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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익에 국민 건강 팔아먹지 말라"

"대기업 이익에 국민 건강 팔아먹지 말라"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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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주최 원격의료 정책토론회서 의료계·노조 '성토'
정부 '1차의료 중심' 되풀이…부작용 최소화 '갸우뚱'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원격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가 원격의료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정부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동네의원 중심으로 허용해 현행 의료체계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원격의료 관련법은 과거 수차례 추진된 적이 있지만 이번 법안에서 1차의료 중심으로 제도가 추진되도록 분명히 못을 박았으며, 동네의원은 원격의료로 경증질환이나 만성질환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어 오히려 1차의료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원격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원격진료 추진 방안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아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이 과장은 "서로 잘 소통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논의하면 좋겠지만,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면서 현행 의료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방법으로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전문기관 나오지 않도록 건강보험으로 통제"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이 '동네의원 중심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추진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발표에 따르면 원격의료의 주요 대상은 의학적 위험이 낮은 재진환자로,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 등 일부에 한해 초진을 허용한다. 여기에 병원이든 의원이든 수술 후 관리가 필요한 경우와 가정폭력, 성폭력 환자 같은 경우에도 대상에 포함된다.

처방은 추가적인 진단과 검사가 필요 없는 경우에 허용하되, 횟수를 제한하고 주기적 대면 처방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 원격의료만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통해 통제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과장은 "의료사고 우려에 대해서는 정밀한 영상장비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고, 검증받은 기기를 이용토록 하면서 책임소재는 법에 담을 것"이라며 추후 별도의 작업반을 구성해 건강보험 적용 및 수가문제에 대해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무너져가는 1차의료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한 원격진료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원격진료 허용의 문제점과 대응책을 주제로 발표한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현 의료현실에서 대기업과 IT사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국민 건강을 팔아먹어도 되는 건지, 과연 국민이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복지부 발표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허술한 법안-개념 모호…'만성질환자 둔갑' 시나리오 나와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가 '원격진료 허용의 문제점과 대응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서 이사는 "고가의 장비 말고 간단한 기구만을 이용한다고 했는데, 그 상태로라면 원격의료는 지금도 가능하다. 굳이 입법예고까지 해서 선시행 후보완하겠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거동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도 의미가 너무 포괄적"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지적한 원격의료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안의 내용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것이다.

가령 병원급에도 적용되는 '퇴원 후 관리가 어려운 수술환자'라는 표현도 범위가 너무 넓고, 고혈압·당뇨 만성질환자에 대한 개념도 애매해 다수의 환자가 만성질환자로 둔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급자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서 이사는 "한 번 망가진 의료는 되돌릴 수 없다. 결국 의료의 패러다임, 지정학적 구조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서민들의 건강 방패막이인 1,2차 의료기관은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한적 원격모니터링 시스템인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해본 의사가 느낀 문제점을 폭로하는 자리도 이어졌다.

시범사업 참여 의사 "합병증·사망률 오히려 높일 수 있어"

토론자로 나선 남준식 원장(연세미소내과의원)은 "원격진료 중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일정부분의 제한적 원격의료 도입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진단과 처방까지 허용하는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에 대한 환자의 동기를 떨어뜨려 오히려 합병증과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남 원장은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으로 전송된 혈압이나 혈당 생체정보를 적용해보니 원격지에서 측정된 정보의, 측정 오류 및 편차, 장비 오류, 기존 의료정보와 연동이 안되는 등 문제가 많아 시범사업이라 해도 참아내야 하는 불편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원격 모니터링에서 주요 이용되는 혈당과 혈압을 악용, 다른 사람의 수치를 보고해 의사의 판단에 치명적인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단 우려도 제기했다.

혈당이나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가 약물 처방을 줄일 목적으로 건강한 타인 혹은 좋은 결과만 선별해서 전송할 경우 의사는 조절 범위 내에서 같은 약을 처방할 수 있고, 이는 한두 달 안에도 치명적인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윤정 아주의대 교수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격의료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결국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상대로 추진하려는 정책인지가 분명해야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진정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라면 무엇이 최선인지 냉정한 점검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계 "원격의료기기, 인기효도상품으로 가격 올라갈 것"

시민·노동계를 대표해 나온 한미정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 또한 "원격의료 허용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고, 의료접근성은 더 떨어지게 된다"며 반대논리를 폈다.

한 부위원장은 "원격진료가 가능하려면 환자 본인이 혈압·혈당 등을 측정해 전송장치를 통해 의사에게 보내야 하는데 80만원 정도라는 비용 부담도 서민들에게는 만만치 않다"며 "그러나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원격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의료기관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여 장비는 점차 고급화·대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부위원장은 "특히 원격의료기기가 부모에 대한 효도의 잣대가 되어 인기효도상품이 되고, 집집마다 겨쟁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면서 "이로써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네의원들이 몰락하면 의료접근성은 더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산업계 인사로 초청된 김홍진 한국U-헬스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이번 의료법 개정 입법예고 내용의 원격진료 처방 허용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국내 산업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다"면서 법 개정만으로 상황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은 "산업계도 굳이 시장도 작고 논란만 많은 원격진료를 조기 추진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의료계와 협력해 좋은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앞서 노환규 의협회장은 "의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 도입이 올바른 정책인가?"란 질문을 던지면서 "필란드나 호주에서 진료 보완제도로 도입된 건 의사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진료의 가치가 떨어지고 질이 떨어져 안된다고 판단되면 당장 원격의료 시행은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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