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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창과 방패의 싸움'…2012년 수가협상 향배는?

coverstory '창과 방패의 싸움'…2012년 수가협상 향배는?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1.10.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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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단체-공단, 시각차 여전…치열한 논쟁 예고
의협 "벼랑 끝 의원…수가 현실화만이 살길" 결전 다짐

Cover Story

▲2010년 수가협상을 앞두고 가진 상견례에서 공급자단체와 공단대표들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의협신문 김선경
9월 마지막 날, 서울 마포의 한 호텔.

본격적인 2012년 수가협상을 앞두고 처음 자리를 마주 한 공급자단체 대표들과 공단대표단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갔다.

포문을 연 것은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경 회장은 "매년 웃는 얼굴로 덕담을 나누며 상견례를 시작하지만, 막상 수가협상에 들어가면 막무가내·일방통행"이라고 꼬집으면서 "매년 공단의 강압적인 협상태도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올해에도 동일한 행태를 반복할 것이라면 수가협상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수가협상은 정확한 추계나 명확한 근거도 없이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짜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의료기관들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채 매년 2∼3% 수가를 놓고 각 유형별로 이전투구를 벌이도록 하는 수가협상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공급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위해서는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 원칙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상철 대한병원협회장은 "현재와 같은 수가수준이 이어진다면 과연 병원들이 발전적인 의료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해나갈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면서 "저수가 정책에서 벗어나야만 선진의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단측은 수가인상률 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민의 동의'라면서 명확한 선을 그었다.

한문덕 공단 이사장 직무대리는 "수가협상은 매년 어려운 과정에서 진행되어왔다"면서 "올해에도 쉽지는 않겠지만 지혜를 짜내서 국민이 원하는 지점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 직무대리는 저수가 정책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수가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공급자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가는 2∼3% 정도 높아지는데 급여비 증가율은 해마다 이를 휠씬 웃돌아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반박,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수년째 반복되는 '창과 방패의 싸움', 공급자와 보험자간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올 수가협상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공급자들은 수년간 이어져온 저수가 정책과 그에 따른 경영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창 끝을 날카롭게 갈아세웠지만 건강보험재정관리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는 공단측의 방패도 예년보다 단단해져 있었다.

의원 수가인상률 3% 이상, 11번 협상에서 단 3번

올해 수가협상 또한 공단과 각 유형별 대표단체간 협상을 통해 2012년 1월부터 새로 적용할 수가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는 대한의사협회, 병원급 이상은 대한병원협회, 치과의료기관은 대한치과의사협회, 한방의료기관은 대한한의사협회, 약국은 대한약사회, 조산원 수가는 대한간호협회가 각 기관들을 대표하는 협상단으로 나서 공단과 협상을 벌인다.

정해진 기한까지 공급자단체와 공단이 자율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해당 유형의 수가는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올해 공단과 각 단체에 주어진 수가협상 기한은 10월 17일 자정까지다.

수가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것은 환산지수 인상률이다.

상대가치점수체계 아래에서 진료비는 진료행위별로 정해져 있는 상대가치점수에 상대가치점수당 단가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되는데 수가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은 이 가운데 환산지수, 상대가치점수 1점당 단가다.

경제성장이나 물가상승과 같은 가격요인을 반영해 매년 상대가치점수를 새로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한 만큼, 점수당 단가인 환산지수를 조정해 진료비 인상폭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환산지수가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해내고 있는지에는 이견이 있다.

지난해 공단과의 수가협상이 결렬, 건정심 의결로 2%의 수가인상이 결정된 의원급 의료기관은 점수당 단가는 2010년 65.3점에서 2011년 1월 66.6점으로 인상됐다.

이를 반영한 의원급 초진료(상대가치점수 188.11점)는 2010년 1만 2280원에서 2011년 1만 2530원, 재진료(134.47점)는 8780원에서 8950원으로 각각 200여원 오르는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이 연간 3~5%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의약분업 이후 11년간 협상으로 3%가 넘는 수가인상률이 결정된 사례는 2001년과 2006년, 2010년 수가협상 단 3번 뿐이다. 그나마 2001년에는 의약분업이라는 특수 덕분이었고 2006년에는 다음해부터 유형별 수가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2010년에는 의료계가 약품비 절감운동을 벌이겠다는 약속을 해서 얻은 결과였다<표1>.

수가협상 현황 

적용년도 협상 환산지수(원)
2001. 01 결렬 55.4(7.08%)
2002. 04 결렬 53.8(-2.88%)
2003. 01 결렬 55.4(2.97%)
2004. 01 결렬 56.9(2.70%)
2005. 01 결렬 58.6(2.99%)
2006. 01 계약 60.7(3.5%)
2007. 01 결렬 62.1(2.3%)
2008. 01 의·병협 계약결렬 4개단체 계약체결 6개유형(※의원 62.1 병원 62.2)
2009. 01 의협 계약결렬 5개단체 계약체결 6개유형(※의원 63.4 병원 63.4)
2010. 01 의·병협 계약결렬 4단체 계약체결 6개유형(※의원 65.3 병원 64.3)
2011. 01 의협 계약결렬 5개단체 계약체결 6개유형(※의원 66.6 병원 64.9)

※ 2008년도 수가부터 유형별 환산지수 적용 자료 : 공단재정위원회 등. 2001∼2003년도는 재정적자로 인한 재정안정화 대책 기간)

상대가치점수가 수만가지에 이르러 정확한 추계는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의원급 수가(환산지수)를 1% 인상할 경우 연간 667억원 정도의 추가재정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가억제 속 의료기관 경영지표 지속 악화

그러는 사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11년 상반기 건강보험통계지표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비 증가율은 4.8%로 요양기관 평균 증가율에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저성장 기조가 최근 몇 년째 계속 이어지면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평원 통계를 분석해보면 2001~2010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연 평균 급여비 증가율은 5.7%로, 요양기관 평균(10.5%)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급여비 증가율은 연 평균 14.7%, 약국의 급여비용이 10.8% 정도 늘어났다.

전체 요양급여비용 가운데 의원급이 차지하는 몫도 2001년 이후 해마다 급감하는 추세다. 대형병원 경증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파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32.8%였으나 2003년 28.6%로 내려앉았고, 2005년 24.5%, 2007년 24.5% 그리고 2010년 21.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병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31.8%에서 2010년 44.4%까지 높아졌다<표2>.

연도별(의원-병원)요양기관 요양급여비용 현황

단위:억원

구분 병원급 이상 증가율 점유율 의원 증가율 점유율
2001 56,686   31.8% 58,469   32.8%
2002 62,090 9.5% 32.6% 59,638 2.0% 31.3%
2003 72,831 17.3% 35.5% 58,740 -1.5% 28.6%
2004 79,777 9.5% 35.7% 61,110 4.0% 27.3%
2005 88,822 11.3% 35.8% 66,332 8.5% 26.8%
2006 107,021 20.5% 37.5% 73,878 11.4% 25.9%
2007 129,023 20.6% 40.0% 79,082 7.0% 24.5%
2008 145,696 12.9% 41.6% 82,469 4.3% 23.5%
2009 167,416 14.9% 42.5% 89,900 9.0% 22.8%
2010 193,713 15.7% 44.4% 95,547 6.3% 21.9%
평균 증가율 14.7% 5.7%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동네 의원을 방문하는 외래환자도 정체상태다. 올해 상반기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1곳 당 하루 평균 외래환자는 61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60.9명 대비 0.2%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을 닫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고,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거나 늘어나는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급여비를 압류당하는 '빚쟁이' 의원도 늘고 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6일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2008년 이후 매년 1조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요양기관에서 대출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영난 등의 이유로 건강보험 급여비를 압류받거나 금융기관에 채권이 양도된 의료기관도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현재 급여비 압류 요양기관은 총 1581개소, 압류금액은 349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86개소는 급여비를 상환하지 못해 2006년부터 5년째 급여비 압류 기관으로 묶여 있다.

전 의원은 "의료기관 증가에 따른 환자수 감소·물가상승에 따른 운영비 증가 등으로 병의원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1차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심각해질 경우 국민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부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 또한 같은 날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요양기관이 하루에 14곳 꼴에 이른다고 지적하면서 1차 의료기관을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에서 폐업한 의료기관은 2만5961곳이었으며, 폐업 기관 3곳 중 1곳은 의원급 의료기관이었다.

폐업 의원은 2006년 1844곳, 2007년 1920곳, 지난해 1559곳에 이르렀으며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무려 923곳 의원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표3>.

최근 5년간 의료기관 폐업 현황

 단위:개소 

구분 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소계 2011년 1∼6월
폐업 폐업 폐업 폐업 폐업 폐업
총합계 1,978 2091 2,147 1,686 1,821 9,723 1,076
종합병원 10 8 15 7 13 53 9
병원 95 113 117 115 135 575 77
요양병원 29 50 121 77 114 391 67
의원 1,844 1,920 1,894 1,487 1,559 8,704 923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보재정위기 악재…보험료 인상 억제 우려도

경영지표만을 놓고 보자면 수가인상이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특히 올해의 경우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는 점이 의료기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단 수가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정할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건강보험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평균 수가인상률을 강하게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통상 수가협상에 임하기에 앞서 가입자단체 및 학계·정부 대표단으로 구성된 재정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그 해 수가인상률 마지노선을 결정한다. 공단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병원급 의료기관·치과의료기관·한방의료기관·약국 등 각 유형별로 수가를 어떻게 나눠줄 것인지 협상을 진행한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자면 올해 수가인상률 마지노선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건강보험재정이 예년과 달리 상반기 1조원 정도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가입자측이 재정 불안요인이 큰데다 흑자분을 수가 보전에 사용토록 할 이유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재정운영위원회는 2010년 수가협상 때 2.01%(4000억원 규모 재정투입)의 평균조정률을, 2011년 수가협상을 위한 지난해 회의에서는 이보다 낮은 1.64%(3600억원 규모)의 조정률을 제시한 바 있다.

가입자단체 관계자는 "보험재정이 1조원 가량 당기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증가 등 재정불안요인이 여전한데다, 하반기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확대 등 보장성 확대가 예정돼 있는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 "재정흑자가 수가인상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지형변화로 내년 획기적인 보험료 인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대선 직후인 2009년 보험료 인상률이 동결되면서 재정악화로 이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재정운영위원회가 제시하는 파이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올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재정운영위원회가 제시한 총 파이를 각 직역이 나누어 가지는 구조여서,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직역간 눈치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정된 파이, 누가 가질까…유형별 '눈치작전' 치열할 듯

실제 수가협상이 본격화되면서 각 공급자단체들의 차별화 전략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단 약사회의 경우 4일, 6개 공급자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공단을 만나 설득작업에 나섰다. 약사회는 올해 의약품관리료 인하로 약국가의 손실이 크다는 점과 일선 약국들이 카드 수수료·폐기 약 처리 등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 등을 수가인상 요인으로 꼽으면서 강력한 협상의지를 보이고 있다.

병협의 경우 7일 첫 협상에서 올해 상급병원들의 급여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종합병원 이상의 급여비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수가현실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은 각 단체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가장 늦게 협상장에 발을 들일 예정이다.

의협은 12일 공단과의 첫번째 협상에 나설 계획이며 이 자리에서 의원급의 경영상황 악화를 보여주는 각종 근거자료들을 제시하면서, 1차 의료활성화를 위한 대안은 수가현실화 뿐이라는 점을 강하게 주장할 예정이다.

의협 수가협상팀 관계자는 "의원급 급여비 증가율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폐업 의원이 속출하는 등 의원급의 경영악화를 방증하는 각종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1차 의료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가인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올해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가파른데다 주5일제 도입 등으로 인건비 상승요인도 가중되고 있다"면서 "유형별 수가협상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이 같은 각 의료기관의 특성이 수가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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