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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경제부총리에 '함부로 참견 말라' 직격탄

의협, 경제부총리에 '함부로 참견 말라' 직격탄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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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향한 '와각지쟁' 발언...의협 "개탄스러워"
의료왜곡은 정부 탓, '관치의료'의 단적인 사례

원격진료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향해 '와각지쟁'이라고 비판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의협이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현 부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장자(莊子) 칙양편(則陽篇)에 나오는 고사성어 와각지쟁(蝸角之爭)을 인용했다.

"드넓은 천하를 보지 못한 채 달팽이 뿔이라는 코딱지만 한 땅을 두고 다투는 손바닥만 한 국내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그의 발언에 대해 언론들은 경제 수장인 현 부총리가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과 원격 진료를 줄기차게 반대한 의료계에게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전 세계로 시야를 돌리라'고 질타한 것으로 해석 보도됐다.

이에 대해 의협은 11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료계 전체를 '소견 좁은 집단'에 비유하는 폄훼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가 드넓은 천하로 나가는 것을 정작 막고 있는 당사자는 정부라는 지적이다. 모든 의료기관이 반드시 건강보험공단과 강제계약을 맺어야 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원가 이하의 보험수가를 강제함으로써 의료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당사자가 바로 정부라는 것이다.

의협은 "의사들이 학문적 지식 대신 심평원이 마련한 기준에 맞춰 진료해야 하고,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할 전공의들은 PA들에 밀려 값싼 의사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의 저수가 횡포로 인해 교수들조차 교육·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왜곡된 의료현실의 실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실을 방치해 놓은 정부 고위공직자가 의료왜곡을 더욱 악화시킬 원격의료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의료계를 폄훼한 것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묵묵히 진료실을 지켜 온 대한민국 11만 의사 전체의 명예를 폄훼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나아가 "부총리의 발언은 현재의 의료가 관치(官治)의료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모든 정책은 민(民)보다 관(官)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권력자의 교만에서 시작되는 관치(官治)는 후진국의 특성"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와각지쟁 대신 '있지도 않은 연못 속의 보석을 찾느라 연못의 물을 빼내는 바람에 결국 연못 안의 물고기들이 다 죽었다'는 뜻의 '지어지앙(池魚之殃)'의 경고를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의료환경에 재앙이 될 원격의료를 섣불리 추진할 경우, 많은 동네의원·지방병원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의사뿐 아니라 '달팽이 뿔 위의 코딱지만한 땅'에 살고 있는 모든 환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란 논어의 귀절을 인용해 현 부총리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했다.

의협은 "그 직책에 있지 않거든 그 정사에 관해 함부로 참견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기획재정부 장관이 보건의료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 준 것은 고맙고 당연한 일이나, 의료의 근본적 틀을 바꾸는 제도에 대해서는 보건의료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집중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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