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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석해균 선장 "이대론 못살린다"

제2 석해균 선장 "이대론 못살린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06.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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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진료체계 확립 위해 정부·사회·의료계 함께 나서야
백병원 11일 글로벌포럼…전담인력 양성·외상센터 지원·수가 인상 등 해법 제시

▲ '중증외상환자 살릴 수 있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글로벌포럼에는 백낙환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장과 최원영 보건복지부 차관·서현숙 이화여대의료원장·이원로 인제대 총장을 비롯해 병원 관계자·환자·일반인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대로 중증외상환자 진료체계를 방치하다가는 한국에서 제2, 제3의 석해균 선장을 살려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적인 전망이 나왔다.

11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제5회 인제대 백중앙의료원 글로벌포럼 2011'에 참석한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 전문기자는 "허브 중증외상센터 및 외상 전문의사 양성체계 부재 등 외상치료시스템의 부실로 제때에 수술을 받지 못하거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다 길거리나 앰뷸런스에서 허망하게 죽는 환자가 없도록 정부·병원·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외상진료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국격'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증외상환자 살릴 수 있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글로벌포럼에서 미국 메릴랜드대학 shock-trauma center 소장을 역임한 곽홍 해운대백병원 자문교수는 '미국의 중증외상 진료체계'를 통해 선진국의 중증외상환자 진료체계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곽 자문교수는 "미국의 경우 예방할 수 있는 중증환자의 사망률이 5∼6%에 비해 한국은 36.9%의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고, 52.9%가 치료지연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며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사회 인식을 높이고 정부·국회·의료계가 함께 외상센터에 필요한 의료진의 구성과 응급의료기금의 확충, 외과의와 응급수송구조원과 중상 치료 교육 등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길준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는 '중증외상환자의 의학적 개요 및 우리나라 응급 및 중증외상 의학의 현황'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현실적인 개선안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병원 전단계 외상체계의 문제점으로 외상처치 전문인력이 없고, 고급 응급구조사·헬기전담의사 양성체계·헬기 이송체계 부재 등을 꼽았다. 병원단계에서는 외상 전담 시설 및 장비 부재와 Level 1 외상센터·외상전문 인력의 부재를 지적했다.

서 교수는 "660명의 응급의학 전문의가 460여개 응급의료기관에 배치돼 기관당 평균 1.4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6.2명이 근무하는 미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숫자이고, 이러한 인력으로 24시간 365일 응급실을 지키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응급의학 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시군이 93곳에 달한다"고 밝힌 서 교수는 "적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환자들은 응급실 의료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의료진들은 응급실 근무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예방가능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응급실 진료가 응급의학과 의사→임상 각과의 고학년차 전공의 및 전문의 진료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응급실 진료체계를 개선하고, 응급전문간호사 확대 배치·응급외래 설치·응급환자 전용입원시설 지정·응급의료수가 및 응급의료관리료 개선·차등수가제 도입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허영주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우리나라 중증외상 진료 체계와 발전 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도 중증외상 진료체계 발전을 위해 12년째 동결 중인 응급실 수가를 개선하고, 헬기이송체계 확립과 응급실 코디네이터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허 과장은 "병원의 경제성 문제와 의료인들이 기피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국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는 지역별 인구와 환자의 규모 등을 고려해 전국 20여 개의 중증외상센터를 선정해 매년 4곳씩 5년 동안 지원할 계획"이라고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증외상 진료체계 발전계획을 일부 공개했다. 허 과장은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최적의 진료체계를 마련해 예방가능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인 20% 이하로 낮춰 매년 3000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응급의료기금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계가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오상훈 해운대백병원 외상센터장은 외상센터 개설 이후 1년(2010년 3월∼2011년 2월) 동안 진료실적을 분석한 자료와 외상환자 치료 경험을 토대로 중증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 관심을 모았다.

해운대백병원 에서 진료를 받은 외상환자는 응급실 총내원환자 3만 6510명 가운데 7155명(19.6%)으로 이중 외상 입원환자는 12.7%(907명)로 파악됐다. 907명의 손상 기전별 분류는 추락 44.0%(407명)·교통사고 36.7%(333명)·부딪힘 10.9%(99명)·자상 1.7%(15명) 등으로 집계됐다. 입원외상환자 사망률은 4.9%(44명)였다.

오 센터장은 "환자의 생사를 결정하는 최소시간인 황금시간(golden hour)의 경우 뇌졸중은 3시간, 심근경색증은 6시간 정도이지만 중증외상은 1시간에 불과해 일반 응급환자보다 더 빠른 이송체계가 필요하고, 초기 단계의 처치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병원 전단계에서 구급요원에 의한 초기 처치와 환자 이송도중의 응급처치보다는 이송에 치우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센터장은 "해운대백병원 중증외상센터는 5명의 외과 전문의가 순번제로 24시간 당직을 하면서 신속한 진료 결정과 외상센터 시설을 통해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다"면서 "외상진료시스템을 정립하고, 교육과 연구에 매진함으로써 동부산과 동부경남 권역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백낙환 인제대 백병원 이사장이 글로벌포럼 격려사를 하고 있다.

백낙환 이사장은 "중증외상 환자 진료에 대한 수가가 낮다보니 병원이 투자를 기피하고, 중증외상진료에 대한 교육이 체계화되지 않아 외상진료체계가 미흡하지만 환자를 위해서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지원할 때는 지원해야 한다"며 "중증외상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도록 해운대백병원 중증외상센터를 중점센터로 육성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백중앙의료원은 이날 '중증외상환자 살릴 수 있다' 외에도 '파킨슨 병의 새로운 발견'을 주제로 ▲파킨슨 병의 진단에 대한 새로운 발견(김상진 인제의대 교수·부산백병원 신경과) ▲유전병 인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김윤중 한림의대 교수·한림의대성심병원 신경과), ▲새로운 약물치료의 발견(백종삼 인제의대 교수·상계백병원 신경과) ▲새로운 수술치료의 발견(장진우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등 파킨슨병 진료의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

백중앙의료원은 2007년 '심·혈관질환'을 주제로 제1회 글로벌포럼을 선보인데 이어 ▲암 ▲대사증후군 ▲뇌과학 어디까지 왔나 등 의료문제를 집중조명함으로써 패러다임을 새로 정립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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