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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회장 단식 해제...'내게 갑옷과 칼을 달라'

노 회장 단식 해제...'내게 갑옷과 칼을 달라'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11.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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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대표 맡아 전방 진두지휘..."권리의식 회복이 투쟁의 첫 걸음"

ⓒ의협신문 김선경
전국의 모든 대한민국 의사면허 소지자는 19일 부터 주 5일·40시간 근무, 토요일 휴업 투쟁에 나선다. 전국 의사 대표자들은 15일 연석회의를 열어 의협의 투쟁 로드맵을 지지하고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앞서 7일 제 1차 연석회의에서 로드맵 실행 '유보' 결정을 내렸던 대표자들이 이날은 단 한명의 이견도 없이 만장일치로 투쟁을 다짐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나타난 이 같은 변화는 노환규 회장의 단식투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노 회장은 투쟁 로드맵이 유보된 지난 7일 제 1차 대표자 대회 직후 "(의료계 지도자들의) 신뢰가 부족함을 절감한다. (투쟁에 대한)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오면 능력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의협 회장직을) 떠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어 12일 부터 단식에 들어가며 "무기력하게 잠들어 있는 의료계가 깨어나, 의사들의 간절한 염원이 큰 파도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투쟁 유보 결정으로 혼란에 빠져있던 일선 회원들은 의료계 수장이 홀로 단식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서서히 동요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속한 지역 의사회에 전화를 걸어 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거나, 자발적으로 반상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노 회장의 단식장에는 지지와 성원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몇몇 시도의사회장은 단식에 동참했으며, 전공의협의회도 릴레이 단식에 들어갔다. 국회의원들까지 노 회장을 찾아와 위로와 격려의 뜻을 보냈다.

회원들의 정서가 들끓기 시작하면서 시도의사회도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자체적인 대회원 여론 수렴에 나서고, 지지 성명을 앞 다퉈 내며 기운을 되찾기 시작했다.

'유보'를 '결의'로 되살려낸 힘은 민초 회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된 '아래로부터의 변화'였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노환규 의협 회장의 단식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노 회장은 의료계 대표자들의 만장일치 투쟁 결의에도 불구하고 보다 많은 회원들의 동참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투쟁을 선두에서 이끌기 위해서는 단식을 중단하고 몸을 추슬러야 한다는 16개 시도의사회장들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16일 자정을 기해 단식을 해제했다.

다음은 단식 해제를 결정하고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출발하기 앞서 기자와 가진 일문일답.

△단식을 마친 소감은?
- 내가 단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우리 의사들이 더 이상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비단 몇 일간의 단식 기간만이라도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동참해 달라는 의미였다.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관심과 응원을 보내준 회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대표자 대회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시도의사회장을 비롯한 각 직역 단체 대표자들께 특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 분들 매우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단식이 고통스러워 중단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 단 1초도 생각해본 적 없다.

△단식장을 방문한 사람들과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회원들은 투쟁 로드맵에 대한 의문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한 분, 한 분을 이해시키기 위해 애를 쏟았다. 상세한 설명을 듣고 다들 이해해 주셨다. 회원의 부인들이 응원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가지고 오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의협을 응원하는 의사 가족들이 많다고 하셨다. 굉장히 고맙고 많은 힘이 됐다.

경기도 부천에서 재활의학과를 개원하고 계신 한 회원으로부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의협의 대회원 서신문을 나눠주기 위해 인근 12개 의원을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는데,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간 원장님은 딱 2명밖에 없고, 나머지 원장님들은 진료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더라. 환자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어쩌다 오는 1∼2명 환자를 놓칠까 두려워 진료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울면서 하시는데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반드시 투쟁을 성공시켜 제대로 바꿔야 한다.

ⓒ의협신문 김선경
△이제부터 회원의 참여도가 중요하다.
그렇다. 하지만 처음부터 90% 이상 참여율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이번 투쟁은 절대로 단기전이 될 수 없다.

투쟁의 초기 단계에는 의사들의 권리의식을 되찾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의사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투쟁은 성공할 수 없다. 대표자 대회가 만장일치로 투쟁을 결의했지만 개별 회원들의 참여도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처음에는 참여도가 낮아도 괜찮다. 점점 높아지면 된다. 참여율이 0%가 될지, 100%가 될지는 지역의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말 뿐인 대표자가 아니라 리더로서의 진정한 역할을 충실히 해주셔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대표자분들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투쟁의 성공 또는 실패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가장 큰 성공이라면 의사들의 인식 전환을 만드는 것이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줄 알고,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정의로운 분노'를 느끼도록 하는 것, 그렇게 된다면 투쟁은 성공이다. 최종적인 성공은 물론 제도적 변화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해
원래 투쟁체를 구성할 계획은 없었다. 비대위의 목적은 투쟁 관련 의사결정 과정을 유연하고 신속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 조직의 대표가 투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권력에 잡혀 들어가 투쟁체와 격리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오늘(16일) 저녁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어 비대위를 구성한다. 위원장은 내가 직접 맡을 생각이다. 내주부터 본격 가동한다.

△정부와의 협상은?
우리의 요구사항이 담긴 공식 공문을 전달할 것이다. 투쟁 로드맵에서 밝힌 ▲수가결정구조 개선 ▲상시적인 의정 협의체 구성 ▲총액계약제·성분명처방제 추진 중단 등 투쟁 목표를 구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래 '투쟁', '쟁취' 이런 단어들을 너무도 싫어했다. 전공의 시절 때 병원노조 파업장에 뛰어 들어가 난리를 친 적도 있다. 이토록 투쟁·쟁취란 말에 거부감을 가진 내가 지금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투쟁을 외친다. 그 이유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권력을 가진 정부를 상대로 제도 개혁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꼭 투쟁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얼마 전 한 회원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외과를 지망했으나 너무 힘들 것 같아 인턴을 겨우 마치고 미용 분야로 개원했다는 젊은 의사다. 그동안 페이스북에 올린 나의 글을 읽고 크게 반성했다면서, 의원을 접고 외과 전공의로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 회원이 말했다. "돈 보다 더 중요한, 의사로서 가져야 할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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