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사들이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흥미위주의, 검증되지 않은 의학·건강 지식을 무분별하게 방송해 국민건강에 대한 위해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MBC에 반론보도를 요청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MBC TV는 지난달 30일(오후 6시10분∼7시40분) 연말특집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건강보감' 코너를 통해 지난해 시청자들의 호응이 가장 좋았던 내용이라며 `물로 하는 코 세척법이 감기예방의 비법'이라고 설명하고 매일 다섯번씩 시행할 것을 권유한 바 있다.
한의사 김소형씨(서울 강남·사랑의 한의원)를 중심으로 개그맨 이경규씨와 탤런트 조형기·김보성씨가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 특히 조씨와 김씨는 시원한 물을 코로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방법이 효과적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시청한 코질환 환자가 이 방법을 따라한 후 후유증에 대한 문의를 받은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회원이 이비인후과학회에 대책마련을 제기한 것을 비롯 이를 따라한 후 코질환이 생긴 환자의 문의가 속출하고 있어 이비인후과 개원가에서는 이로 인한 피해상황을 수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비인후과학회는 ▲물을 코로 들이마실 경우 코의 섬모운동에 지장을 주며 ▲체온보다 낮은 물이 코로 들어갈 경우 낮은 온도에 의해 코점막의 과민성이 증대돼 비염은 물론 심폐기능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어린이가 이를 따라하다가 물이 기도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관을 통해 중이로 역류해 중이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MBC가 이같은 위험성에 대해 일체의 경고나 주의없이 그대로 방영, 시청자들이 이를 감기예방의 비법으로 오인해 지속적으로 모방할 경우 코의 정상생리를 손상시키는 등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와전된 의학 지식이 올바른 국민건강 지식 향상을 저해할 것이라고 통박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코세척법을 같은 시간대에 같은 분량의 시간으로 이비인후과학회의 자문을 받아 방영해 줄 것을 요청한 학회는 반론보도 방영시 자막과 진행자의 설명을 통해 ▲물로 하는 코세척법의 위험성 ▲올바른 코세척법 ▲향후 비과학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다루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내용을 삽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에 앞서 김소형 한의사는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오해의 소지 및 학술적으로 미흡한 점을 시인했으며, 코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전문지식이나 임상경험 없이 재미동포 산부인과의사의 개인경험을 담은 `청정건강법'이란 책을 참조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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