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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병원 부실수련 뻥튀기, 어떻게 '들통'났나

남광병원 부실수련 뻥튀기, 어떻게 '들통'났나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2.07.1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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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법 "허위정보 입력해 기망…비난가능성 크다"
부실의대·병원 퇴출 '압박'·평가업무 중요성 증대

부실한 수련환경에서 전공의 정원을 배정받아 병원 경영에 이용해온 병원이 '수련병원 지정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됐다.

병원측은 수련병원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교육을 위한 것이라며 소송으로 맞섰지만, 조사과정에서 자료 조작 등 관계기관을 속이려 한 정황이 명백히 드러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19일 학교법인 서남학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수련병원 지정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 지정취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문을 통해 공개된 남광병원의 상세 진료실적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병원신임평가시 입력한 정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한 자료가 10배 이상 차이난다.

구 의료법과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레지던트 수련 시 병원은 전체 환자 3000명에 병상이용률 70% 이상이 돼야 한다.

남광병원은 2010년 병원신임평가 전산입력 자료에 전체 환자가 1만1,340명이며, 병상이용률이 72.4%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심평원 자료에서 전체 환자는 249명, 병상이용률은 2.2%에 그치고 있다.<표 참조>

▲ 수련병원 지정기준과 남광병원 실적 비교표. 신임평가 전산입력자료와 심평원 제출자료상의 차이가 확연하다.

현지평가서 수간호사 답변 '딴판'…외과 수술은 8건뿐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병원신임평가 현지평가 기간에 밝혀졌다. 당시 병원측이 입력한 의료수익과 진료실적 등이 병동 수간호사의 답변과 상이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평가위원은 병실 및 병상현황을 확인해봤다. 사용하지 않는 공실·창고가 병실로, 아무도 없는 병실에 실제 입원환자가 입원해 있는 것처럼 허위 기재돼 있었다.

외과 수술건수가 최소 170이상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수술실 대장을 확인한 결과 8건뿐이었다. 지도교수로 기재된 의사들은 대부분 1930대생의 고령으로, 남광병원에서 근무한 사실이 없고 전공의 컨퍼런스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건복지부는 수련병원 지정 취소 처분을 알리기 위해 2011년 10월 사전 통지 및 청문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남광병원은 기준 미달임을 인정하면서도 병원 경영이 어렵고, 자구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정을 유지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현격히 못미치는 지정기준을 눈감아주기에는 선처의 시기가 지났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환자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
재판부는 수련병원 지정기준 설정이 수련 중인 전공의가 장차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진료하게 될 환자들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남광병원의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지정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허위정보를 입력해 관계기관을 기망한 것은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남광병원 전공의 10여명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부터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남광병원이 실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5년 동안 전공의 정원을 받아온 것을 감안하면, 감시 체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현장에서 신임평가시 자체적으로 속이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남광병원의 경우 지정기준도 못 맞췄지만 도덕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면서 "관계기관을 기망한 행위를 무겁게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승소해야만 하는 싸움이었고, 승소했다.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전공의 정원 책정을 위한 자료조사 업무를 위탁받고 있는 대한병원협회가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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