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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 개선, 독약 먹겠나 사약 먹겠나 묻는 격"

"선택진료 개선, 독약 먹겠나 사약 먹겠나 묻는 격"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10.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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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획단, 선택진료 폐지 혹은 대폭 축소 제안
시민단체 "폐지가 해답"...병원계 "전액보상 전제돼야"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은 31일 오후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선택진료 제도개선 방안 모색'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선택진료제 개선 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선택진료비를 아예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안을 놓고 둘 중의 하나를 골라보자는 제안이 나왔는데 병원계는 손실분에 대한 '전액보상'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떠한 대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은 31일 오후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선택진료 제도개선 방안 모색'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윤 서울의대 교수(국민행복기획단 위원)가 발제자로 나서, 그간 기획단에서 논의한 선택진료 개선방안의 내용을 설명했다.

수술대 오른 선택진료 "폐지 혹은 대폭 축소"

기획단이 내놓은 개편안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선택진료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선택진료제도 도입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 참에 제도 자체를 아예 들어내자는 의견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병원급의 손실은 질 평가결과를 반영한 가산과 일부 수가 조정, 기관가산 확대 등을 통해 보전해 나가는 '보완책'이 제안됐다.

▲선택진료제도 개선방안(국민행복기획단)

두번째 안은 선택진료제도는 존치하되, 적용 과목이나 선택의사 비율을 대폭 축소하는 안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선택진료비 적용이 가능한 검사와 영상진단·마취·진찰·의학관리·정신요법·처치수술·침구와 부항 등 8개 항목 가운데, 진료지원의 영역에 속하는 검사와 영상진단·마취 등 3개 항목을 비선택진료항목으로 전환하는 방안, 또 선택진료 의사 지정률을 현행 병원별 80%에서 진료과목별 5~50%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 때 선택진료 축소에 따른 병원의 손실은 수술과 처치 등 일부 항목에 대한 수가 조정과 기관가산을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보전한다.

기획단 내부에서는 선택진료를 폐지하자는 첫번째 안이 더 힘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 교수는 "기획단 논의 과정에서는 선택진료를 폐지하자는 1안을 선호하는 입장이 강했다. 여전히 2안을 지지하는 입장도 있어, 2개의 안을 모두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신문 김선경
시민단체 "선택진료비 폐지...무조건적 질 가산 안돼"

시민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이번 기회로 선택진료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질 평가 가산금 지급 계획에 대해서도, 병원 손실을 메워주는 식으로 운영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선택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가 필요하냐면, 그렇지 않다"면서 "시민단체 대부분의 의견은 선택진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질 평가 보상 또한 가산 뿐 아니라 감산이 같이 기획되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해야 질 평가제도가 기존의 선태진료비를 나눠먹는 제도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질 개선 유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계 "전액보상 안되면 논의 불가...당사자 배제한 논의 원천 무효"

병원계는 강력 반발했다.

장호근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병원계는 현행 선택진료제도의 유지를 원한다"면서 "만약 개편논의가 불가피하다면 선택진료비용 전액 보상을 전제로 해야 논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 병원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제안된 어떤 개편안을 따르더라도 병원계의 큰 손실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제도개편에 의한 손실은 병원의 잘잘못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전부 보상되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 제도추진으로 인해 병원만 큰 손해보는 구조는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정영호 병협 정책위원장 또한 "당자자를 배제한 논의는 없어야 한다. (병원계를 배제한 채 진행된 국민행복기획단의 논의 결과는) 절차적 하자를 넘어 원천적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1안은 독약이고, 2안을 사약이다. 병원들에 독약 하나, 사약 하나 내놓고 무엇을 먹겠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먹을 수 없지 않겠느냐"면서 "국민 부담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품질과 편리를 생각하지 못해 생긴 문제다. 서비스 제공하는 주체는 병원이며, 병원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없어진다면서 백약이 무슨 소용 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가 선택진료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의협 "선택진료가 의료왜곡? 저수가가 문제"

의협 또한 두 가지 개선안 모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수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의료왜곡 또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인식에서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들의 부조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이라면서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나면 국민들의 부담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한정된 재원에서라면 얼마나 급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 이사는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한 모두가 저수가 정책 때문에 병원들이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로 수가를 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느냐"면서 "선택진료가 의료제도를 왜곡한 것이 아니라, 저수가가 각종 의료왜곡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선택진료 제외 위기 진료지원과 "전문성 외면" 목소리 높여

진료지원과목 전문가들은 국민행복기획단이 선택진료제 유지의 조건으로 진료지원과목에 대한 선택진료 적용 배제를 주장하고 나선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

도경현 대한영상희학회 홍보이사(울산의대)는 "영상의학과와 마취과 모두 국가가 인정한 전문의 아닌가"라면서 "어떻게 검사의 전문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영수 보험이사(성균관의대)는 2000년 있었던 판독료 파동을 예로 들어, 잘못된 정책 하나로 의료시스템이 망가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 이사는 "2000년 판독료를 없애자 1년에 200명씩 들어오던 영상의학과 레지던트가 30명~4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이후 판독료가 부활되고 나서야 예전 수준으로 정상화 됐다. 잘못된 정책 하나로 진료과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실제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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