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군 자살사고율 일반 대비 3배…대책 시급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책에 핵심 빠져 있다"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의 자살 사고율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3명 중 1명은 폭행·따돌림·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나왔다. 학교폭력 피해는 연령이 낮을수록, 남학생의 비율이 높을 수록 잦아졌다.
정부의 학교폭력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이 발표됐지만, 정신건강과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예방과 치료를 위한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의료계의 불만이 거세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8일 성명을 통해 "2009년 학회 차원에서 실시한 학교폭력과 정신건강에 대한 조사에서 그 위험성은 예견됐다"며 피해 정도가 심할수록 정신건강적 문제도 증가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학회가 중고등학생 33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지난 한 달간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21.7%, 따돌림 12.8%, 괴롭힘을 경험한 학생은 11.0%였다. 자살생각이 있는 학생도 13.6%에 달했다.
학회는 다양한 정신병리척도 점수를 비교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군에서 모든 정신건강 요인의 악화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피해 정도가 심할수록 정신건강의 문제가 증가한다는 것.
학교폭력 피해군의 자살사고 비율은 26%로, 학교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의 자살사고율 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학교폭력 피해가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 증가와 관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곽영숙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제주의대)은 "학교폭력의 원인, 발생, 그 후유증에서 정신건강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 "교육과학기술부의 대책에 반드시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을 다스려줄 전문적인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식 학회 학교건강위원장(중앙의대)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많은 피해학생들이 우울증상과 불안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이 어려움을 말하기 전에 먼저 어른들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신건강문제 선별조사는 전문가의 모니터링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