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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 반대 목소리 '여의도 들썩'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 반대 목소리 '여의도 들썩'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2.06.1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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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이유 일부 찬성의견 '여성건강' 앞세운 반대의견에 밀려
식약청, "다양한 의견 수렴 후 피임제 재분류(안) 확정하겠다" 약속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여의도를 들썩이게 했다.

15일 오후 3시 한국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주최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한 '피임제 재분류(안)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여성들의 건강을 위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서는 안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성들이 보다 쉽게 피임약을 구입해 복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접근성'을 강조하면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일부 단체의 주장은 반대 목소리를 이기지 못했다.

▲ 15일 오후 3시 한국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반대하는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한 목소리로 전환 반대를 외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이같은 반대 목소리는 식약청이 '피임제 재분류(안)'을 확정하는데 있어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 관계자가 "각계 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답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은 당분간 찬성과 반대의견, 그리고 과학적인 근거를 더 검토한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 "과학적 근거에 의한 재분류"만 강조

이날 공청회에서 이선희 식약청 의약품심사부장은 "국민이 안전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의약품 재분류 작업이 이뤄졌고, 과학적 근거에 의해 재분류를 실시했다"며 안전성·유효성, 그리고 선진국의 자료를 기반으로 했음을 강조했다.

또 "사전피임약을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한 이유는 부작용 사전예방 및 관리를 위해 의사의 관찰이 필요했기 때문이고, 응급피임약을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한 이유는 부작용 발현 양상등에 특이사항이 없으며, 국내외 충분한 사용경험이 축적됐기 때문"이라며 의약품 재분류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배경설명 이후에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나뉘었는데,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에 대한 찬성 의견보다는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300여명의 방청객 대다수도 지정토론자들의 반대 의견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면서 공청회 분위기를 압도했다.

약사회, 여성민우회, 경실련 등 "모든 피임약 일반약 전환" 주장

이날 지정토론에서는 대한약사회, 한국여성민우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소비자연대 등이 사전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사전피임약·응급피임약 모두를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수십년간 사용해왔던 사전피임약을 갑자기 전문약으로 전환한다면 사전피임약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응급피임약이 전문약으로 전환됐을 때 여성들의 경제적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약사들이 피임약에 대한 안전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응급피임약이 모두 일반약으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도 "약의 부작용을 근거로 피임약의 접근성을 막는 것은 안된다"며 "여성들이 피임약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준 한양의대 교수(경실련)와 조윤미 녹소연 본부장도 일반약 전환을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40년간 여성들이 사전피임약을 쉽게 구입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되어서 실제로 상황이 벌어질 때 여성들이 빨리 선택하고 결정해 약을 복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윤미 본부장은 "피임과 관련된 것은 모두 보험으로 해야 한다"며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해서 자연스럽게 피임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 반대목소리 공청회 분위기 압도

그러나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 주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낙태반대운동연합회, 대한의사협회(진오비/산부인과의사회/산부인과학회), 한국생명윤리학회 등은 "여성의 건강권 문제를 '접근성'이라는 이유로 방관해서는 안된다"며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피임약을 복용해야 하고, 원치않은 임신으로 인한 낙태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인숙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생명위원은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될 경우 상습복용으로 인한 자궁외임신 등이 여성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현철 낙반연 회장도 "응급피임약은 정말 응급상황에서 사용돼야 하는 약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돼 일반적인 피임제로 오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됐을 때 낙태율이 더 올라간 외국의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안나 진오비 대변인은 "그동안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있다"며 방청객들에게 사죄 의미로 인사를 한 뒤 발언을 했다.

최 대변인은 "일부 단체에서 피임약 모두를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 몹시 화가 난다"며 "응급피임약이 전문약일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오히려 낙태로 인한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여성들의 건강문제는 심각해 진다"고 주장했다.

또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비용을 대신 지불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시민단체들은 의사들이 제대로 진료를 하고 있는지 감시해 달라"고 강조했다.

찬성과 반대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최정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이든 사후든 장기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가 우려되는 계층은 누구인지, 그리고 지원책은 없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여성은 피임제 복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의료적 지원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정부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청객들, 응급약 일반약 전환 주장 토론자 집중 질타

한편, 지정토론이 끝난 후 방청객 질의 응답시간에서는 식약청의 피임제 재분류(안)에 대한 비판과, 모든 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표한 토론자들에 대한 집중 질타가 이어졌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한 간부는 "정부는 낙태율 낮추자고 하면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과연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으로 됐을 때 탁태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응급피임약은 낙태를 줄이지 못한다는 관련 논문이 많고, 여성부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위해 병원 응급실에 피임약을 비치하고 있다"며 접근성을 이유로 일반약 전환을 주장한 토론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또 "산부인과의사들이 학교를 대상으로 피임 교육을 적극적으로 할려고 해도 우리나라 교육제도 때문에 학교의 허락을 받기 쉽지 않다"며 정부가 그동안 방관하고 있는 부분도 꼬집었다.

분만병원협회를 대표해서 나온 한 의사도 "피임약은 고혈압·당뇨약보다 더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접근성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다양한 목소리에 대해 이선희 식약청 의약품심사부장은 "오늘 공청회는 재분류 시안에 대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보완적인 부분은 충분히 재검토를 해서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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