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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응급실…당직전문의 확보율 39% 불과

비상 걸린 응급실…당직전문의 확보율 39% 불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07.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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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보건복지부 자료 분석결과
개설과 별로 당직의사 규정 신설…응급실 폐쇄 정책

▲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응급실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 10곳 가운데 6곳 가량이 당직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의가 응급환자를 진료하지 않을 경우 당직의사는 근무명령 성실 위반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병원장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한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당직 전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응급의료기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비례대표)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응급의료기관 당직전문의 인력 현황'에 따르면 전국 457곳 응급의료기관 중 전문의 5명 이상을 확보, 주간 내내 당직전문의 진료를 할 수 있는 기관은 38.5%(176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의가 5명 이상인 의료기관은 권역·전문센터 10곳(44%), 지역응급의료센터 45곳(39%), 지역응급의료기관 121곳(38%) 등으로 집계됐다.

병원계는 "응급의료기관의 지정기준에 따른 응급의료 전담 인력 외에 모든 개설 진료과목별로 당직전문의를 두는 것은 무리"이라며 "응급의료 전담 인력을 위주로 응급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북지역 A병원장은 "당직 전문의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으며,  과장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설 경우에는 당장 다음날 외래와 입원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지역주민의 응급의료를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한 달에 1000만원 가량 적자를 감수하면서 응급실을 열어왔지만 앞으로는 힘들 것 같다. 정부가 앞장서서 응급실을 폐쇄하도록 의료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 B종합병원 관계자는 "응급의학 전문의를 중심으로 응급실을 운영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모든 개설 진료과목별로 당직전문의를 지정할 순 있겠지만 실제 비상호출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에는 전문의가 2명에 불과해 공휴일과 야간에 번갈아 가며 당직을 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300병상 가량인 농어촌지역 중소병원 규모의 지역응급의료기관은 "현재도 응급실이 적자인 상태인데 응급의료법 시행으로 전문의 당직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지역응급의료기관을 반납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경북지역 지역응급의료기관인 C종합병원은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전공의들이 야간진료를 커버해 줬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지만 새로 바뀌는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하루는 야간당직을 서고 다음날 응급실 주간진료를 한 후 곧바로 야간당직을 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병원 관계자는 "낮에는 외래와 입원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술을 하고, 야간에는 응급실 당직을 선 뒤 그 다음날 또 외래와 입원환자를 진료하라는 것이 응급의료법"이라며 "의사들이 로보트는 아니지 않냐"고 하소연했다.

지방병원들은 수도권보다 생활 여건이 좋지 않아 전문의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충청지역에서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D병원은 대책회의까지 열어지만 이렇다할 대안을 찾아내지 못했다. D병원장은 "중증외상환자의 생사와 후유증을 결정하는 핵심은 1∼3시간 이내에 응급치료를 받아야 하는 골든타임(golden time)에 달려있다"며 "대도시는 지방에 비해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 병원장은 "당직의사 규정을 지킬 수 없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응급실을 폐쇄하게 되면 지역주민들이 신속하게 응급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지방에 사는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걱정했다.

서울 강북지역 E원장은 "초대형병원들은 전임의(펠로우)를 위주로 당직의사를 정할 수 있겠지만 전임의 인력이  없는 1000병상 이하의 종합병원들은 이 제도를 따르는게 쉽지 않다"면서 "봉직의사들이 몇 명 없는 일부 과에서는 사직서를 제출하려는 움직임 마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1명 뿐 이라는 경기도 F병원은 "1명 밖에 없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1년 내내 당직을 서라는 것이냐"며 "정부가 현실적이지 않은 법안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무 가중으로 인해 의료사고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G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병원과 지방병원 응급의료기관은 최소 인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외래·입원환자 진료·수술에다가 돌아가며 야간 당직까지 설 경우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H 원장은 "말이 콜당직이지 응급실 환자가 많은 소아청소년과나 일부과 콜당직 전문의는 거의 상주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전문의가 혼자인 과는 퇴근해서도 1년 365일 집에서 콜 받을 준비를 하라는 것이 정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응급실 진료는 응급의학과에서 환자의 경중을 보고, 입원이 필요하면 해당과 전공의를 호출해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되며, 큰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과 전문의를 호출하는 절차를 밟아왔다"며 "전세계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 서울백병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들이 응급진료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서울백병원 홍보팀>

현행 권역응급의료센터 설치 기준은 한 해 동안 연간 내원환자수 3만명 이상인 경우 응급의학전문의 4인 이상을 포함해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6인 이상이어야 하며, 2만 명 이상∼3만 명 미만은 응급의학 전문의 3인이상을 포함한 응급실 전담 전문의 5인 이상이어야 한다. 1만 명 이상∼2만 명 미만은 응급의학전문의 2인 이상을 포함해 응급실 전담 전문의 4인 이상이어야 한다.

전문응급의료센터 가운데 외상센터는 응급의학 전문의 3인 이상과 외과 전문의 중 외상외과 전담의 3인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응급의료센터는 권역응급의료센터와 마찬가지로 응급실에 24시간 전문의가 1인 이상 근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외상외과 전담의는 외과 상임레지던트가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 외상응급환자 치료요청을 하는 경우 20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해야 한다.

전문응급의료센터인 화상센터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2인 이상 ▲외과전문의 1인 이상 ▲성형외과 전문의 2인 이상을 확보하고, 응급실에 24시간 전문의가 1인 이상 근무해야 한다. 심혈관센터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2인 이상 ▲심장내과 전문의 3인 이상 ▲소아과 심장전문의 1인 이상 ▲흉부외과 전문의 1인 이상을 확보하고, 응급실에 24시간 전문의가 1인 이상 근무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독극물센터는 ▲응급의학 전문의 3인 이상 ▲중독전담의 2인 이상이 근무해야 하며, 응급실에 24시간 전문의 또는 중독전담의 1인 이상이 근무해야 한다.

시군구 지역 밀착형인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전문의 2인 이상을 포함해 전담의사 4인 이상이 근무해야 하며, 24시간 전문의 또는 3년차 이상 수련의 1인 이상이 근무해야 한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의사 1명 이상이 24시간 근무해야 하며, X-선 촬영기·혈액선부 및 화학검사·동맥혈가스분석·요성분 등을 검사할 수 있는 장비와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후두경 등 기관삽관장비를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는 응급의료기관 종류에 따라 권역응급의료센터는 8개 과목에, 지역응급의료센터는 5개 과목에,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개 과목에 필수적으로 당직 전문의 근무를 하도록 했으나 오는 8월 5일부터는 '응급의료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각 의료기관이 진료하는 모든 과목으로 당직 전문의가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 설치 기준에 규정하고 있는 전문인력과는 별도로 모든 개설 진료과목에 당직전문의를 두도록 하고, 비상호출체계를 지키지 않은 당직의사에게는 면허정지를, 병원장에게는 과태료 처분을 하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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