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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전국의사결의대회 의미와 과제

1·27 전국의사결의대회 의미와 과제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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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낼 수 있다"
자신감 회복 가장 큰 수확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의사의 자존심을 내 건 `새 투쟁'이 다시 급물살에 올랐다.
신상진 집행부의 대정부 투쟁 의지와 회원 결속을 위한 총 역량을 `검증받은' 1·27 전국 대회는 잠자고 있던 많은 회원들을 일깨워 강한 활력소를 불어 넣어 줬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을 거둔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의협은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의사 결의대회'를 통해 “잘못된 의료제도와 의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번 대회는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듯, 잘못된 제도와 정책 개선을 위해 전국 7만 의사들이 하나가 되어 `분명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진 대회로 요약할 수 있다.

의협은 이 자리를 통해 국민에게 고통만을 안겨주는 실패한 현행 의약분업을 폐지하는 동시에, 의사를 정부의 통제권에 가두려는 이른바 의권침해 현상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대응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런 점에서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2만여 회원들이 지켜본 가운데, 실패한 의약분업을 상징하는 6M 높이의 조형물을 `의권 망치'로 해체하는 장면은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고야 말겠다”는 집행부의 강한 의지가 배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 7월,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의약분업을 강행시킨 보건복지부는 당시 국민이 낸 수십억원의 혈세를 들여가며 “큰 부담없이 국민들을 의약품 오·남용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의협을 비롯한 전 의료계는 분업시 처방전료/조제료 등의 신설로 인해 약 4조2천억원 규모의 재정 확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정부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 같은 주장이 무시된 채, 강제로 의약분업을 시행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이미 적자 수렁에 빠진 보험재정은 2001년 한해에만 2조4천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당기 적자를 기록했다. 당초 의료계가 우려했던 대로 의약분업은 말 그대로 `돈먹는 하마'로 이미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분업 실시 여파로 건강보험제도권내에 흡수된 약국의 보험급여비는 분업 이전인 99년 3,260억원에서 2001년에는 이 보다 무려 14배에 이르는 4조6천억이 약국에 지출됐다.

이 같은 통계자료는 분업으로 인해 의료기관과 약국의 이중 삼중 방문에 따른 국민의 육체적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보험료 부담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고통지수'가 얼마나 클지에 대해 충분히 가늠케 하고 있다.
이 처럼 정부의 약속과 추측은 엉뚱한 곳으로 빗나간 채, 국민불편 가중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모두 의료계쪽으로 그 화살을 돌리고 있다.

분업 이전부터 국민을 기만해 온 정부의 `거짓 홍보'는 재정파탄에 상관없이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한 별다른 대책 마련 없이, 정부는 오히려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해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 건수가 줄어들었다며 국민들을 다시 호도하고 있다.

이는 국제의약품통계전문회사인 IMS·Korea의 의약품 판매 현황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항생제 판매량은 2001년도 1분기 동안 4,800여만 상자에서, 3분기로 넘어오면서 6,200여만 상자로 약 30% 포인트 상승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가 분업 효과를 운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협이 `의약분업 폐지'를 공식 선언하게 된 배경에는 부실 투성이인 이 제도가 앞으로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악성'으로 치닫기 이전에 미리 수술대에 올려 놓아야 한다는 긴박한 판단에서 비롯됐다.

`분업 폐지'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는 순기능 보다 역기능이 만연하고 있는 현행 제도에 대한 국민과 의료계의 다양한 `개선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갈래의 목소리들을 하나로 모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 제도'를 백지위에 그려나가겠다는 것이 의협의 투쟁 전략으로 집약되고 있다.

1·27 전국 의사 결의대회에 참가한 대다수 회원들은 “준비안된 의약분업이 결국 보험재정 파탄으로 이어져,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국민불편 해소와 보험재정 안정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기 위해서는 현행 분업을 폐지하는 길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해가 바뀌었지만, 정부와 정치권 등 의료계를 전방위로 압박해 오는 주변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허위청구'시 의료기관의 개설허가를 취소하고, 단체 행동권을 제한하겠다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료계 정서와는 무관하게 국회 통과를 `대기'하고 있다.

추운 날씨와 열악한 교통여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의사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막아내고, 선진의료를 향한 의료주체로서의 당당한 역할을 펼치겠다는 각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동시에 치르게 될 올해, 의료계로서는 생사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의협은 정치세력화를 천명했고, 앞선 대안과 의협의 `씽크 탱크' 역할을 주도해 나갈 의료정책연구소를 당당히 출범시켜 의권 확립에 앞장서겠다고 전국 7만 회원에게 다짐했다.

가슴을 열고, 뜨거운 마음으로 장충체육관에 다시 모인 전국 회원들은 “확실하게 보여주자”는 무언의 동지애를 느끼며 환자곁으로 돌아갔다. 국민건강권도 이젠 의사들이 챙겨야 한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이 같은 다짐들을 값진 결실로 맺기 위해서는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곧바로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1·27 대회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투쟁에서 벗어나,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의협의 정치세력화, 정책연구소 가동, 실패한 의약분업 폐지 등 `한국 의료의 선진화'를 위해 의협이 내세운 중대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힘든 여정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 회원의 강한 `뒷심'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의사의 자존심을 회복하여 국민속에 우뚝 설 수 있는 의협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세대와 직역, 그리고 지역을 떠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전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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