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정훈용 교수, 환자 400여명 대상 분석 자료 발표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팀이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 치료법의 효과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 교수팀은 2013년~2014년 사이에 국내 14개 병원에서 표준치료법(PPI-triple)으로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 4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제균율이 6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헬리코박터균의 제균율은 1999년 89.5%였지만 2005년 84.2%, 2011년 76.8%로 낮아졌고,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60%대로 하락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장막에 붙어살면서 위궤양, 위염 등의 위장 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발암인자가 함께 작용하면 위 선종, 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는 위염뿐 아니라 위 선종, 조기 위암 등 고위험군 환자에도 큰 효과가 있는 치료법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러한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의 효과가 감소하는 것에 대해 정 교수팀은 항생제 내성을 가장 큰원인으로 지목했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 제균 치료를 받아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죽지 않는다는 것.
현재 전 세계에서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항생제인 클라리스로마이신·아목시실린과 위산분비 억제제를 포함한 3가지 약물을 병용하는 요법이다. 이 가운데 가장 독한 항생제인 클라리스로마이신에 대한 내성이 높아진 것이 제균율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표준치료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안으로 항생제로 세균벽을 먼저 약화시킨 후 PPI, 클라리스로마이신, 메트로니다졸을 병용 투여하는 '순차치료법'과, 클라리스로마이신 없이 서로 다른 4가지 약물을 섞어 처방하는 '4제요법'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훈용 교수는 "클라리스로마이신 사용을 지금부터 상당기간 중단해야 내성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들은 처방 받은 약을 끝까지 먹고, 약 복용 기간에는 술과 담배를 피해야만 내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과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