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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의료계, 약품비 절감 안한다고? "모르시는 말씀"

coverstory 의료계, 약품비 절감 안한다고? "모르시는 말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1.09.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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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처방인센티브 참여로 3개월새 224억원+α 재정절감
약제급여평가-DUR 참여 정책지원 효과 '상상 그 이상'

▲ 의료계는 안전한 의약품 사용과 약품비 절감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올 7월 DUR 전국 확대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키로 하고, 제도의 연착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의협신문김선경

Cover Story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맞물려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도 의사의 의약품 처방행태가 어김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최경희 의원은 9월 22일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심평원 자체분석 결과를 보면 약제비 증가의 주된 요인은 사용량"이라면서 "문제는 사용량이라고 진단해놓고 약가 일괄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9월 26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왔다.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은 "정부가 약가를 일괄 인하하기로 했지만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 자료를 보면, 약제비 증가의 원인은 약가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처방당 품목수와 고가약 처방·약 처방건수의 증가 때문"이라면서 "많은 전문가들 역시 약제비 증가의 원인으로 투약일수 증가·건당 처방 품목수 증가 등 의약품 사용행태를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 의원은 "이 같은 의약품 사용행태를 그대로 두면 약가를 떨어뜨려도 결국 건보재정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의의 의도는 최근 발표된 정부의 약가 일괄인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었으나, 불똥은 애꿎은 의료계로 튀었다.

약제비 증가의 주된 원인이 의사의 처방에 좌우되는 사용량이라는 지적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문제의 심평원 보고서를 보면, 5년새 건강보험 약품비가 2배 이상 증가한 가장 큰 요인으로 의약품 사용량을 지목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약품비가 연 평균 12.8%씩 증가했는데 특히 의약품 사용량이 연 14.3% 늘어나면서 이 같은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보고서를 인용해 의약품 사용량 증가의 주범인 의료계가 약품비 절감운동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자료의 타당성을 차치하더라도, 의료계의 움직임을 곰곰히 되짚어보자면 이 같은 논리를 2011년 지금의 의료계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조금 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의료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대적인 약제비 절감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처방일수와 약품목수 줄이기를 통해 의료기관의 약품비 증가율을 둔화시키는 효과를 냈고, 외래처방 약제비 인센티브 사업을 통해 짧은 시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재정을 절감하는 성과도 보여줬다.

심평원이 진행하는 약제급여적정성 평가와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 점검 사업 참여도 직·간접적으로 약제비 절감에 기여했다.

그러나 외래처방 약제비 인센티브 사업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의료계의 약제비 절감 기여도를 파악할 만한 제대로 된 환산작업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와 국회가 과거의 통계에 얽매여 의료계의 자발적인 약제비 절감 운동을 제대로 평가하는데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되묻고 싶은 부분이다.

약품비 절감운동 "시대적 사명"…의료계 분위기 주도

의료계의 약품비 절감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제비 절감을 위한 의사 개개인의 노력이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계 전체가 조직적인 약품비 절감운동을 벌인 것은 2010년 수가협상 부대결의로 약품비 절감 성과를 2011년 수가와 연계하기로 하면서다.

당시 의료계는 일일 원외처방 건수 줄이기, 처방건당 평균 처방일수 줄이기, 잔여의약품 확인하기 등의 방법으로 약제비 절감 노력을 기울였지만 정형근 전 공단이사장의 총액계약제 도입 발언, 리베이트 쌍벌제 국회 통과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약품비 4000억원 절감이라는 목표치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2011년 수가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약제비절감-수가' 연동이라는 굴레를 벗게 됐지만, 의료계는 올해 다시 한번 약제비 절감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의료를 책임진다는 인식 아래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재정안정화를 위해 자율적인 약제비 절감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결의한 것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7월 약품비 자율 절감운동 재점화를 선언하면서 회원들에게 처방일수와 약품목수 줄이기·중복처방 확인하기 등 지난해 절반의 성공에 그친 약품비 절감운동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의협은 16곳 시도의사회와 19곳 각과 개원의사회를 통해 회원들의 약품비 절감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산하 보험위원회를 소집, 비용효과적 처방을 위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의료기관 약품비 증가율 둔화…약품비 비중도 감소

이 같은 노력을 반영한 결과인지, 올해 상반기 의료기관의 약품비 증가율은 큰 폭으로 둔화됐다<표1>.

<표1> 4대 분류별 요양급여비용 현황 

구분 요양급여
비용
(백만원)
기본진료료 진료행위료 약품비 재료대
금액
(백만원)
구성비 금액
(백만원)
구성비 금액
(백만원)
구성비 금액
(백만원)
구성비
2009
상반기
21,522,054 6,303,673 29.29 7,939,917 36.89 6,275,513 29.16 1,002,950 4.66
의료기관 15,848,167 6,303,673 39.78 6,571,402 41.46 1,970,141 12.43 1,002,950 6.33
2010
상반기
19,110,787 5,712,011 29.89 6,908,883 36.15 5,658,143 29.61 831,749 4.35
의료기관 13,911,211 5,712,011 41.06 5,630,721 40.48 1,736,729 12.48 831,749 5.98
2011
상반기
22,589,413 6,590,739 29.18 8,372,250 37.06 6,613,054 29.28 1,013,371 4.49
의료기관 16,562,795 6,590,739 39.79 6,925,114 41.81 2,033,571 12.28 1,013,371 6.12

 주)2011년 1월~6월 심사결정분에 대한 EDI 청구기관 진료실적을 토대로 추정

연 13~14%대에 이르던 약품비 증가율이 올해에는 전년비 3.2%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의 경우 물가상승과 가계의료비 부담 감소 등으로 의료이용량이 전체적으로 줄긴했지만 이 가운데는 의사들의 약품비 절감 노력도 숨어있다.

이는 전체 건강보험요양급여비 가운데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의료기관의 전체 요양급여비 가운데 약품비 구성비는 2006년 상반기 12.08%에서 2007년 상반기 12.44%, 2009년 12.48% 등으로 매년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2010년 상반기 약품비 비중은 12.43%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 12.28%로 같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의 약품비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의료이용량 등 외부 환경의 요인도 있겠으나, 의료기관들의 자발적인 약품비 절감노력도 약제비 절감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 참여…3개월새 224억원 절감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 사업으로 3개월새 224억원에 이르는 재정을 절감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표2>.

<표2>2010년 4/4분기 외래처방 약제비 인센티브 사업결과

 

전체약품비 의원외래
약품비
대상의원
기관수
처방총액
감소기관
인센티브
지급기관1
총절감액 인센티브
지급액2
기관당평균
지급액 3
2조
8,108억원
1조
3,578억원
22,366개 7,738개
(34.6%)
6,750개 224억 59억 872,000원

 

1. 인센티브 지급액이 5만원 미만, 평가기간 중 업무정지 등 처분을 받은 기관 제외
2. 인센티브 금액=총 절감액×당해 기간의 인센티브 지급률(20∼40%)
3. 최고 지급액 1,550만원, 최소 지급액 5만원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 사업은 의사가 자율적으로 처방행태를 바꿔 약품비를 절감할 경우, 절감액의 20~40% 가량을 인센티브 형태로 의원급에 돌려주는 제도.

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최종결과가 집계된 2010년 4/4분기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 사업 결과 7738개 의료기관에서 처방총액이 줄어 3개월간 모두 224억원의 약제비를 절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관들에게는 절감액의 일부가 인센티브로 돌아갔다.

여기에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받은 기관까지 합하면 약제비 절감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받은 의원 수는 전체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1만곳으로 늘어난다.

앞서 심평원은 더 이상 약품비를 줄일 수 없을 정도로, 원래부터 약품비를 지속적으로 적정하게 유지해오고 있는 의원 2126곳을 올해 상반기 그린처방의원으로 선정하고 현지조사 의뢰 제외 등 약품비 절감에 따른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한 바 있다.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받는 의료기관들에서 발생한 재정절감액은 빼놓을 수 없는 '+α'다.

심평원측은"처방총액 절감 인센티브 시범사업이 약품비 증가율 감소라는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급성질환에서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거나 보다 저렴한 약으로 처방을 바꾸는 등 처방행태 개선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약제급여적정성 평가로 처방행태 개선…금액으로 따지면?

간과하기 쉽지만, 약제급여적정성 평가에 참여하면서 이뤄낸 진료행태 개선도 약제비 절감책 가운데 하나다.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목된 각종 지표값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중인데, 이는 의료계의 노력없이는 불가능한 결과다.

현재 심평원이 진행하고 있는 적정성 평가 가운데 약제관련 부분은 ▲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주사제 처방률 ▲처방건당 약품목수 ▲투약일당 약품비 ▲고가약 처방비중 및 고가약처방 약품비 비중 ▲NSAIDs 중복처방률 및 부신피질호르몬 처방률 등이다.

최근 공개된 2011년 상반기 약제평가 추구관리 결과에 의하면 항생제 처방률이 전년대비 1.08%p, 주사제 처방률이 0.35%p 감소한데 이어 대부분의 지표값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건당 약품목수 또한 2010년 상반기 3.98개에서 올해 상반기 3.93개로 줄었고 6품목이상 처방비율도 16.40%에서 16.11%로, 소화기관용약처방률 또한 53%에서 52.17%로 감소했다.

투약일당 약품비도 전년도에 비해 줄었고 고가약 처방비중은 2010년 23.21%에서 올해 21.99%로 1년새 1.22%p, 고가약의 비용이 전체 처방의약품 비용 중 차지하는 비율도 지지난해 37.64%에서 올해 상반기 36.87%로 줄어들었다.

약제급여적정성 평가와 관련해 의료기관들이 약제처방 행태를 개선함에 따라 나타난 비용절감 효과는 구체적으로 분석된 바 없으나, 심평원 발표에 의거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심평원은 지난해 10년간의 경영성과를 돌아보면서 각종 적정성 평가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가 연 평균 1414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로 인한 재정절감효과가 254억원 정도라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정부나 심평원에서는 적정성 평가를 통해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며 정책효과를 홍보하는데 치중하고 있지만, 이는 의료계의 노력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성과"라면서 "적정성 평가의 가시적인 성과 뒤에 의료계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한번 쯤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UR 전국 확대 약품비 절감 최대 1868억

의료계는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 점검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DUR이란 의약품 처방단계에서 병용 및 연령·임부금기 여부와 함께 환자가 기존에 복용하고 있던 의약품과 처방약이 혹시 중복되지는 않는지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의약품 중복처방에 따른 비용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고양시과 제주도에서 있었던 2차례 시범사업 결과 네트워크장애 가능성과 업무로딩 등 일부 문제점이 확인됐지만, 의료계는 안전한 의약품 사용과 약품비 절감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올 7월 DUR 전국 확대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키로 하고, 제도의 연착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는 약국 판매약 DUR 사업이 약사회의 반대로 사실상 좌초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앞서 약사회는 약국판매약 DUR 시행을 제안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으나 정부가'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 정책'을 추진,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없다며 사업참여 전면거부로 입장을 바꾼바 있다.

DUR 시행에 따른 약제비 절감효과는 얼마나 될까? 앞서 심평원은 '2단계 의약품처방조제 지원시스템 시범사업 평가연구 보고서'를 통해 DUR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약품비 절감액이 4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중복처방 점검 등이 보다 활성화될 경우 최대 1868억원가지 재정절감액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의료계는 의료전문가로서 건강보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자발적인 약품비 절감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양훈식 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은 "건강보험과 재정안정을 위해 의료계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인식아래 의사의 처방권을 존중하면서도 약품비도 절감할 수 있도록 많은 회원들이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앞으로도 전문가단체로서 보건의료정책을 선도한다는 생각으로 지속적인 약품비 절감운동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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