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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살려달라" 서남의대 호소에 '냉담'

"한 번만 살려달라" 서남의대 호소에 '냉담'

  • 이은빈 기자·이정우 인턴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2.1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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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천 학장, 14일 국회서 교육과정 개편 등 정상화 방안 발표
19일 교과부 감사 이의신청 예정…"학생 보호 최우선" 한목소리

▲박종천 학장이 서남의대 정상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은빈 기자
교육과학기술부 특별감사 발표 이후 폐과 기로에 놓인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이 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전체 교육과정을 통합강의 중심으로 뜯어고치고, 인근 의대와의 협약을 통해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지만, 10여년간 부실의대의 실상을 목도해온 의료계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박종천 서남의대 학장은 14일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과 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 주최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서남의대 학생 교육권 보호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교과부 감사에 따른 대응과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박 학장은 "그 동안 학교는 어수선했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학생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그들을 가르친 교직원들 또한 침통했다"고 분위기를 전하면서 "피해를 막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이번 학기부터 기초의학 강의가 가능한 타과 교수 일부가 서남의대 강의에 편성된다. 의대 평가인정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전임 교원은 공채 등을 통해 빠른 시일 안에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임상실습의 경우 교육약정 체결을 통해 올해 1학기부터 전주 예수병원에서 실습이 이뤄진다. 전남의대·조선의전원·전북의전원 등 호남지역 의대와 협약을 맺어 자문을 구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박 학장은 "중장기적으로는 4년마다 다가오는 의학교육 인증평가를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면서 "예수병원과 지속적으로 실습교육 약정을 협의하되, 서남의대 부속병원인 남광병원의 정상화를 위한 단계적 발전계획도 제시한 상태"라고 전했다.

"10년 동안 뭐했나" "학사운영계획도 엉망" 질책 쏟아져

토론에 참여한 의료계 인사들은 이 같은 방안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생긴 이래 수차례 서남의대측에 개선을 권고했지만 상습적인 거짓 보고와 부풀리기로 이미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임기영 의평원 의학교육인증단장은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다"면서 "서남의대의 상황은 단기간 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임 단장은 "인증평가 도입 이후 서남대측에 '기왕 의대를 설립했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정상화될 수 있다'고 무수히 설득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며 이번 정상화 방안 또한 "절망적인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임 단장은 "시간표를 보면 내과학은 순환기 학문밖에 없는데, 소화기나 내분비, 류마티스 등은 안 가르치냐"고 꼬집으면서 "교수수도 믿을 수 없다. 명단을 보면 내과 교수 2명 중 1명이 80세, 나머지 1명이 76세,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83세"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주 예수병원에 학생 임상실습을 일임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병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전문위원은 "의사양성은 과정이 중요하다. 현재 의학교육의 가장 큰 파행은 면허만 따면 다 된다는 전제"라며 "하나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 의사면허이지, 결과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임상실습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과정 때문"이라면서 "임상실습은 본 병원에서 트레이닝을 어느 정도 받고, 파견을 나오는 방식이어야 한다. 실습을 담당하는 의사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고, 역량이 있는지부터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서남의대 학생 교육권 보호를 위한 정책간담회'. ⓒ의협신문 이주형 인턴기자(연세의대 본4)

"학생·졸업생 고려 최우선" 의대생 '단체행동권' 논의 예고

교과부의 행태를 비판한 쓴 소리도 이어졌다. 서남의대 재학생과 졸업생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속히 취해지지 않는다면 논의를 거쳐 학생 단체행동권을 개시하겠다는 것이다.

남기훈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의장은 "결국 교과부가 과도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남긴 것은 '서남의대생은 의사가 아니다'라는 사회적 낙인"이라면서 "학점 취소에 대한 철회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24일 의대협 총회에서 단체행동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남 의장은 "문제에 있어 피해자이자 당사자, 약자는 서남의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라며 "정치권과 의평원의 모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폐교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학생들을 위한 방안이 과연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비리사학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교과부의 시정명령이 위법하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언론에 배포하며 감사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비대위는 "학점과 학위 취소를 요구한 교과부의 시정명령은 의과대학의 임상실습을 규정한 관련 법규가 없는 상황에서 의학교육적 통념만으로 이뤄져 근거가 빈약하다"면서 "서남의대 학생들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실습교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내달 19일 감사처분 이행기간 만료 "단순 폐쇄는 답 아냐"

교과부는 이달 9일 서남대측 이의신청을 거쳐 3월 19일 처분에 대한 이행기간이 만료된다고 일정을 통보했다. 이후 절차에 따라 감사결과 처분이 확정되는 시기는 3월 말께가 될 전망이다.

김재금 교과부 대학선진화과장은 "감사 발표 이후 40여명의 서남대 교수들이 와서 집회를 하고 의견도 전달했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좀 더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 처분이 확정되는 3월 말까지는 학점 취소나 학교 폐쇄에 대해 확정적인 발언을 하기 곤란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과장은 "단순 대학 폐쇄는 답이 아니다. 지금 학칙에 따라 학교는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재로서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밖에 드릴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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