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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총회, 중립성·공정성 확보해야 유효"

"사원총회, 중립성·공정성 확보해야 유효"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0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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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의협 사원총회 판례서 핵심요건 지적
"반대측 입장 전달 기회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26일 회원총회(사원총회) 개최를 추진 중인 가운데, 보건의료단체로선 처음으로 이를 개최한 한의사협회의 선례에 재차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의협이 사원총회를 개최한 배경은 정부의 '첩약의료보험 시범사업' 때문이었다. 한의계 내부에서 찬반 격론이 벌어진 가운데, 2013년 7월 14일 한의협 임시대의원총회가 정부의 시범사업에 참여키로 결정하자, 김필건 당시 한의협회장을 비롯한 시범사업 반대측이 극렬히 반발하며 민법 규정을 근거로 사원총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 등은 사원총회조직위원회를 구성해 8월 22일 사원총회 소집을 공고했다. 안건은 △첩약의보 시범사업 불참 △대의원총회 의장단과 중앙감사 전원 해임 △비대위 특별회비를 중앙회로 완납하지 않은 중앙대의원 즉각 해임 △대의원총회 권한을 회장의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공고시까지 정지 △사원총회에서 해임된 자는 해임된 날로부터 3년간 임명직·선출직 자격 박탈 △회원투표제 신설, 대의원 직선제 등을 골자로 한 정관개정안 등이었다.

한의협은 9월 8일 전체 회원 2만24명 가운데 현장 참석 3214명, 위임장 제출 9134명으로 과반수 참석한 가운데 사원총회를 여는데 성공했고, 정관개정안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그러나 사원총회 결의에 따라 해임된 이정규 대의원총회 의장을 비롯한 대의원 등 46인은 한의사협회를 상대로 '사원총회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사원총회 개최는 불법이며, 의장 등 임원을 해임한 것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대의원총회 규정 있어도 사원총회 개최는 합법"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3년 11월 29일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우선 사원총회 개최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를 제기한측의 주장은 이랬다. 의료법상 정관에 규정돼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민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데, 한의협회 정관에는 대의원총회 결의를 한의협 회원 전체의 의사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선거제도를 비롯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만 전체회원 투표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는 별도 규정이 있을 뿐이므로 민법 규정에 의한 사원총회는 개최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원은 "한의사협회는 민법상 사단법인에 해당하고, 사단법인에서의 사원총회는 정관에 의해서도 폐지할 수 없는 필수적 최고의결기구"라며 "대의원총회나 회원투표 규정으로 인해 한의사협회가 민법상 사원총회 방식에 의한 결의를 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사단법인이 자체 정관으로 대의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더라도, 전체 회원이 참여하는 사원총회를 개최해 안건을 처리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판단이다.

"중립성·공정성 결여된 사원총회 결의는 무효"

법원은 그러나 사원총회가 일정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 임원 등을 해임한 결정은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중립성'과 '공정성'을 중요한 키워드로 제시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이러했다. 민법상 사원총회 방식의 결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은 본질적으로 정보의 교환 및 토론 등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한의사협회의 회원 수 및 분포지역에 비추어 볼 때 정보의 교환 및 토론이 보장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민법상의 사원총회 소집은 집행부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고 ▲의사전달에 필요한 인력·비용 및 자료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한의협 집행부는 회원들에게 의사를 전달하기 용이한 반면, 반대 측으로서는 자신들의 의사를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려워 보여 불공정해 보인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사원총회는 오히려 집행부 등이 회원들의 의사를 왜곡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원총회 방식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엄격한 정도로 절차의 중립성·공정성 확보가 요구된다"며 "중립성·공정성이 흠결되는 경우, 이에 의한 사원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반대측 입장 전달 기회 실질적 보장해야"

한의협 사원총회의 경우 △안건을 공고하고 회원들에게 안내할 당시 각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더욱이 각 안건에 대해 반대측의 입장 전달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됐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며 △오히려 사원총회를 안내하고 위임장 제출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한의사협회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는게 법원의 시각이다.

재판부는 "한의사협회의 사원총회는 개최과정에 있어서 중립성·공정성 흠결로 인해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사원총회에서 해임된 의장 등에 일정기간 임원·대의원 자격을 박탈한 문책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문책 대상자에게 소명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원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남부지법의 결정은 가처분신청에 대한 것이며, 현재 본안소송이 별도로 진행 중이어서 판결 내용이 변경될 여지는 남아 있다. 그러나 절차적 중립성·공정성은 법치주의의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서 핵심 내용이 바뀔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편 의협은 오는 4월 26일 사원총회 개최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9일 오전 상임이사회에서 정관개정안 등 안건을 심의하고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안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셋째주경 사원총회 개최 공고에 이어 위임장 배포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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