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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정부 "백내장 포괄수가 인하, 의료계 탓"

궁지 몰린 정부 "백내장 포괄수가 인하, 의료계 탓"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2.06.0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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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상대가치점수 조정 때문"...의협·학회에 책임 떠넘기기
의료계 "정부가 고수한 총점고정방식이 왜곡 초래...눈가리고 아웅"

9일 안과개원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포괄수가제 반대 궐기대회를 앞두고, 정부가 물타기에 나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8일 저녁 긴급 설명자료를 내어 "백내장 수술 포괄수가가 10% 인하된 이유는 대한의사협회와 관련 학회가 스스로 정한 상대가치(의사행위량) 조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 상대가치 전면개정 과정에서 의협과 관련학회가 진료수익을 높이기 위해 포괄수가로 묶인 백내장 수가를 인하하는 대신, 안저검사 등 빈도가 많은 검사의 가격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고 이것이 이번 포괄수가 인하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심평원은 자료를 통해 "2006년 12월 행위별 수가 상대가치 조정으로 백내장 수술가격은 낮아지고 안저검사 등 빈도가 많은 검사가격은 높아졌다"고 밝히면서 "상대가치는 의협과 각 학회가 의사업무량과 객관적으로 조사한 진료비용을 종합, 총점을 고정한 범위 내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심평원은 "당시 대부분의 안과가 백내장 수술은 포괄수가제에 참여하고 있었다"면서 "행위별 수가의 백내장 수술 상대가치 점수를 낮추고 빈도가 높은 검사가격을 높임으로서 (안과 부분에서) 연 298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2006년 상대가치점수 개정시 인하된 백내장 수가가 2008년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되면서 백내장 행위별 수가가 해마다 떨어졌고, 이를 기준으로 백내장 급여비용을 산출하다보니, 백내장 포괄수가도 인하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는 반은 맞는 얘기고, 나머지 절반은 틀린 얘기다. 팩트는 들어맞는데 인과관계와 이를 해석하는 관점은 다르다.

일단 2006년 상대가치점수 개정으로 백내장 수술의 상대가치점수가 낮아지고 안저검사 등의 상대가치점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달라진 상대가치점수가 2008년부터 매년 20%씩 나누어 적용돼 올해 100% 적용을 앞두고 있으니, 이에 따라 백내장 수술관련 행위별 수가가 해마다 낮아지고 있는 것도 맞는 얘기다.

7개 질병군 포괄수가를 재산출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급여비용 100% + 비급여 비용 100%+ 기타 비용(비보험) 50%+ 종별인센티브'라는 공식을 썼고, 이 가운데 급여비용은 2012년 1월 기준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를 반영했으니 상대가치점수 인하에 따른 여파로 포괄수가가 낮아졌다는 것도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재정중립·총점고정' 발목...의료계, 선택권은 없었다

그러나 2006년 상대가치점수 개정 당시, 주도권을 쥔 것은 의료계가 아니었다.

당시 상대가치점수 개정은 재정중립·총점고정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졌다.

각 의료행위별로 의사업무량을 산정한 것이 아니라, 각 과목별로 캡을 씌우고 과목별 총점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그 안에 속한 행위들간의 점수만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결과적으로 보자면 의협과 학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과목내 의료행위 목록을 쭉 뽑아두고, 행위별로 점수를 이동시키는 선이었다.

또 당시 심평원 연구결과 산출된 급여항목의 원가보존율은 80% 수준에 그쳤지만 원가 보존을 위한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과목내에서 빈도가 높은 행위의 점수를 올려 실질적으로 수가인상의 효과를 거두고자 했던 것은 의료계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의 결과였을 것이다.

안과가 백내장 점수를 인하하는 대신, 빈도가 높은 안저검사의 점수를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2006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큰 이슈로 다뤄졌다.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이기우 의원은 "상대가치 전면 개편 작업이 재정중립과 점수총량 고정이라는 한계로 모든 진료행위들을 키 순서대로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이는 현실을 반영한 객관적인 상대가치점수 도출로 진료행위·과목간 상대가치 불균형으로 인한 의료왜곡을 시정한다는 상대가치 전면개정의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다른 행위의 점수를 올리기 위해 백내장 수가를 내린 것은 당시 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재정중립·총점고정이라는 틀로 의료계의 발목을 묶었던 정부가, 이제와 의료계에 그 공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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