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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시를 쓰는 '화가 강창열'

그림으로 시를 쓰는 '화가 강창열'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1.12.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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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와 시의 운율이 함께하는 공감각적 서양화가

 

▲강창열 화백의 작업실

그의 그림에서는 음악과 시가 떠오른다. 화가 강창열. 1948년생, 올해로 63세인 전업 화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송파구 마천동에 위치한 화가의 작업실은 다세대 주택이 오밀조밀하게 몰려있는 주택가 상가건물 3층에 위치한다. 한 층 전체를 작업실로 쓰고 있는 화실은 2평정도 되는 수면실외 캔버스와 물감이 공간을 빼곡히 차지했다. 좀 더 한적한 곳에 여유로운 작업실은 어떠냐는 질문에 강 화백은 "전원공간에 작업실을 두면 화가가 자연의 아름다움에 몰입돼 창작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변으로 서울 하늘아래 작업실 예찬론을 편다. 무엇보다도 인근 거리에서 작업 하는 술친구들이 있어 이곳이 더 좋다고 한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지 어느덧 40여년 가까이…나이 60을 넘어선 화가 강창열. 그는 국내보다 해외 컬렉터에게 더욱 인기 있는 화가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의 그림이 더 궁금한 이유다.

작업실에 놓인 그림을 마주하면서 떠오른 단상…커다란 창이 있는 거실의 소파 탁자 위, 원두커피 한잔과 잔잔히 들려오는 유키 구라모토의 뉴에이지 피아노 선율이 문득 떠올랐다.

이미 진갑을 넘어선 강 화백의 붓끝에서 나오는 몽환적 이미지들…파스텔 색조로 그려진 물상들이 마치 어떤 리듬을 갖고 흐름을 타는 듯하다. 그리고 영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그래서인가? 제1회 광주비엔나레 심사위원장으로 내한했던 세계적인 프랑스 미술 평론가 호제 부이오는 "문학의 장르 중 시에서만 표현되어 이해가 가능한 단어들처럼 그의 그림은 마치 우리인간의 현실의 삶과 닮아 있는 듯하다. 작업 안에서 소재들의 필연적인 구성은 거의 투시력의 경지에 오른 작업과정이 요구되며, 그렇게 완성되어진 작품은 비로서 시의 구조를 파헤치듯 조금씩 음미된다"라며 강 화백을 시인이라 말한다.

▲열린시간(Open Time) 116.8 X 91.0cm mixed media

 ▲열린시간(Open Time) 72.7 X 60.6cm mixed media
작년부터 올해까지 3회에 걸쳐 예술의전당 세라믹 아트홀·비발디홀 등에서 열린 '음악과 미술의 만남', 목관5중주 협연으로 가진 스크린 전시가 그 좋은 예다.

음악평론가이자 예술비평가협회장인 탁계석 씨는 강 화백의 그림을 우연한 자리에서 보고 영감을 받아 그 자리에서 시를 썼다고 한다. 이 시가 창작곡으로 만들어져 공연 레퍼토리로 연주되었는데 강 화백의 그림이 가진 음악적 메시지가 음악가에게 창조적 영감을 불어 넣어준 것이다.

상감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작품과정을 보면 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선을 그려 채색하지 않고 면과 면에 그 만이 알고 있는 혼합재료 및 채색을 통해 그 경계가 비로서 선을 만들고 형태를 빚어낸다. 그래서 한 작품의 완성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작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열린시간(Open Time) 72.7 X 60.6cm mixed media
강 화백은 모든 작품에 한결같이 '열린 시간'이라고 이름을 붙여준다. 다만 그린 시간과 작품 크기만 다를 뿐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립니다. 하지만 획일적이지 않은…나에겐 한결같은 소재들이 있지요. 하늘 공간·물고기·항아리 등이 그것 이예요. 7~8년전 까지만 해도 작품 제목을 '공간에 갇힌 시간' 이라고 했는데 너무 길어 '열린 시간'이라고 줄였어요. 결국엔 같은 의미죠"라며 '무엇을 그리는가'에 대한 화가의 고뇌를 말한다.

그의 화면에는 물고기(송어)들이 항상 등장한다. 어릴 적 나고 자란 을숙도에 대한 무의식의 흔적이라고 한다. 그렇게 그려진 그의 캔버스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시에 잘 버무려져 혼재하고 있다.

"그림은 시대를 앞서가야 하며, 시대를 열어주어야 해요. 이와 함께 정신적·내적인 현대적 미를 구현하는 화가의 내면이 뒤 따라야 하겠지요"라고 이미 저 만치 앞서간 화가의 예술관을 말한다.

작가 스스로는 '광기' 어린 작품이라고 하지만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거실 한가운데 걸어 항상 곁에 두고 싶은 그림들이다. 그래서 더욱 컬렉터에게 사랑받는지도 모른다.

강창열 화백은 현재 송파미술협회 고문으로 있다.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등을 역임한바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정부종합청사·샤갈미술관(일본)·서울아산병원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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