음 환자의 선택에 따라 추가 검사나 원본 조직검사 자료의 대출을 통한 재확인은 가능할 것이다. 환자 스스로 A병원의 검사 결과를 믿기 어려워 방문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수술 전 병리조직검사상 암인줄 알고 위절제술을 시행했으나 수술 후 검사에서 양성종양으로 밝혀지면 죽다 살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 필자가 공부하던 민법 교과서 중에 그런 사례가 나온다. 곽윤직 교수가 저술한 채권총칙이란 교과서의 머릿말에 보면 질병치료로 책 개정작업이 늦어진 사연이 나온다. 저자가 영상의학 검사상 암으로 판단하고 위절제술을 시행했으나 수술결과는 위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위는 달아났으나 무서운 암이 아니었다는 안도로 서운함을 달래고 말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1983년 무렵의 이야기이고, 이제는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일은 드물다. 전문가 사이에 상호 신뢰를 하면서도 실수나 착오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환자에게 충실한 설명을 해서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