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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성형외과 잔인한 7월 미용성형 부가세 '대란'

coverstory 성형외과 잔인한 7월 미용성형 부가세 '대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1.07.0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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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등록 변경때 공인인증-카드결제 먹통에 '진료 마비'
모호한 과세기준 혼란 야기…한방 미용성형 형평성 문제도

Cover Story

 
#서울에서 5년째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K원장은 미용성형 과세전환에 따른 행정업무를 처리하다 그야말로 진을 뺐다.

K원장은 일단 국세청에서 보내온 안내문에 따라 기장 세무사에게 연락해 기존 면세사업자용 사업자등록증을 면세와 과세를 겸하는 '겸업사업자'용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업자등록증 재발급에 필요한 기존 사업자등록증과 위임장을 직원을 통해 세무사에 보내주고 K원장은 가뿐한 마음으로 하루 진료를 마쳤다.

이튿날, 병원에 출근해 진료를 하던 K원장은 뜻밖의 상황에 부딪혔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전자청구 프로그램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 요양기관 공인인증에 오류가 생겼다며 급여청구 프로그램은 물론 DUR까지 도통 먹히질 않는다.

급한 마음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넣어보니 사업자등록번호가 바뀌어 새로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야 정상적인 프로그램 로그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DUR까지 돌아가질 않으니 업무는 완전히 마비상태. K원장은 새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급히 새로 나온 사업자등록증과 인감을 챙겨 직원을 공단으로 보냈다.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던 K원장의 귀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나는 접수대쪽으로 나가보니 이번엔 카드 단말기가 말썽이다. 진료비 카드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사업자등록증 변경으로 거래가 중지됐단다.

카드사에 새로 변경된 사업자등록증을 보내주고, K원장은 진료실로 들어가 아예 거래처 리스트를 뽑아들었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터지기 전에 빨리 거래처에 연락해 사업자등록증 변경을 알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업무를 처리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은 어느덧 늦은 오후, 하루 진료를 완전히 '공쳤다'.

미용성형수술 과세전환을 놓고 미용성형 개원가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업자변경에 따른 행정부담이 과중한데다 모호한 과세기준에서 오는 혼란, 타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더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행정폭력"이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신규세원 발굴 방안의 하나로 현재 면세 대상인 의료보건용역 가운데 미용성형 일부를 과세로 전환, 7월 1일 공급분부터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부가세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는 비급여 미용성형 가운데 △쌍거풀수술 △코성형수술 △유방확대·축소술 △주름살제거술 △지방흡인술 등 총 5개 항목.

기재부는 "부가가치세 과세기준을 국제적 기준에 맞추고 품목간 과세형평을 제고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미용목적 성형수술 등 일부 의료용역을 과세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제도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사업자전환 때 수진자조회-DUR-카드결제 먹통…의료기관 '분통'

 
미용성형 과세전환에 따라, 과세항목으로 지정된 5개 항목을 진료하는 의료기관은 전문과목에 상관없이 7월부터 부과세 대납을 위한 세무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5가지 의료용역 가운데 한가지 이상을 제공하는 기관이라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다.

제일 먼저 해야 할일은 사업자등록증의 변경.

의료행위는 모두 면세영역이었기 때문에 기존에 의료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사업자등록증은 면세사업장용이다. 때문에 부과세 수납과 납부를 위해서는 이를 '겸업사업자 등록증'으로 바꿔야 한다. 겸업사업자 등록증은 한 사업장 안에서 면세와 과세업무를 혼합해 행할 때 쓰인다.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내면 세무서는 겸업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한다.

사업자등록증 변경은 관련법령에 따라 과세사업 개시 후 20일 안에 마쳐야 하므로 과세대상 미용성형을 하는 의료기관이라면 7월 20일까지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신고기간 중 과세공급가액의 1%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다른 업종은 사업자등록증의 변경만으로 부가세 대납을 위한 준비가 상당부분 마무리되는 셈이지만, 의료기관은 다르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급여와 비급여 환자가 혼재해 있다보니 상황이 복잡해 진다.

당장 진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단에서 발급하는 요양기관용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내면 국세청 전산프로그램에서는 종전 면세사업장은 폐업하고 새로 겸업사업장이 개설된 것으로 처리된다. 때문에 사업자등록 정정신고를 내 새로운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받았다면 기존의 요양기관 공인인증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공인인증을 통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의료급여환자의 승인·수진자 자격조회·급여청구는 물론 약 처방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 접근이 모두 차단되는 것. 새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적용하지 않는 한 진료가 사실상'올스톱'되는 것이다.

요양기관들의 혼란은 공인인증서 발급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체감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데이터상 공인인증서 발급 사유를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7월 이후 공인인증서 발급 문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미용성형 과세전환을 언급하며 공인인증서 발급 절차를 묻는 의료기관들도 많다"고 전했다.

카드사·도매상부터 야쿠르트 배달원까지…"전화하다 날샌다"

공인인증서의 발급을 끝냈더라도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 만큼 남아있다.

의료기관이 폐업처리 돼 먹통이 된 신용카드 단말기도 새 사업자등록번호를 알려 살려야 하고, 도매상 등 거래처에도 사업자 등록증 변경내역을 알려야 거래대금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앞으로 세금신고때 부가세 환급을 받기 위해서는 약품이나 장비부터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비품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거래처에 사업자등록 변경 사실을 알리고, 부가세가 명시되어 있는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대한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미용성형 과세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자 등록번호를 부여받아야 하고 공단과 심평원·신용카드사부터 신문·야쿠르트 배달원에 이르기까기 거래처에 일일이 사업자 변경내용을 통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의료기관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전자청구 프로그램과 신용카드의 경우 잠깐의 오류라도 진료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기재부와 국세청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진료거부를 조장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코에 골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모호한 과세기준 혼란 부추겨

모호한 과세기준도 의료기관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기재부는 미용목적의 비급여 △쌍꺼풀 수술 △코수술 △유방확대·축소술 △주름살제거술 △지방흡인술을 과세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으나 복잡한 의료행위를 이 같이 단순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최근 있었던 보톡스와 필러 과세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름살제거술이라는 행위 정의가 명확치 않다 보니 보톡스와 필러의 과세 여부를 두고 혼란이 벌어진 것.

이에 대해 국세청이"보톡스와 필러 시술 등 주름살을 완화하는 약물투여 시술 중 비급여 미용목적 성형수술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면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회신을 내놓기는 했지만 논란을 여전히 진행형이다.

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어떤 부위에 어떤 용도로 사용한 보톡스·필러시술을 미용목적 성형수술로 볼 것이냐"면서 "의료행위 관련 정의를 비전문가인 국세청의 판단에 맞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논란이 비단 보톡스와 필러시술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세대상 의료행위의 정의·특정 미용성형 행위에 대한 과세여부를 묻는 질문에 "쌍꺼풀 등 미용목적 성형수술이 과세대상"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보톡스·필러와 같이 문의가 들어오면 항목별로 검토한 뒤 필요하면 추가하는 등 후속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방 유방성형은 면세, 성형외과에서 하면 과세?…형평성 논란도

한편, 한방 미용성형과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침술을 이용한 유방성형·실로 주름을 펴는 매선요법 등이 일부 한의원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데, 유독 병의원에서 시행되는 미용성형에 대해서만 부과세를 부가하는 것은 조세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이들 시술의 불법성이나 효과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같은 목적으로 시행되는 시술을 놓고 한방의료기관은 면세, 의료기관은 과세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이중잣대"라면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방 미용성형과의 형평성을 놓고 여러가지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일단 공고된 5개 항목에 대해서만 과세로 운영하고 향후 집행추이를 지켜본 뒤 확대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품목간 과세형평성 제고 등 과세선진화를 위한 방안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이미 관련법령이 작년 연말 국회를 통과했고 언론 등을 통해 그 내용이 많이 알려진 상태여서 별도로 행정적인 준비를 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기관들의 불편이 커지면서 대한의사협회도 회원 권익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의협은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규제개혁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등에 협조공문을 보내 미용성형 과세 전환에 따른 의료기관들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미용성형 과세전환으로 의료기관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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