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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지 리베이트 걸려든 의사 무더기 처분 '충격'

설문지 리베이트 걸려든 의사 무더기 처분 '충격'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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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장당 3만원, 대가성 인정된다" 21명 자격정지 '적법' 판시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내린 의사면허정지 처분이 합법하다는 판결이 또 다시 나왔다. 복지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쌍벌제 이전 리베이트 수수 사안에 연루된 의사들에 대해 무더기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최근 대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원장 등 의사 21명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취소 소송에서 2개월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 K팀장과 마케팅 대행사 H상무는 2009년 PPI제제 처방패턴 조사계약을 체결하고 조사에 응한 김 원장에게 건당 3만원씩 135만원을 입금하는 등 230회에 걸쳐 219명의 의사에게 2억9700여만원을 지급했다.

제약회사 직원 등이 검찰 기소로 약사법 위반 벌금형이 확정된 시기는 지난해 2월. 형사사건이 종결되자,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에 대한 처분에 들어갔다. 의료법 시행령상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항목을 적용해 지난해 10월 15일 일률적으로 면허정치 통보를 내린 것이다.  

의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탈크 함유 의약품의 안전성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해 증례보고서를 전달한 후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CJ측에서 처방에 대한 대가로 준 것이라고 해도 이를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의약품은 당시 석면 파동으로 문제시 된 탈크 함유 제품으로, 이들 의사는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사에 참여한 것"이라며 당위성을 내세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다수가 지역 의료사회 보건 향상 등의 공로로 표창장을 받거나 기부금 납부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오고 있고, 개인의원을 운영하고 있어 정지처분을 받으면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며 재량권을 일탈한 처분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조사 및 대가 수수는 설문조사 형식을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의사들의 직무인 의약품 채택이나 처방 유지와 관련된 금품수수라고 봐야 한다"며 이를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조사를 위한 설문지는 분량이 1장에 불과하고, 내용과 항목도 환자의 배경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안전성이나 부작용에 대해 검증하거나 연구를 하기에는 너무 빈약하고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CJ가 조사에 응한 의사들에게 설문지 수량이 아닌 처방 수량에 따라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설문지를 회수하기도 전에 지급한 것으로 보여 설문지 작성은 형식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처분이 과도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의협이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사안에 관여된 의사 8000여명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무차별적인 행정처분 예고에 반발, 강력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시점에 내려져 의료계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1명 의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은 의협이 쌍벌제 이전 행위에 대해 복지부가 처분을 내릴 경우, 관련 공무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지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내려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더욱이 처분이 내려진지 나흘뒤인 2012년 10월 19일 손건익 당시 보건복지부 차관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부는 쌍벌제 이전의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공언했으나,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의료계를 대하는 태도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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