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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대학병원 괴리 극복해야 의료계 산다"

"개원가-대학병원 괴리 극복해야 의료계 산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7.0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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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 선거 출마했다 학교로 돌아간 박종훈 교수
"편견과 무관심 실감…설득과 이해로 화합해야죠"

임기 중인 협회장이 불신임되는 초유의 사태로 치러진 제38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가 추무진 새 회장의 탄생으로 막을 내렸다. 한 달 여 동안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화제의 인물을 꼽아보라면 단연 2위를 기록한 박종훈 전 후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박 교수는 추무진 회장(49.4%)에 이어 35.3%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교수는 선거판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레이스를 완주했다. 개원가가 주도하는 의사사회에서 초지일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외친 그가 전하는 진심은 무엇일까.

지난 1일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박종훈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는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는 대로 계속 끌려가게 된다"며 전 직역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변함없는 소신을 밝혔다.

선거 이전부터 밀려있던 외부 강연과 저술 중인 책,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발간하는 인권보고서 참여 등으로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근황도 전했다. 그렇게 박 교수는 다시 일상으로 훌쩍 돌아왔다.

▲ ⓒ의협신문 김선경
선거가 끝난 후 어떻게 지냈나.
일이 잔뜩 쌓여있었다. 갑작스럽게 생긴 선거이지 않나. 그 전부터 받아놓은 외부 강연들이 줄줄이 잡혀 있다. 원래 하던 사회적 활동 가운데 못할 뻔했던 것들을 다시 챙기는 중이다.

4년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 올해 전반기에 책 한 권을 내는 거였다. 일이 생겨서 써놓고 중단하고, 중단하고 그랬는데 요즘 다시 교정작업을 보고 있다. 어떻게든 올 여름 전에는 인쇄소에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슨 책을 쓰고 있는지?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가슴에 묻어둔 환자들. 나한테 인연을 맺고 치료 받아 잘된 사람 말고, 잘못된 환자들을 기억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박종훈 교수의 전문분야는 골관절종양과 외상이다).

한 가지 사례를 떠올려보면 20대 초반 여환자인데, 암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다. 출산은 안 된다고 그렇게 말렸지만 고집스럽게 아기 낳고 전이가 됐다. 지금쯤 생존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런 환자들에 대한 회고록이다.

암 완치과정을 기록한 책은 많지만 반대의 이야기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느낀 점은 암이란 게 단순히 노력한다고 극복되지는 않는단 점이다. 흔히 암에 걸리면 식단을 바꾸고 운동하고 하지만 사람마다 결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돌아가신 분들이 노력을 안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다. 그러니까 낙담하지 말자는 얘기다. 암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루저가 아니다. 다만 운이 없었을 뿐. 죄다 암 극복한 스토리만 나오는데 완치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의사의 마음 속에는 그 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화제를 바꿔) 의협회장 선거 얘길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교수 출마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있었는데.
거의 두 달 동안 선거운동하면서 느낀 점은 개원의들이 교수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것이었다. 화합을 얘기하면서도 '교수는 안 된다' '교수는 의료계 발전에 관심이 없다'고 단정지어 버린다. 또 하나, 병원계가 정말 관심이 없더라.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는 줄은 몰랐다. 교수들한테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면 '어차피 개원의들끼리 하는 일 아니냐'고 한다. 대학병원과 개원가의 온도차가 이만큼이나 크다.

▲ ⓒ의협신문 김선경
예상했던 일 아닌가?
솔직히 처음 출마를 선언했을 때 주변에서는 의협에 가서 뭐하러 그 고생을 하냐고 말리는 이들이 많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나 의협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나몰라라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선거에 나오기 전까지는 대학교수에 대한 벽이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개원도 해봤고 봉직의도 해봤는데 교수 직함이 걸림돌이 될 줄이야. 나 이후 교수 출신 의협회장 후보가 또 나올까.

사회가 혼란스럽고 정치권에서 여야가 싸울 때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내듯, 어려울 때는 교수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교수사회에서 관심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선거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단기간에 선거를 치르다보니 SNS 등에서 잘못된 정보가 돌아도 제대로 시정할 만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유권자에게 다가갈 방법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문자와 이메일 서비스인데, 후보자 개인으로는 그런 수단을 이용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정보를 많이 가진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선거가 정책대결의 장이 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개원가와 대학병원 등 직역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개원의는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고, 대학병원 교수들은 이해심을 갖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상태로 가면 의료계는 쪼개지기밖에 안 된다. 매사가 관점이 너무 달라 각자의 길로 가서 정부가 원하는대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의협회장이 그 둘을 만나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하나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의협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
대학병원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2년 안에 지금보다 더 어려워진다. 그럴 때 의협이 나서주면 대학병원도 '아, 역시 하나가 돼야 하는구나' 느끼는 바가 있을 거다. 지금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대학병원 스스로 해결해기 힘든 난제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병원협회를 안고 가야 한다. 개원가뿐 아니라 병원도 어려운 바로 이 시점이 의료계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그래야만 정부와 하는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추 회장도 인식해서 노력해주기 바란다.

끝으로 선거를 치른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단기간에 치른 선거이고, 교수들이 많이 참여한 것도 아닌데 많은 표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지지해준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돌아왔으니 본연의 일에 충실하겠다. 환자 열심히 보고, 제자들 가르치고….

최근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매년 발간하는 인권보고서 의료 챕터를 저술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서 의료인권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의협이 하는 일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잘한 일은 격려하고, 쓴 소리도 하면서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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