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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호스피탈리스트' 제도...타산지석 될까?

미국 '호스피탈리스트' 제도...타산지석 될까?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7.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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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크게 확산, 미국서만 3만 명 활동
입원환자 주치의 역할...인력제도 혁신 가져와

▲ ⓒ의협신문 김선경
의사보조인력(PA)의 제도화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제도가 의사 인력제도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내과학)는 '의료정책포럼' 최신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은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통해 병원들이 전문의를 더 많이 고용해 의료의 질도 높이고 환자 안전문제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허 교수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질병패턴의 변화, 말기 환자의 증가 등으로 인해 통합적·전인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10년 전부터 이 같은 역할을 하는 호스피탈리스트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만 현재 약 3만명 이상의 호스피탈리스트가 활동 중이다.

호스피탈리스트는 주로 내과계 의사들인데, 이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주치의 역할이다. 내과전문의가 외래와 입원 진료를 함께 수행하는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즉 미국에선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응급의학전문의가 우선 진료하고, 내과입원이 필요한 경우 세부전공과 무관하게 호스피탈리스트를 먼저 접촉하는 것이다.

호스피탈리스트들은 전공의들을 지도하는 역할과 병원내 환자 안전 문제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의대생 및 전공의에 대한 내과교육이 '통합적' 관점에서 이뤄짐으로써 세부전공별로 나누어 시행하는 교육에 비해 현저히 우수한 교육효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또 주로 전공의가 당직근무를 서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병원은 전문의인 호스피탈리스트가 야간·주말 당직을 수행함으로써 의료사고 발생의 위험 가능성도 경감시키고 있다.

허 교수는 "지난해 정부는 세부전공별 전문의 당직이라는 실현 가능성 없는 제도를 시도하려다 실패했다"면서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을 원한다면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포괄수가제 때문이다. 포괄수가제에서는 재원일수가 길어지면 경영면에서 손해를 보게 되므로 외래진료를 주로 하는 내과의사와 입원환자만 담당하는 내과의사로 구분해 의료진을 관리하는 시도가 이뤄진 것.

입원환자만 전담하는 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 환자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전공의가 환자를 담당할 때 보다 합병증 발생 비율이 감소했다. 즉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하면서 부터 입원환자의 재원일수 감소, 의료의 질 향상, 병상이용률 증가 효과가 나타났고 이에 따라 병원 수익은 현저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도 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수요 증가의 원인이 됐다. 미국은 2003년부터 병원 근무 의사들이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고, 24시간 연속 근무가 금지됐다. 병원으로선 추가 인력의 확보를 피할 수 없게 됐는데, 호스피탈리스트의 충원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허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정부의 개입 없이 의료계 내부의 합의만으로 당장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도입되려면 △외래 환자가 입원할 경우 동일 의사가 계속 진료하는 관행을 깰 수 있는가의 문제 △전공의가 아닌 내과전문의가 당직근무를 해야 하는 점 △경험 많은 의료인력을 투입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력 고용이 필요해 병원이 경영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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