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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위헌소 청구

의협,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위헌소 청구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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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지난 2000년 8월 의료기관에 요양급여 기관 지정을 강요하고 있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지난 달 21일 이례적으로 의협과 복지부 등 양측 변호사들을 직접 심리에 출석시켜 구술심리를 벌였다.

이는 기존에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관련자료를 제출받아 판결을 내리는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인 일로 재판부도 의협에 의해 제기된 요양기관 강제지정 조항이 위헌의 여지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료계의 다소 희망 섞인 전망이 일기도 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익 또는 국가정책상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의료기관 등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료기관 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제40조 4항과 제96조 처벌조항에 의해 조건부로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가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제40조 4항의 “요양기관은 정당한 이유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6조 “제40조 4항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처벌 규정으로 의료기관 개설자나 종사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기관으로서만 의료행위를 강제하고 있다.

이에 의협은 건강보헙법 관련 규정들에 대해 헌법 소원을 신청하고 요양기관 강제지정 제도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지난 16일 의협은 서울 서초동에 있는 변호사 회관에서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 제도의 위헌성과 향후 한국의료체계의 조명'이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황덕남 변호사는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의 위헌성'을, 박은철 교수(연세의대·예방의학)의 `당연지정제도 이후 의료체계의 조명'를 주제 발표하고 의료계와 법조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지정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온 전철수 의협 보험이사는 “일제 식민시대와 미군정 시대를 거치며 우리나라의 행정은 규제와 억압을 사회 안녕을 위한 기본 이념으로 삼아왔다”고 전제하고 “건강보험법이 담당 주체간의 자율과 책임을 존중하기 보다 규제와 억압적 관행을 당연지정제를 통해 제도화하면서 형식은 민주적이지만 구체적 내용은 비민주적인 무책임한 입법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특히 “당연지정제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데 있어 제일 큰 문제점은 정서적인 배타성”이라며 “당연지정제를 마치 일종의 신념체계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신성모독으로 몰아부치는 배타주의가 정부 내 존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전 이사는 당연지정제 폐지 후 “적정수가의 결정 형태가 공급자와 보험자간에 이뤄지는 수가계약 시장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가 역시 자율적인 기대 수준에서 결정되는 역동적인 가격체계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이사는 “당연지정제 폐지 이후 정부는 합리적 계약 형성을 위해 병원급 및 공공의료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보험가입 기관에 대한 세제혜택이나 시설투자 지원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그 한 예로 들었다.

전 이사는 “당연지정제 폐지는 절대적 의료 서비스의 창출을 소비자의 선택 능력에 따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지정제 폐지 이후 의료 서비스의 보편화와 표준화를 통해 전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가져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익제 병협 사무총장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보험자의 일방적인 지배를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하고 “당연지정제로 인해 일방적인 수가 강요와 신약·신기술의 발전 저해 등의 폐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 총장은 “의료계는 정부의 진료비 일방적인 삭감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며 “진료비 지급지연과 일방적인 진료비 삭감 등으로 지난 해 병원 도산율이 8.9%에 달했다”고 일방적인 정부 정책을 비난했다.

성 총장은 “현 정부의 민주화 투쟁 방식의 정책 적용으로 의료의 하향 평준화가 가속됐다”고 밝히고 “다수의 힘을 통해 일방적인 손해를 강요하는 정책 추진의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감 신 경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오직 건강보험법이란 유일한 방법으로 한국의 의료를 재단하려다 보니 다양한 사회 욕구를 충족시키지도 못할 뿐 아니라 공급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감 교수는 의료계의 당연지정제 폐지 요구가 국민에게 왜곡돼 비칠 수 있다고 지적, 눈길을 끌었다.

감 교수는 “의약분업 사태에서 보듯 국민들이 의료계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고 지적하고 “당연지정제 폐지가 결국 국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제도라는 인식을 어떻게 심어줄 것인가가 당연지정제 폐지 요구 못지 않게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연지정제 폐지가 국민들에게 근본적인 의료 서비스의 차별을 불러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줄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감 교수는 당연지정제 폐지로 인해 보험자의 의료정책 독점 현상을 완하해 줄 것으로 당연지정제 폐지의 순기능을 전망했다. 하지만 민간의보에 대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형태로 운영될 수 있는 만큼 민간의보 도입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길 중앙일보 경제담당 부국장은 “현대 대중사회에서의 모든 정책은 우선적으로 국민에 대한 고려를 전제하고 있다”고 말하고 “의협의 모든 정책들을 어떻게 국민에게 인식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국장은 “현재 의협이 주장하는 정책들이 용어나 개념부터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민 설득을 위해 우선적으로 전문적인 의료정책 용어들을 보다 쉬운 개념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승민 변호사는 “현재 의료제도들의 문제점은 당연지정제로 인해 파생된 문제라기 보다 정부의 과잉 규제로 인한 것이 더 많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이 변호사는 “문제의 핵심은 요양기관 지정 방식의 문제라기 보다는 건강보험법에 규정된 진료 이외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건강보험법상의 규제를 들이 대려고 하는 정부의 행태가 문제”라고 비난하고 “건강보험법과 관련없는 비급여 행위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간여하는 것은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요양기관지정 제도가 무리없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요양기관과 계약한 급여부분에 한해서만 관여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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