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자보환자 가이드라인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

"자보환자 가이드라인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1.07.26 17:5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나춘균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협의회장

ⓒ의협신문 김선경
‘프로크루테스의 침대’

프로크루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흉악한 강도로 쇠로 만든 침대를 하나 마련해 놓고 고개 언덕을 지키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 그 침대에 눕혀 침대보다 작은 사람은 늘려 죽이고, 침대보다 큰 사람은 사지를 잘라 죽인 뒤 재물을 빼앗았다고 한다.

나춘균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협의회장(반도병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가이드라인은 의료인을 쇠 침대에 옭아 매는 또 다른 프로크루테스의 침대가 될 것”이라는 말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개선 논의 중단을 선언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자동차보험 의료비 절감을 위해 이른바 ‘나일론 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키로 하고,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기 위해 교통사고 경상환자 입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 19일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국토해양부가 의뢰한 연구용역 중간결과가 발표됐는데, 나춘균 회장의 말을 빌자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교통사고에 의한 외상은 복합적이고 다발적으로 발현되므로 환자의 상태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제시된 가이드라인은 △외상성 뇌손상 △채찍질 손상 △급성 요통 등 3대 경증질환을 개별적으로 쪼개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 의사의 판단범위를 심대하게 침해했다는 것이다.

나 회장은“교통사고 환자의 입원여부는 의료인이 환자의 상태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일로,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면서 “경상환자에 대한 획일적 입원 가이드라인 규정 움직임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 제도개선을 위한 어떠한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유독 의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 회장은 “일례로 범죄의 경중을 판단해 형을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판사에 재량권을 준다”면서 “판사가 ‘도둑질은 5년’, ‘살인은 30년’ 처럼 일정한 기준에 따라 형량을 준다면 어떻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마찬가지로 교통사고 경상환자 입원통원치료 가이드라인 제정은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재량권을 제한하는 일”이라면서 “경상환자 가이드라인 제정은 의권침해 행위로, 가이드라인 제정 움직임을 중단할 때까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제도개선을 위한 어떠한 논의에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 회장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위탁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일원화는 심사의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필요한 일이나, 이를 심평원이 맡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면서 “정부와 보험사가 자동차보험 의료비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심평원에 자보심사를 위탁할 경우 자동차보험 고유의 특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특성이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양 보험의 심사업무를 심평원 한 곳으로 통일 할 경우 심사기준을 동일화 하거나 획일화하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마지막으로 나 회장은 “자동차보험 적자의 원인은 보험사의 난립과 이로 인한 과당경쟁”이라면서 “2009년을 기준으로 전체 보험료 대비 치료비 비중은 7%대에 불과한데도, 정부와 보험계는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의 원인을 의료계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인을 잘못 진단하다보니 엉뚱한 곳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꼴”이라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료계에 대한 규제방안이 아니라, 보험계의 자기반성과 과감한 구조조정”이라고 꼬집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